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조절 지겨워
운동 지겨워
매일 22층까지 계단으로 걷는 것도 지겨워
스트레칭 지겨워
근데 살들은 더 지겨워
살로 축 늘어지는 종아리도
부한 얼굴살도
양반다리 하면 두 눈 뜨고는 못 봐줄 정도로 두꺼워지는 허벅지도
탄력 없는 다리 안쪽 살도
예쁘지도 날씬하지도 않는 라인도
다 지겨워
그만하고 싶어
매일 해야 하는 운동 정해두는 것도 지겨워 막막해
하루라도 운동 안 하면 쓰레기가 되는 기분도 싫어
엄마아빠가 웃으면서 말하는 오늘은 많이 먹는 것 같네, 라는 말에 너무 불안해지는 것도 싫어
너 이렇게 먹어도 돼?라는 말에 불안해지는 것도 싫어
바뀌지 않는 몸도 싫어
노력해도 노력한 보람이 없는 반 년 째 정체기가 싫어
더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
더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이 싫어
더 적게 먹는 건 싫어
심지어 마음껏 먹는 것도 할 수 없어
하루종일 내 체중과 먹을 것과 운동과 칼로리만 생각하는 것도 싫어
노력같을 걸 하지 않으려 하는 내가 싫어
열등감도 질투도 비교도 하기 싫단 말야
지겨워
힘들어
싫어
짜증나
난 왜 이럴까
왜 이렇게 태어났을까
왜 이렇게 못났을까
노력하고 싶지 않아
그냥 이대로 있고 싶어
하기 싫어
하기 싫단 말야
제발 나를 냅뒀으면 좋겠어
나는 나 자신에게 만족하고 싶어
나 자신을 싫어하는 내가 너무 싫어
싫어
싫어
너무 싫어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죽을 것 같아
힘들어
힘들어
너무 힘들어
난 바뀌고 싶지 않아
그런데도 계속 노력하고 싶어
노력해서 원하는 걸 얻고 싶어
도대체 언제까지 노력 해야하는 건데
이 지긋지긋한 짓을 언제까지 해야하는 건데
이 비참하고 짜증나는 기분을 언제까지 느껴야 하는 건데
진짜
너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