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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속 쥐들의 운동회
게시물ID : panic_880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산형오징어
추천 : 32
조회수 : 2731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6/05/27 03: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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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두두두두.



"아아, 쥐새끼들 또 운동회 하나보네."



 한밤 중, 잠을 깨우는 소리에 나는 작게 투털거렸다. 확실히 곤히 자고 있다가 저런 소리를 듣고 깨면 누구라도 짜증을 낼 것이다.



 우리집은 벌써 지어진지 20년도 넘은 시골집이다. 내가 태어나기도 지어진 이 집은 전에 살던 집 바로 옆에 국도공사가 시작됨과 동시에

지어졌다고 한다. 나보다 10살 많은 형은 이 집에 자신이 옮긴 모래도 들어갔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나는 6살이 옮겨봐야 한 바게스지 라고 생각했다.



 하여튼 지어진지 오래된 만큼 문제도 많았다. 바닥엔 개미가 기어다니고, 비가 오면 벽지는 습기를 먹어 조금만 문질러도 후두둑 떨어져 나오고.

특히 밤마다 뛰어다니는 쥐들은 잠귀가 밝은 나에겐 스트레스의 대상이다.



 지금은 그나마 적응해서 이렇지, 예전엔 스트레스가 아닌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릴적 추억 얘기를 하다보면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기를

처음 내가 저 소리를 들었을 땐 귀신인줄 알고 소리를 지르며 옆방에서 자고 계신 부모님께 달려가 두분 사이에서 잠을 잤었다고 한다.



"쥐들이 운동회 하나보내. 쥐는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는데 쟤네들은 밤마다 운동회를 하거든."



 부모님 방에 갈때마다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무서워 하는 나를 달래셨다고. 운동회 하는 쥐라는 생각이 지금 생각하면 참 웃기지만

그때는 그 말을 들어서야 편안해 했었단다. 물론 지금은 귀신이라 생각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잠에서 깨 약간 짜증이 날 뿐.



 하지만 이 소리를 듣는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라고 생각하니 금새 짜증이 가라앉았다. 몇 주전 가족회의를 통해 집을 무너트리고

새 집을 짓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마을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새 집이 지어질 때까지는 마을회관에서 묵기로 했다. 나는 내일 저녁에

기숙사로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다다음주 주말이 되어서야 이미 무너진 집만을 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저 시끄러운 소리도 

그렇게 짜증나게 들리진 않았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쥐들이 마지막 힘을 내어 운동회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이 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허고, 공부 열심히 해래이. 다음에 올때는 집으로 말고 마을 회관으로 온내이."

"네."



 다음날 저녁, 기차역으로 태워다 주시는 아버지에게 인사 드린 후 기차에 탔다. 새 집이라... 지어질려면 아직 한참이 남았지만

가슴이 조금 설레었다. '새로운' 이라는 말은 언제나 두근거림을 가져다 주는것 같다. 기숙사로 돌아와서 애들과 인사하고, 

다시 기숙사 와서 짜증난다, 2주 또 언제 기다리냐는 말을 하며 떠드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에는 '새 집' 이라는 말이 계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새 집으로 리모델링한다고 할때마다 그들은 부럽다는 반응을 보이며 축하해주었다. 몇번 우리집에

와본 애들은 "이제 천장에 쥐소리 안 들으이 좋겠네" 하면서 놀림이 섞인 축하 말을 해주었다.



 2주가 지나고 집가는 토요일이 되자 나는 어느정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아직 집이 완성된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뭔가 원래 살던 집이 

없어져있는걸 보면 어떤기분일까, 어떻게 무너져 있을까 하는 상상에 흥분감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오전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 짐을 챙긴 나는 식당에서 주는 점심도 거른채 기차역으로 갔다. 보통은 오후 2시 56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탔었지만, 서두르면 12시 31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탈 수 있었기에 평소엔 타지도 않는 택시를 타고 기차역에 가서 31분발 기차를 탔다.

역시 보통 때라면 기차에서 잠을 잤었겠지만 지금은 잠이 오질 않아 실실거리며 창밖의 풍경만 멀뚱히 보고 있었다. 그런 행동은 내릴 기차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동네로 갈 때까지 이어졌다. 내가 웃음을 그친건 마을에 와서 였다. 마을 입구에 마을이름이 새겨진 돌에 걸려있는

초상집에서나 쓰는 종이등을 보고는 아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 중에 누가 돌아가셨구나...라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러고 보니 나씨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 들었던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며 회관에 들어간 나는 요리를 하고 있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엄마, 마을에 누구 돌아 가셨어요? 마을 입구에 등이 걸려있던데?"

"으응, 니 오는 날이었나? 그래, 피곤하제? 방에 들어가서 좀 자라. 내 이따 깨워 줄께."

"저 밥 아직 안 먹었는데요. 그리고 집은 어에 됐어요? 아에 싹 치우고 집터만 남가놨어요, 아니면 아직 찌그레기들은 안 치아 놨어요?"

"집 얘기는 하지 말고, 피곤할낀데 밥먹고 한숨 자라, 엄마가 이따 저녁에 깨워 줄께. 밤에 할 일있다."

"네."



 집 얘기가 궁금했지만 뭔가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나는 아무소리 없이 차려주는 밥을 먹고는 방에 들어가 누웠다. 확실히 기숙사에서도

밤에 잠을 잘 못잤고, 기차에서도 잠을 안잤던 지라 피곤하긴 했다. 집이 어떻게 됐을까하는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건 저녁 늦은 시간, 해가 지고 나서 였다. 잠에서 깬 나를 본 어머니는 음식과 과일들이 담긴 그릇을 건내 주시며

집 있던데로 옮기라고 하셨다. 그 말에 뭔가 불안함을 느끼면서도 별일 있겠어라고 생각한 나는 어머니가 주시는 음식들을 작은 상에 담아

집터로 갔다. 거기에는 반쯤 부서진 집이 있었고 그 앞에는 옆집에서 끌어온 백열등이 불을 밝히는 가운데 군데군데 음식이 놓인 긴 상과 함께

아버지와 형, 그리고 한복을 입은 남자와 무당이 있었다. 무당을 보자 불안감이 치솟은 나는 아버지에게 음식을 드리며 물었다.



"아빠, 뭔일 있어요? 왜 우리 집터에 제삿상이랑 무당이 있는 건데요?"

"으응, 니 일났나? 어 그 음식 내한테 주고 니는 아무소리 말고 가가꼬 음식 갖고 온나."



 그 말을 듣자 나는 불안감이 미친듯이 솟아 올랐다. 형에게 말을 건내려 했으나 형도 아무 말이 없었기에 난 그저 계속 음식을 옮기기만 했다. 

이득고 음식을 거의 다 옮기고 마지막 음식 차례가 되자 어머니께서는 회관에서 나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나는 불안함과 더불어

가족 중 나만 빼놓고 뭔가를 하는 것 같아 삐진 마음에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화를 내시는 어머니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회관에 있기로 했다.

잠시후 북소리와 징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더불어 처음 듣는 여자의 고함을 지르는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고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회관으로 돌아오신 어머니는 나를 데리고 집터로 갔다. 그곳에서 북과 징을 동시에 치고 있는 남자와 그옆에 짚으로된

인형을 끌어 안은채 울고 계시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 주위를 돌며 칼을 휘두르는 무당을 볼수 있었다. 잠시후 북과 징소리가 잦아들자

무당은 아버지에게 칼을 겨누며 소리쳤다.



"자아 가거라! 살아있는 사람 괴롭히지 말고! 여 있는 사람들이 뭘 잘못 했겠노! 어찌 됐든 니 신발도 찾았고! 밥도 먹었으니 이제 저짜

 저승으로 가라! 자꾸 남아 있으면 이 칼로 니 찔러뿐데이! 빨리 안가나!"

"싫다... 안 갈끼다!... 가기 싫다... 가기 싫다..."

"빨리 안가나! 니 여 남아 있어가 할거 뭐있다고 안가노! 씰떼없이 남아 있을라 카지말고 빨라 가라!"



 그 후 한복 입은 남자는 북과 징을 다시 치기 시작했고 무당은 다시 아버지 주위를 돌며 칼을 휘둘렀다. 얼마 안있어 아버지는 일어나며

짚인형을 하늘로 들어 올리며 벌벌 떨기 시작하셨다. 그 모습과 함께 무당과 남자는 하던 행동을 더 격렬하게 하기 시작했고 아버지 역시 떨림이

더 심해 지셨다. 이득고 인형이 손에서 떨어졌고 그와 동시에 아버지의 떨림도, 북과 징을 치던 남자의 행동도, 무당의 칼부림도 멈췄다.

굿이 끝난 후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가서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건네셨고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신 후 말 없이 주저 앉아 물을 마셨다.

난 두 분께 가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았다. 



"아빠, 엄마. 무슨일이에요? 뭔일이 있어서 굿을 한건데요?"



 그러자 아버지께선 나에게 왜 굿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22년 전, 국도 공사와 함께 이 집을 새로 지을 즈음에 뒷집에 있던 할머니의 아들이 돌아 가셨었단다. 초여름이 되면 모내기를 위해 강에서

물을 논에다 퍼올리는데, 봄철 가뭄이 심해서 강에 물리 별로 없으면 웅덩이를 파서 그곳에서 물을 끌어 올리곤 했다. 그리고 여름이 되어 비가 오면,

강물이 차올라 그런 웅덩이들은 겉으로는 들어나지 않게 된다. 뒷집 할머니네 아들은 마을에 있는 강에서 수영 하다가 그 웅덩이에 빠져 

익사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신었던 신발은 모래에 파묻혀 있었고 그 파묻힌 신발이 모래와 함께 우리집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하시는 말을 듣고는 난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그리고 밤에 천장에서 들리던 소리 있제? 그게 천장에 있던 쥐새끼들이 뛰어다닌던게 아이고, 금마가 신발이 여기에 있으니

꺼내 달라고 뛰어다니는 소리였단다... 지 신발은 여 밑에 묻혀 있는데 꺼내질 못해서 화가 나가꼬 뛰어 다닌거지..."





출처 옛날 우리집 + 마을의 강 + 예전에 굿을 본 기억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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