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서바이벌 취미를 즐기는 사람 중 한 명입니다. 가끔 이 게시판에 서바이벌에 대한 문의가 올라오던데 확실히 접근성 좋은 취미는 아니죠 ㅎㅎ... 처음 입문하시는 분들은 대개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본인이 정보를 찾으려고 해도 잘 구해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느냐는 아래에 간단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국내에서 서바이벌 취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90년대 일입니다. 사용되는 에어소프트 총기류가 나온 건 80년대 일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이게 워낙 고가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나 국내에선 군용품이 알게모르게 민간 생활에서도 많이 퍼져있는데 반해 인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것도 옛날과 지금이 똑같죠. 여하튼 당시 초창기에 주류를 이루던 것은 가스로 작동하는 방식이 주류였는데 당시 기술 때문에 사용자가 큰 가스 탱크를 메고 사용해야 했습니다. 파워는 확실했지만 이런저런 것 덕분에 다 고가였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하기 힘들었는데 1991년에 일본의 도쿄마루이라는 회사에서 전기 배터리로 작동하는 방식을 새로 개발했고 이것을 계기로 서바이벌이 폭발적으로 보급되었고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당시에 서서히 서바이벌 취미가 넓게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거운 가스 탱크와 호스가 필요없는 전동건의 개발로 이 때 많이들 시작하셨었고 이 때부터 지금까지 하고 계신 분들도 있습니다. 마루이가 내놓은 최초의 전동건이 바로 프랑스군의 FA-MAS F1이었고 훗날 국내의 아카데미과학에서 이 내부구조를 모방해 세계 최초로 영국군의 L85를 내놓기도 했었습니다.
만약의 일이지만 이 때 별 터치가 없었다면 국내 서바이벌이 오늘날처럼 폐쇄적이지 않고, 일본보단 못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선방하는 취미가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만약의 일이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 라고 의문이 드실 겁니다. 90년대부터 이미 탄압이 참 많았습니다.
서바이벌이 아무래도 군대 쪽에 관련된 취미다 보니 몇몇이 실제 군용품을 구해 잡히는 일도 벌어지고 더욱이 지금이나 옛날이나 한국 정부는 총기에 매우 민감한 지라 예의주시를 하였습니다. 그러다 한번 큰 일이 벌어지게 되는데 그게 통칭 '96대란'이라고 하는 사건입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는 바로는 어느 초등학생이 에어소프트 건으로 인해 실명하게 된 것이 원인으로 경찰이 일제 단속을 해 수백 정에 달하는 에어소프트 건이 압수되고 엮인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형사처벌이 되었던 사건이 96대란이라고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의 서바이벌 취미는 직격탄을 맞게 되고 많이들 빠져나갔습니다. 전과자 된 마당에 계속 할 마음도, 그럴 상황도 따라주질 않아 그만둔 분들이 많습니다.
그 이후로도 이런 사건은 계속 벌어집니다. 2004년 경인가에 한 회사원이 인천국제공항으로 AKM 에어소프트 건을 반입하려다 너무 리얼한(...) 퀄리티에 언론이 '실총 반입 적발'로 한동안 떠들었던 사건도 있었고 2007년에 통칭 '창원사태'라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모 샵에서 중국제 에어소프트 건을 밀수해 국내에 판매한 것이 어떤 루트로 적발되었고 관련자들이 많이 형사처벌을 받은 일입니다. 이 때 일로 또 직격타를 맞게 되어 그 이전부터 알음알음 조용히 하던 문화가 더 심해져서 완전히 폐쇄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 사건이 계기라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더욱 문제가 된 게 있는데 현 정부에서 총포법을 개정했는데 에어소프트와 관련된 법규가 강화되었습니다. 관계 법령을 잘 모르시는 분들께 간단히 말씀드리면 그 이전엔 경찰 내에서도 에어소프트로 인한 총포법 위반은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위에 써놓은 창원사태 때도 당시 경찰 내부에선 '할 일 없는 놈들이 괜히 귀찮은 건수를 만들었다.'식으로 돌았다고 들은 바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이런 사건은 해도 본인에게 큰 득이 없었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헌데 총포법이 개정되고 경찰 인사고과도 바뀌어 이전보다 총포법 위반으로 잡아넣으면 득이 더 되게 되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생략). 여러분이 경찰이라도 힘들게 발로 뛰고 현장 잠복하고 고생하는 것보다 인터넷으로 조사해서 기다렸다 한방에 엮어넣는게 편하겠죠? 게다가 둘이 주는 이득이 똑같고요. 현재 법규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이런 정부의 모습과 더불어 각 팀들이 폐쇄적으로 가게 된 큰 사건이 하나 있는데 몇년 전 모 팀에서 게스트(정규 팀원이 아닌 외부인)를 받아서 게임을 뛴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은 모 언론사의 기자였습니다. 이 기자가 당시 다분히 편파적인 보도를 내보내 해당 팀에 큰 위해를 끼친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을 기점으로 생각이 좀 있다 하는 팀들은 죄다 비공개로 가게 되었습니다. 정보 구하기가 힘든 것도 이 일 때문입니다. 물이 고이면 썩게 되는데 저런 일이 터진 마당에 그게 대수일지... 다들 고민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걸로 항상 결론이 납니다.
현재까지 오게 된 간단한 배경은 대강 이러니 관심있으신 분은 참고하시면 좋겠고, 혹시 이거 뿐 아니라 서바이벌 전반에 궁금한 게 있으신 분은 질문 주시면 아는 대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상황이나, 총기류나, 군장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