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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으로 풀어본 간손미의 정치적 실체
게시물ID : history_261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리리맇
추천 : 3
조회수 : 102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27 09:52:37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망상 음모론인데도 쓰다보니 재밌어서 자꾸 끄적이게 되네요.
 
이번에는 전에 예고했던 것처럼 우리들의 웃픈 히어로즈, 유비의 영원한 서포터, 삼국지의 간손미에 대해서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타이틀은… 간손미 흑막설 까지는 좀 심하고, 그냥 간손미 배후설 정도?
 
항상 그렇듯이 전문가적이지 않은 창작가가 요새 괜히 재미들린 정치논리로 망상하기라는 점을 고려해서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 삼국시대의 세력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다양한 세력의 이합집산으로 구성되었음. 세력별로 편차는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
가장 주요한 중심 세력은 그들 세력이 거점으로 삼은 지역의 지역 기반 호족 세력들임
 
- 최근의 가설 중에 원소가 전풍과 저수의 의견을 채택하지 않고 안하무인으로 구는 것은, 그가 무능해서가 아니라 실제로는 예주
출신에 중앙에서 활약했던 원소가 지방에서 할거하게 되면서 거점으로 삼은 기주 세력들과 정치적 마찰이 있었다는 분석이 있음
자기 고향을 전쟁터로 만들고 싶지 않은 호족들의 의견을 천하를 두루 보는 원소의 입장에서 보면 수용하기 힘든 것들이 있었음.
관도에서 교전을 벌이는 것을 만류한다거나, 조조의 서주 출병에 빈틈에 원소에게 직접 기습을 가하라고 한다던가…
 
- 유표도 마찬가지로 외부 출신인 덕분에 형주 출신인 채씨 일족들의 눈치를 볼수 밖에 없었음. 그리고 그외에도 대부분의 지역 할거
군벌들의 경우 그들 세력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집단은 그들의 거점에서 원래 살고 있던 지방 호족들이었음.
 
- 유비의 경우는 다소 특이한 상황. 그들의 시작 거점은 고향인 유주였고, 실질적으로 그들 세력의 주군인 공손찬의 하위 세력에
가까운 관계로 애매하긴 하지만 일단 초기 출발 세력은 유주 세력이 중심이라고 볼수 있었음. 그런 그들의 중심에서 정책 방향과
의사결정을 조언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가진 것은 주군인 유비와 그의 절친인 간옹이었음. , 초기 유비 집단의 정치적 중심은
간옹으로 보임
 
- 한편 서주에서는 당시 정치적 격변이 벌어지고 있었음. 역시나 외부에서 파견된 도겸은 후한 말기 독자 세력을 구축하기는 했지만
황건적과 연계하여 조조와 대적하는 어이없는 정치적 실책을 저지름. 물론 이것도 따지고 보면, 당시 조조/원소 vs 원술/공손찬 구도의
동맹 관계에서 후자에 편에 서있던 도겸으로서는 어색할 것이 없는 행동이지만, 조조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는 시점에서 동맹이고
나발이고 현지인들에게는 곱게 보일리 없었음.
 
- 거기에 서주대학살이라는 참사가 벌어지자 서주 주민들은 제대로 빡치게 되버림. 그들은 도겸을 버리고 새로운 오너, 명목은
그렇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을 지켜줄 고용할 용병대장을 물색하기 시작함. 그 필두에 서있었던 것이 바로 서주 토호이자 부자였던 미축.
그리고 당시 위에 언급한 공손찬/원술 동맹을 근기로 공손찬이 파견한 유비의 세력이 오게 되자 그들은 유비를 주목하기 시작함.
 
- 미축을 중심으로 한 서주 세력은 도겸 대신에 유비와 손을 잡고 서주를 재편하기로 함. 하지만 미축 자신이 나서면 그림이 좋지
않으니 다소 중립적인 입장에 있는 명사를 기용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손건. 손건은 서주 세력의 전권을 부여받고 유비 측과
관련 협상을 하게 되는데 유비 측에서 그가 컨택한 인물은 바로 간옹.
 
- 정치적 거래를 위해 조우한 세사람이지만 의외로 서로 마음이 잘맞았는지 그들 세사람은 서로 의기투합하여 나중에 당대의
인물들도 간손미라고 언급할 정도로 단결된 세력으로 공고화됨. 서주세력을 대표하는 미축과 유주세력을 대표하는 간옹, 그리고 양
파벌의 중재를 담당한 손건의 연정은 의외로 안정적인 구도를 형성하여 이후 유비가 방랑 생활을 하는 중에도 중신 집단들이
흩어지지 않고 지속 기능을 발휘하는 어이없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함.
 
- 연의에서 사마휘가 유비에게 간손미와 큰일을 할 수 없다고 지적하는 것은 창작이기는 하지만, 정치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고착화된 유비 세력 내 철밥통 여당 세력이라 신진 세력들의 유입이 어렵다는 점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창작에도
반영된 것 일수도 있음.
 
- 다시 서주로 돌아와서. 유비를 영입하고 유주세력과 서주세력의 결탁으로 정국을 안정화한 간손미. 하지만 그들은 그 과정에서
두가지 과실을 범하게 되는데 하나는 여포의 영입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주세력 내부에 분열이었음. 여포의 영입에 대해서는 그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차피 도겸이나 유비나 서주에서 보자면 외부 군벌인 상황에서 하나 정도 그런 것이 더 들어온다고 해도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판단함. 당시에는 공손찬/원술 라인이 점차 쇠약해지기 시작하면서, 조조와 원소가 강력해지자 그들을 막을
무력 수단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었음.
 
- 서주세력의 입장에서는 서주대학살을 저지른 조조의 만행을 용서할 수 없었고, 그들이 내세우는 정치적 최우선 모토는 반 조조의
노선이었음. 그런 상황에서 여포는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임. 일단 서주대학살을 저지르던 조조를 철군하게 하는 간접적인 도움을
준적도 있고, 조조와 대등한 수준의 전쟁을 벌인 전공이 있음. 그런데 그것에 비해 정치적 역량은 다소 처짐. 연의의 기술과는 달리
실제 정사에서는 여포의 조조 공격은 장초의 부하로서 진행된 것임. 아무튼, 그런 연유로 그들의 눈에는 여포가 강력하면서도 그들이
정치적으로 가지고 놀기 편한 존재로 보였음. 전격 영입 결정.
 
- 그런 그들의 행보는 당시에 유비의 다소 모호한 정치적 스탠스도 한몫했음. 유비는 기존의 동맹 체계에 대해서 다소 애매한 입장을
취하며 조조와 크게 마찰을 벌이지 않으려 하고 공손찬/원술 라인 임에도 원술과 대립하는 등, 서주 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조금
불안한 행보를 하고 있었음. 그래서 그들은 견제구가 필요했고 그래서 영입한 것이 바로 여포임.
 
-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벌어짐. 서주 세력 내에서, 그 동안 숨죽이고 있던 미축을 반대하는 야당 세력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함. 그들 중에 중립파로 분류되는 조표는 여포와 결탁하고, 친 조조파로 분류되는 진등은 조조와의 독단적인 커넥션을
구축하기 시작함. 결국 선수를 친 것은 중립파. 조표는 죽었지만 여포는 조표의 세력을 흡수하여 서주를 장악하고 단숨에 야당이
되어버린 미축의 서주 세력은 여포에 분노하여 다소 서운함을 느꼈지만 그래도 그런 배신을 때리지는 않는 유비에게 강하게 결속함.
 
- 그리고 여포라는 적 앞에서 미축의 세력과 진등의 세력은 서로 반 조조와 친 조조의 정반대의 정치적 스탠스를 가지지만 일단
손을 잡고 여포를 궁지로 몰고 조조까지 끌어들여 여포의 세력을 일소함. 그런데 결과가 어처구니 없는 방향으로 흘러감. 유비는
서주목이 아닌 예주목으로 임명되고, 실제로는 허창에 가서 그들 미축을 중신으로 한 세력이 조조에 흡수되는 그림이 되고, 서주는
조조가 파견한 차주와 진등이 다스리는 어이없는 그림으로 정국이 흘러감. 미축 세력 개빡침.
 
- 그래서 그들은 조조 암살 모의라는 등의 어이없는 명목을 가지고 조조 세력을 이탈. 유비를 부추겨서 서주의 지배권을 다시 장악함.
그러나… 이미 그 시점에서 그건 정치적 무리수. 미축의 서주 세력은 지난 시간 동안 너무 심하게 서주를 가지고 정치적 장난질을
쳤고 덕분에 서주 민심은 진등을 중심으로 재편됨. 그래서 거침없이 공격해온 조조에게 유비는 서주의 힘을 끌어내서 저항하는 것에
실패하고 도주하는 결과를 맞이함.
 
- 유비 세력은 그렇게 서주의 거점을 완전히 상실. 여기서, 간손미는 상황의 타개를 위해 고도의 정치적 술수를 부리기 시작함. 바로
원소와의 결탁을 통한 세력 보존을 도모함. 어찌되었건 그들의 정치적 스탠스는 반 조조였기에 그것이 그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이었음. 그런데… 어처구니 없이 관우가 조조 측에 투항하여 원소군을 격파하는 만행을 저지름. 이 일로 인해 원소의 세력에서
뿌리내리려던 간손미의 의도는 무산되고, 찬밥신세가 되고 이 일로 인해 간손미는 이후 관우의 정치적 고려가 없는 행보에 앙심을
품게 됨.
 
- 결국 원소의 세력 내부에서 정치적 입지 구축에 실패하자 다음 대안을 요하게 된 간손미. 그들이 택한 것은 유표. 사실 따지고 보면
한창 조조와 전쟁 중이던 상황에서 객장이 거의 탈영에 가까운 짓거리는 한 것인데도, 여남 지원이라는 명목을 내세워서 그곳을
벗어나고 유표의 세력에 안착. 그리고 그들이 빠져나오고 난 다음 예상을 뒤엎고 원소가 몰락하자 미리 몸을 뺀 행보를 설계한
간손미의 입지가 다시 유비 세력 내에서 상승함.
 
- 그런 정치적 유리한 위치 확보에도 불구하고 간손미에게는 일단 작금의 신야성 망명 생활이 불안하기 짝이 없었음. 그래서… 그들은
장기적인 정치적 모략을 다시 준비함. 그들이 노리는 것은 당연히 형주! 그것을 위해서 그들은 형주 내부에서 유표와 결탁한 채씨
세력을 중심으로 한 여당들 대신에, 외부에서 유입되었거나 현지 세력임에도 반 조조 성향이 강한 형주 세력들을 영입하여 형주
내부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함. 그때 영입되거나 우호적인 관계를 취하게 된 사람들이 바로 마량, 마속, 이적 등…
 
- 조조의 형주 토벌이 시작되자, 간손미의 서주 세력과 결탁한 형주 야권 세력들은 형주 백성들을 선동함. 서주대학살을 연상하는
선동을 통해 다수의 백성들이 유비를 따라 이주하게 되는 엄청난 난민 사태를 유발시킴. 딱히 학살할 이유가 없었던 조조의
입장에서는 어리둥절
 
- 아무튼 그렇게 백성들과 유표의 장남 유기 등을 확보하여 세력을 억지로 유비 측으로 탈취하는 것에 성공한 간손미, 그들은
동오와의 결탁을 통해서 반 조조의 기치를 다시 세우게 되는데, 이 일은 나중에 큰 불화는 미리 예고함. 일단 반 조조라는 구도에서
힘을 합치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유표와 손씨 일가의 대립으로 감정의 앙금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형주 세력과 양주 토박이들의
마음을 달래지 못한 상태에서 외부인인 간손미와 노숙이 주도한 연립 정국은 나중에 큰 참사의 불씨가 됨.
 
- 아무튼, 적벽 대전 덕분에 조조를 일단 물리치는 것은 성공. 간손미는 여기서 다시 새로운 정치 구상을 그리기 시작함. 그것은
바로 익주 정벌. 당연히… 항상 그랬듯이 그들은 군사 대결은 결과 확인에 불과하고 사전에 정치적 구도에 있어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 행보를 시작함. 그것을 위해 익주 내부에 반 유장 세력들과 접촉하기 시작함. 그런 반 유장 세력의 중심은 바로 법정과
맹달이었음. 그들에게 간옹이 접촉함.
 
- 간옹은 간손미를 대표하여 그들 반 유장 세력들과 정치적 야합을 도모. 그래서, 사서에 나오는 유비 앞에서도 오만방자했다던
간옹이 법정 앞에서는 정좌하고 예의를 차렸다는 묘사는 실제로, 법정을 자신들의 세력으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연립 정국의
상대 당 당수에 대한 당연한 예의였음. 주군에게는 함부로 굴어도 정치적 입장이 걸린 상대에게는 예의를 지키는 모습이 당시
간손미가 가진 입자를 생각해보면 의미심장한 장면임.
 
- 아무튼 그리하여… 충신이라 쓰고 돌대가리라 부르는 정치적인 분위기를 못읽는 바보들과 군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치적
합의가 끝난 유장 세력에 희망은 없었음. 익주 득템.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소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함.
 
- 첫번째로 1차 파견군의 패전. 위연과 황충은 출신이나 이력으로 보건데 빼도박도 못하는 형주 세력의 군인들임. 이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유비 세력 내에서는 신입이라 할만한 이들이 주력군을 지휘하게 되는 점에서 형주 세력에 대한 배려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애매한 기류가 흐르는 것에서 기인함. 이미 언급한 바 있는 서주 세력과 형주 세력의 야합, 그런데 그것을 주도한
서주 세력이 이번에는 익주 세력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모습에서… 형주 세력은 불편함을 느끼게 됨.
 
- 그래서 그런 형주 세력을 달래기 위해 주력군을 그들의 손이 닿는 인물들로 배치했지만, 어이없는 패전으로 2차 파견군이 결성됨.
그 상황에 대해서 형주 세력은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그런 것 조차도 어쩌면 서주 세력과 익주 세력이
담합하여 자신들을 한방 먹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됨. 이른바 형주 세력의 불만이 높아지기 시작함. 그리고 그런 형주
세력의 반응에 익주 세력도 당연히 화를 내기 시작함. 당시에 보이는 팽양이나 유파가 벌이는 기행이나 마찰이 그런 익주와 서주의
대립을 묘사한 것임
 
- 그런 와중에서 두번째 참사가 벌어짐. 그건 바로 손건의 사망.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최초 결성된 유주와 서주 세력은 물론 각종
세력간의 담합의 주선과 중재를 담당했던 손건이 사망하자 그런 소요들을 말려줄 사람이 없어져버림. 나름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서 중신들간에 다툼이 없고 유비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했던 유비 세력의 중신들의 파벌이 형성되기 시작함.
 
- 거기에 세번째 참사는 바로 익양 대치. 이 사건은 형주 세력에서 보면, 오랜 원수였던 오에게 자신들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
반이나 날아간 사건이었고, 그것을 저 멀리서 방치한 서주 세력과 익주 세력에 대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든 상황임.
이제는 완전히 돌아서버린 형주 세력은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하고 관우를 중심으로 뭉치게 됨. 그것을 좌시할 수 없었던 서주 세력은
형주에 남겨진 미방을 중심으로 그들을 견제하려 하였지만… 그 결과는 형주에 심한 분쟁을 야기하게 됨.
 
- 미방과 관우의 대립은 사실상 두 사람의 뒤에 있는 미축과 마량의 서주 세력과 형주 세력의 대립이었음. 그런 마찰은 결국 극단까지
치달아서, 형주 세력은 서주 세력의 지원 없이 독단적으로 관우를 부추겨 북상을 하게 되고, 그 결과는 당연히… 대 참패! 하지만
여기서 패전에도 불구하고 형주 세력은 정치적으로는 정국을 주도할 호재를 만나게 됨.
 
- 그건 바로 서주 세력의 수장인 미축의 동생, 미방이 관우를 배신하고 동오에 투항하고, 익주 세력의 2인자였던 맹달이 관우의
지원을 하지 못한 죄로 추궁을 당하고 위로 망명해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서주 세력과 익주 세력은 거의 괴멸적인 타격을 주는
대형 정치 스캔들이 발생한 것이다. 마량을 중심으로 한 형주 세력은 상실된 형주와 타국으로 배신하고 달아난 인물들의 책임을
물어 공격했고, 권력의 정점에 있던 서주 세력은 이 상황에 큰 타격을 당하고 몰락하게 된다.
 
- 비슷한 시기에 미축과 간옹도 사망하자 서주 세력은 와해되었고, 정국은 마량을 중심으로 한 살아남은 형주 세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그래서… 유비 세력에서 지속적으로 정치적 스탠스였던 반 조조의 기치를 버리고 처음으로 반 동오의 기치를 세우고
북진이 아닌 동진을 결정하게 된다. 그것은, 형주 세력에게 있어서는 타협할 수 없는 자신들의 정치적 기반을 탈환해야 하는
미션이었다. 그러나… 이릉에서 참패하고 형주 세력도 마량의 죽음으로 와해된다.
 
- 그런데 이릉의 참사에는 다소 숨겨진 원인도 존재한다. 형주 세력의 주도로 진행된 동오 정벌… 여기서 제동을 건 대상들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 동안은 정치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던 군 출신의 유주 세력의 원로들이었다. 한마디로 장비와 조운이다.
그들은 간옹이 죽자 그동안 유주 세력의 대외 창구가 사라진 상황이 되어 자기 소신을 마음껏 이야기 하기 시작한다.
 
- 그래서, 장비는 겉으로는 관우의 복수에 대해 동조하는 듯 하지만 터무니 없는 군비 비축을 지시하며 군의 통제가 정치가들의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는 것을 어필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하급 장교들에게 암살되는데, 그들이 아무런 정치적 배경없이 그런 행동을
앙심만으로 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리고, 당시에 조운은 드물게 자신의 의사를 조정에 피력하며 동오 정벌에 반대했다. 결국,
형주 세력은 정치적으로 소요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군을 장악한 유주 세력의 원로들의 협조를 얻지 못해, 당시에 삼국지 매니아들도
처음 들어보는 신예 장수들을 주력으로 배치할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정치적으로 예견된 패배였던 것이다.
 
- 제갈량이 그 시점에 정국의 중심에 선 것은 단시간 내에 이뤄진 유비 세력의 정치 계파들의 몰락과 관련이 있다. 그들의 과실이
크기는 해도 정국을 주도하던 세력들이 잇달아 와해되자, 그 위기를 타개할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했고, 그것을 주도할 사람은
계파에서 자유로운 사람이어야 했다. 서주 낭야군 출신이라 서주 출신이면서, 오랫동안 형주에서 숙부 제갈현의 인연으로 살아와서
형주 인물들과 관계가 깊고, 입촉 이후 법정과도 친분이 있던 그는, 다소 익주 세력이 여당 계파인 상황에서 정국을 안정적으로
주도할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인물이었고, 그래서 그는 익주 세력의 이엄, 형주 세력의 마속, 유주 세력의 조운에다가 서량 세력을
영입하여 구성되는 연립 정권을 구축했고, 공동의 적으로서 남만을 타겟으로 삼아 패배 분위기를 쇄신한 것이다.
 
-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촉한의 미래를 위해 정치적 스탠스를 과거 반 조조, 지금은 반 위의 기치를 걸고 정국을 주도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나중에 다시 한번 불씨를 예고하는데, 형주 세력의 마속은 자신의 입장을 과잉 해석하여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처형된다. 그리고 형주 세력은 양분되어 일부는 양의에게, 일부는 장완에게 합류하게 되는데, 제갈량의 사후
익주 세력과 연립하고 중앙을 장악한 장완의 세력은 양의의 세력을 숙청하고 정국을 주도하게 된다.
 
- 그리고 최후의 계파 갈등은 이제 서주와 유주, 형주의 세력은 유명무실해진 시점에서 그들의 잔예들을 흡수한 익주 세력과 외부에서
영입된 서량 세력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강유와 비의의 갈등 등이 불거진 것이며, 유선은 통치자로서의 당연한 논리로 양쪽
세력을 적당히 대립시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황호의 탓으로 돌려지고 있는 촉한 말기 분위기는 사실, 동궐과 제갈첨의
익주 세력과 강유의 서량 세력의 대립이 수면위에 일부 드러난 것에 불과한 것이다.
 
 
헐… 쓰고 나서 보니 세상 일을 정치적으로 꼬인 마인드로 해석하면 정말 답이 없는 수준의 히스토리가 나오네요.
근데, 이렇게 쓰고 보니 갑자기 쩌리였던 간손미가 엄청 후덜덜한 정객들로 보이긴 하네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건 근거를
가지고 쓴 것이 아닌 창작에 가까운 시나리오입니다. 오해는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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