평택성모병원, 메르스 코호트 격리 요청 보건당국이 묵살
이기병 병원장 "규정에 없고 환자 전원하란 대답 들었다" 주장 "정부 메르스 단어 쓰지 못하게 해"..휴원 홈피 팝업창 바뀐 증거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평택성모병원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방지를 위해 보건당국에 8층 병동을 코호트 격리할 것을 먼저 제안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환자를 전원 조치하라는 대답만 들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메르스 확산의 초동 대응이 부실한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보건당국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코호트 격리는 병원 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을 병동에 함께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
이기병 평택성모병원장은 지난 22일 의료전문 인터넷신문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병원장은 "(메르스) 격리 대상이 50여명으로 늘면서 결단이 필요했고 방역당국에 코호트 격리를 제안했다"면서 "돌아온 답변은 코호트 격리는 규정에 없으며 환자를 전원 조치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무조건 코호트 격리를 하지만 당시만 해도 정부에선 생소했던 것 같다"며 "그때부터 긴박하게 돌아갔고 코호트가 아니라면 병원 폐쇄가 답이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가능한 한 빨리 환자를 전원 해야 했지만 문제는 메르스가 금기어라는 사실"이라며 "정부는 메르스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뉴스1>이 지난 2일 제보 받은 B병원의 수정 전·후 팝업창 내용을 보면 당초에는 메르스로 인해 휴원한다는 내용이 자세히 담겼다.
B병원은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저희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며 "20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확진 판정을 받은 즉시 조금이라도 전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격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광범위한 격리 조치 이후 질병관리본부는 부분 휴원이나 전체 휴원을 권고하지 않았다"며 "저희 병원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조치인 전체 휴원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1일 오후 바뀐 내용이 담긴 팝업창에는 "저희 병원은 지난 5월 29일부터 임시 휴원 중"이라며 "00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개원하겠다"는 짧은 내용뿐이었다.
보건당국은 1차 역학조사에서 큰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20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첫 번째(남·68)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1차 역학조사팀은 3명이었고 의료진 10여명을 격리 조치하는 선에서 돌아갔다.
그러자 이 병원장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이대로 병원을 운영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보건당국은 "세계적으로 (메르스) 3차 감염은 없으니 안심하고 일단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의료진 등 10여명만 격리 조치하면 된다"고 대답이 돌아왔다.
이기병 병원장은 "정부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더라도 3차 감염은 없다고 해 더는 감염은 없을 것으로 안심했다"며 "그때 정부가 3차 감염 가능성을 열어뒀더라면 지금의 혼란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메르스 확진 환자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또다시 역학조사단이 병원을 찾았을 땐 뭔가 크게 잘못 돌아간다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며 "감염 차단을 위해 몸부림쳤지만 지금 남은 것은 메르스 숙주병원, 1차 지원지라는 낙인 뿐"이라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