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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 프로젝트 후기(5) - 나무 부속 조립
게시물ID : art_26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공작
추천 : 4
조회수 : 12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26 14: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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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문화예술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어쩌다보니 공공예술 프로젝트에 핵심 스탭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40여일 간의 고생과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누군가에겐 제 경험이 쓸모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7~8개의 글로 나누어서 연재하겠습니다.

▲이전 글 보기
1. 나랑 일 하나 같이 하자
2. 3주 안에 말 300마리 그리기
3. 외주업체 미팅, 그리고 메이커 커뮤니티
4. 서브라임텍스트, 엑셀을 이용한 데이터 검증




4/26 : 나무 부속을 받다.

오후 4시 경, 작업실로 1톤 트럭이 왔다. 나무공감에서 보내온 바디와 상판, 허브, 날개 부속들.
무거운 박스와 포대자루가 수십개였다. 내가 모든 도면 작업을 했음에도, 실물을 보니 새삼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셔츠가 땀에 흠뻑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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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개 바디 분량에 맞춰서 구리 파이프를 대량으로 잘라야 했다.
보통은 파이프 커터기를 이용하는데, 물량이 워낙 많으니 밴드쏘로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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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mm 파이프를 잘 정렬한 후,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 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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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라야 하는 곳을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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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쏘에 밀어 넣어서 자른다.
이 때 반드시 보안경을 써야 한다. 작은 구리 조각이 얼굴에 튀어서 눈에 들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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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을 하고 나니 밴드쏘 칼날이 무디어 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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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날로 갈아 끼우는 모습.


커팅을 마친 파이프는 안쪽을 드릴로 갈아주는 작업을 했다.
회전축 강선이 구리 절단면에 걸려서 안 돌아갈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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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 : 허브, 강선에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재작업을 요청하다.

허브 1, 2번의 8mm 구멍이 정확하지 않게 뚫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7.7mm~7.8mm로 측정되었다. 8mm 황동봉을 끼울 수가 없었다.

전체 수량인 두 박스를 오토바이 퀵으로 나무공감으로 보냈다.
나무공감에서 재작업을 해서, 저녁에 다시 퀵으로 보내줬다.

하루만에 600여개의 부속에 추가 드릴링을 어떻게 했을까. 놀라운 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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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에도 문제가 있었다. 전체 수량은 맞는데, 바디 종류별 수량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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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타입2A - 40개
바디타입2B - 40개 가 정상 물량인데

바디타입2A - 20개
바디타입2B - 60개 가 왔다.

강선집 사장님은 수량을 맞게 작업해서 보냈다고, 우리는 전체수량은 맞지만 종류별 수량이 다르다고 시비했다. 강선집 사장님은 추가 제작건에 대한 비용을 받아야겠다며 문화재단측에 청구하겠다고 했다.
문화재단에서는 자초지종을 듣고, 우리에게 실물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이미 돈 계산이 끝난 사안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집행하는 일이, 공무원으로서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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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 : 조립 공정 첫째 날.

조립공정을 시작했다. 알바 4명과 함께 했다.
세 명에게는 허브2에 8mm 구리봉을 끼우는 작업을 시켰고, 한 명은 허브1에 들어가는 핀을 만들게 했다. 4명 모두 90년대생 남자, 군필자였다. 묵묵히 일을 열심히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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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2에 8mm 구리봉을 끼우는 공정에서 고무망치를 사용하는데, 아래층에서 시끄럽다고 찾아왔다.
작업해야 할 허브가 320개이니, 소음이 일이십분에 끝날 일이 아니었다. 해결책을 궁리하다가 밖에 나가서 작업하는걸로 결정. 부속과 공구, 신문지를 챙겨 들고 근처 벤치에 가서 작업했다.

이후, 바디에 5mm 황동봉을 끼워 넣는 작업에도 망치를 사용하는데, 아래층에서 한번 더 올라왔다. 이번에는 바디를 들고 나갔다. 짐이 많았다. 

작업하고 있으니 아파트 관리인이 다가왔다.

"어디서 나와서 작업하시는거세요?"

그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네? 어..."

어디서 나왔다고 해야하지? 대답을 망설이니 이어 말했다.

"이 돌 하나가 얼마짜린지 아세요? 2천 만원이 넘어요. 부서지면 어쩌려고 여기서 작업을 하세요?"

밴치 옆에 놓인 설치조형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돌에다 대고 망치질을 한건 아니었는데...

"여기가 담이 없어서 그렇지, 아파트 땅이에요."



부속을 챙겨서 작업실 주차장으로 갔다. 

주차장에서 알바 1명과의 대화

"알바 어때요? 하루 해 보니"

"...이런건줄 몰랐어요. 손에 물집 잔뜩 잡혔어요."

"물집?"

"네. 저는 하루 종일 핀 만드는 것만 했잖아요. 계속 뺀치 작업만 하니까..."

"아. 제일 힘들었겠네요."

"목공이라고 해서 재미있겠다 했는데..."

"하하..."



6시 30분에 그들을 퇴근 시켰다. 나와 작가님은 남아서, 조립이 끝난 바디를 어떻게 묶어서 배송할지를 고민했다. 궁리 끝에, 계단식으로 쌓는 방법을 고안했고, 노끈을 사서 묶었다. 3미터 정도로 끈을 잘라서 양쪽을 감는 식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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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후에는 항상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4/30 : 조립 공정 둘째 날.

첫 날에 50개, 둘째 날에 100개를 끝냈다. 해야 할 전체 수량은 320개이고, 납기는 4일 후다.
알바 4명이 두 명씩 조를 짜서 바디 작업을 했고, 나는 상판 부착 작업을 했다. 하루 종일 드릴 작업을 했더니 손목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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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제처럼 소음이 심했지만, 항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래층 사무실이 오후 부터 쉬었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내내 사무실이 비어있을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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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작업을 위한 틀을 만들어 쓰고 있는데 유용하다. 허브2를 허브1에 박아 끼워 넣는 작업을 위해 강선이 연결된 축을 뒤집어서 고정해야 하는데, 강선의 두께 때문에 허브와 바닥이 밀착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선 양쪽에 포맥스를 괴어 놓은 틀이다. 전승일 작가님의 아이디어.






5/1 : 조립 공정 셋째 날.

오늘도 조립작업을 열심히 했다. 나는 주로 상판 고정 작업을 했다. 오늘의 작업량은 82개 였다. 어제는 100개 였다. 이제 81개가 남았다. 내일이면 나머지 작업을 끝낼 수 있다. 일정이 딱 맞다.

컴퓨터로 문서작업을 하던 중, 알바로 오신 이OO씨가 말을 걸었다. 나보다 세 살쯤 어렸던 것 같다.

"저.. 부탁드릴게 하나 있는데요." 

몹시 조심스럽게, 빙 둘러서 말을 꺼내는 그.
사진을 찍어달라길래 그러마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게 아니구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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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같이요?"

"네"

작가님도 아니고 왜 나랑 사진을 찍자고 했을까.
아무튼, 다른 알바 친구를 불러서 찍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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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OO씨와 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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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판 고정을 위해 드릴링 후 전동드라이버로 나사를 박아 넣는다. 아임삭을 쓰다가 보쉬를 쓰니까 작업이 더 편하다. 후자가 더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 져 있다. 아임삭은 쥐는 부분이 두꺼워서, 내 손 크기에 안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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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 조립 공정 넷째 날(마지막 날)

오늘은 조립 마지막 날이었다. 알바 4명 중 한 명이 오지 않았다. 몸이 안좋다고 했다. 다행히 물량이 적어서, 세명으로도 작업을 마칠 수 있었다.
나는 바디 5번 축작업, 상판 분류작업, 기둥에 2T포맥스를 덧대는 작업, 기둥에 삼각보조나무를 붙이는 작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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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알바 두 명이 온다. 싣고, 수원까지 옮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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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으로 가져가서 전시할 전승일 작가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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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서 4일 동안 작업한 320개의 바디




출처 http://bongseo.co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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