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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길거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알리고, 세월호팔찌와 리본을 나눠주는 분들을 보았습니다.
저는 평소에 거리에서 제 3국 난민돕기, 파룬궁사태에 대해 알리는 피켓을 보면 시선을 피하곤합니다. 제가 실질적으로 할수있는 일도 없거니와 서명해달라고 다가오는것도 꽤나 부담스럽거든요. 오늘의 세월호 피켓을 든 분들을 보았을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속으로는 '멋진분들이네. 세월호는 잊혀져선안돼!'라는 말을 하고있었지만 그렇다고 제가 솔직히말하자면 효력없는곳에 서명을 하고싶진않았거든요. 그래서 꽤나 냉소적인 마음으로 그냥 지나쳤습니다. 마침 생과일주스를 사서 주변을 산책하자고 나왔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첫번째로 지나서 주스를 사고 되돌아올때였어요. 세월호 피켓운동은 지나가는 행인들이 관심을 주든말든 신호등의 신호가 몇 번이고 바뀌든 묵묵히 계속되고있더라구요. 그렇게 신호를 기다리며 그 분들을 지켜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저 분들은 현실을 알리기위해 저렇게 운동하고계신거다. 무시하며 지나치기보다는 오히려 하나하나 천천히 눈에 담고 기억하자. 설령 서명은 안하더라도, 무시하진말자.'
그리고 신호등이 바뀌고 많은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저도 세월호를 알리는 분들과 가까워집니다. 마침 저를 앞서가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먼저 그곳에 다가가더라구요. 저 또한 이미 생각도 정리됐고, 앞사람이 먼저 행동하니 조금은 더 쉽게 실행에 옮길수있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밤이라 테이블에 뭐가있는지 잘 보이지않아서 서명받고있는거라고 생각하고있었어요. 그런데 세월호 팔찌와 리본을 나눠주고있더라구요. 그것도 지나가는 분들에게 호소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먼저 받아가려고 다가왔을때 주시더라구요.
저는 사실 이제까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일어난 원인과 이후 일처리단계의 부정함에 더 분개하고 잘못되었다고 말하고있었어요. 희생된 아이들도 정말 안타깝지만(글로쓰지만 정말 무게가 느껴지네요. 몇번을 지웠다가 다시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이나 정의롭지못한 현실이 저에겐 더욱 와닿았어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앞에나서서 시위에 참가하고, 이렇게 피켓운동을하는 등의 적극성은 저에게 없었어요. 인터넷에서 이게이렇게 잘못됐네 글을 올리고 떠드는것과 주변 친구들에게 세월호사태에 대해 알리고 왜곡을 바로잡기위해 알리는것은 정말 쉬웠습니다. 정말요. 하지만 정작 내가 앞에나서서 많은 사람들에게 진실과 정의를 성토하는것은 저에게있어서는 반대로 너무나도 어려운일이고 하지않을일이었어요.
그렇게 팔찌와 리본을 받고 다시 길을걸어가는데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분들은 나같이 용기없는 사람들을 대신해서 현실과 싸우고있다.',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사회에서 누구 대신은없다. 저분들은 나같은사람들을 대신해서 운동하는게아니라 저분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믿기때문에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것이다.'. '나는 저렇게 행동으로 못하지만, 그걸 행하는 분들에게 고마움의 표시라도하고싶다. 그래! 피로회복제라도 사서 드리자.', '내가 이렇게 감사함을 표현하는만큼 내 짐도 덜어지겠지.', '내가 이걸 주는동시에 나는 행동하지못하는 비겁자가되는거야.', '나는 이 와중에도 나만 생각하는구나.', '같이 운동은 못해도 이걸로 나도 조금은 도움이 되었겠지.' 이런 생각들이 계속 빠르게 지나가고, 나를 변호했다가 현실을 직시했다가 나에게 부끄러웠다가 또 다시 뿌듯해하곤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어 머릿속이 복잡해질때쯤 가까운 약국에 도착했고, 피로회복제를 사서 곧장 다시 세월호진실을 알리는 분들을 만나 피로회복제를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고마워서 드리는건데 오히려 받는분께서 정말 고마워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표정을 보자마자 저는 고맙다는 말도 못전하고 바로 뒤돌아 제 갈길을 갔습니다. 사실 전해주고 감사해하시는 모습을 본 순간 제 감정이 조절이 안되었거든요... 내가 고마워서 드리는건데 훨씬 더 감사한 모습을 보이는 그 분에 대한 감동, 이렇게 물건을 주는것밖에 안하고 뒤에서 숨는 나에대한 부끄러움, 그리고 동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겠지 하는 안도감, 이런 안도감뒤에 찾아오는 떳떳하지못함, 그리고 가장 놀랐던것은 이 분들의 진심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정말로 안타까워하고, 진실을 바로잡고싶어하는 그분들의 마음이 표정하나로 제 마음 깊숙히 전달되었어요. 정말 놀라웠습니다. 그와동시에 제 마음속에도 진정으로 세월호참사에대해 안타까워하는, 그 과정의 문제가아니라 세월호 참사 자체에 깊은 애도가 생겼습니다. 정말 길거리만 아니었다면 넋을놓고 펑펑 울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서 눈물이 나오려는걸 참다보니 울상이되어 집까지 도착했습니다.
집에 오면서 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윤동주시인이 <쉽게 쓰여진 시>를 쓸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나는 이제껏 쉽게 정의와 공정함과 이치에 대해 주변에 주절대놓고 결국 부정의한것을 보고도 행동에 바로 옮기지못하는 사람이었구나. 인터넷으로 떠들고 주변사람들에게 떠드는건 그렇게 쉬웠음에도 내가 나서서 정의롭지못한 사회와 맞서싸울 용기는 없었구나.' 평소에 제 잘난 맛에 살던 저에게 큰 모순과 부끄러움을 느낀 날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지금도 사실 내가 세월호를 잊지않으려고만하지 남도 잊지않게끔 행동할 용기는 없어요. 하지만 훗날 다시 이 글을 돌아보며 지금은 떳떳하게 정의롭지못한 세상과 싸우고있다며 스스로 칭찬하고 어린날의 기억에 웃을수있겠죠...? 이 날을 '기억'하고, 그 날을 '기다리며' 글을 마칩니다.
출처 | 오늘의 일과, 지금의 마음가짐을 기억하고 지키기위해 글을 남깁니다. "Remember 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