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과 헤어졌을 때
무서워서 가기 싫던 치과에 충동적으로 가서
사랑니를 뽑았다.
마음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몸으로 나누려고 했던 시도였을까.
평범하게 나와있던 사랑니 2개와 아래 턱에 있던 누워있는 매복치를 하나 뽑고나서
충격적인 고통으로 인해 현실로 돌아왔던 것 같다.
그리고 남아있는 매복치는 잊으며 약 3년을 보냈다.
사람을 좋아하다보니 인간관계를 맺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을 크게 주던 버릇이 있었다.
남자는 상관없지만 상대가 여자일 경우
조금씩 사랑의 싹을 틔울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 독방에 나의 어리석은 인격을 가두고 싶었다.
역부족이었을까...
상대는 너무 어린 친구였고 나 같은 녀석에게는 호감이 아닌 호기심을 갖는거라며
애써 거리를 두었지만, 어설펐던 나의 철벽은 젖은 흙벽마냥 겨우 2개월 만에 허물어졌다.
조심스레 마음을 열고 신중하게 대화를 해본후 교제를 시작했지만,
처음에 우려했던 나의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인터넷 유머에서 돌아다니던 짤방처럼
빛의 속도로 이별통보를 받았다.
혼자만의 청승을 떨며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주에 치통이 찾아왔다.
예전에 뽑았던 매복치보다 더 독하게 자리잡은거라면서
치대 교수님은 끙끙대며 나의 매복치를 뽑아내주셨다.
잘게 잘게 쪼개서, 오랜 시간동안 잡아당기셨나보다.
마취가 풀리면 고통이 찾아올테지만,
1년 동안 그녀를 유령처럼 여겼는데 고작 이 짧은 시간을 못참을까...
상처가 아무는 동안
시간은 나를 독방에서 꺼내 망각의 늪으로 빠드리며
어리석었던 과거의 나로부터 비로소 해방될 것이란 믿음을 가져본다.
이젠 남아있는 사랑니도 없으니
그렇게 믿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