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평소 오유를 즐겨보기만 하다 오늘은 너무 답답하고 눈물이 나서
일부러 글을 올리고 싶어 방금 막 가입까지 했습니다. 게시판 성격이 맞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많은 분들 조언도 좋고 따끔한 충고도 좋으니 어떤 말이든 듣고 싶어 올립니다.
그냥 들어주기만 하셔도 좋으니.. 부탁드릴게요.
쓰면서도 주책맞게 눈물이 나네요. 아마 많이 꾸지람 들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개된 공간이라는 특성상
그것마저 각오하고 적는 글이니 많은 질책과 충고 부탁드려요.
길어질 것 같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제목 그대로, 한달반 전에 헤어진 전남자친구로부터 방금 두시간전에 문자가 왔습니다.
자기 결혼하는데 제게 제일 먼저 알려야할 것 같아서 연락했다네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전 그 친구와 다시 기회봐서 재회하고 싶어서, 돈 내고 재회사이트에서 상담도 여러번 받고, 올해 취직시험 합격해서 독립하려 했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시작한 시험공부였는데.. 이젠 노력조차 할 수 없게 됐네요..ㅎㅎ
우선 현재 전26살, 전남자친구는 32살이고 사내연애였습니다. 제가 24살에 회사에 계약직으로 들어왔을 때 만났으니 전남자친구가 30살일 때였네요.
1년 반 동안의 연애를 얼마전 4월에 끝냈습니다.
제가 고백받고 일방적으로 차였고요.
전남자친구는 본인 나이도 있고 어머니 몸도 약간 좋으시고 나이도 있으신데다,
무엇보다 주변 회사 팀원들이 거의 다 결혼해서 아이도 있고 가정을 갖고있어 본인도 결혼을 서두르고 싶어했습니다.
성격이 좋고, 가치관이나 정신이 건강하고 멋진 친구였습니다. 게다가 슬프게도 맺고 끊음 정말 확실한..
1년 반 만나면서 연애 자체는 평범했습니다. 영화보고 크고작게 다투기도 하고 서로 아껴주기도 하고 웃고...
그런데 그 친구는 작년부터 결혼 얘기를 꺼내며, 지금까진 어영부영했었는데 제게 확신이 든다며 꼭 이 연애가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하였고
저도 그 친구를 좋아했는데, 결혼 자체에 대한 환상이 막연하게만 있을뿐 현실적으로 (경제적, 정신적으로) 준비가 많이 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계약직인데다 올해 지방으로 학교에 복학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래도 애매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데다, 한번 직접 제 어머니께 전남자친구를 소개시켰을 때 많이 마음에 안 들어하셨고
바보같게도 중간자 역할을 잘 하질 못해서.. 그 친구에게 상처를 많이 줬습니다.
그뿐 아니라 평소 자존감이 많이 낮고 늘 남들 처지와 비교하고 부러워하며 힘들어하는 제가,
마음 건강한 그 친구에게도 그런 식으로 실수를 많이 했었고..
있을 때 잘하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이제와서 생각이 듭니다.
천하의 바보 멍청이 같지요, 이제와서 그런 후회해봐야...
너무 솔직하게 단점을 많이 보여준 게 흠이었습니다. 그 친구를 만나기 직전이지만, 제가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고,
성폭했을 당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거니와, 저희 가족간 사이가 굉장히 안 좋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습니다.
헤어질 때 제게 그러더군요. 제 부모님은 사별, 남자친구네 부모님은 이혼하셨는데, 헤어질 때 남자친구 왈
넌 우리 어머니 성격을 닮고, 난 우리 아버지 성격을 닮았으니 어차피 우리 결혼해봐야 결국 이혼할 것 같고..
뭣보다 작년까지만 해도 꼭 결혼하고 싶었는데 이젠 너와는 딱히 결혼도 못할것같고 하고 싶지도 않다며..
그렇게 이별을 통보받고 나서, 재회상담을 받고 그 친구와의 재회를 위해 장기적으로 목표를 잡고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순 없었으니.
정식으로 정규직 되고, 학교도 어떻게든 되도록 일찍 마치고 올해 안으로 독립해서 다시 그 친구에게 도전해보기로요.
지금 당장은 그 친구가 원하지 않을 것이고, 다시 만나려해봐야 상황적 문제가 해결이 안되어 아무런 도움이 안 될테니..
그래서 그 희망 하나로 여기저기 학원 등록하고, 나름 열심히 지내면서 회사에서 가끔 마주치는 그 순간을 위해 예쁘게 꾸미고 다니려고 애썼습니다.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위해 일부러 볼일도 없으면서 화장실도 왔다갔다하거나 복도를 기웃거리기도 하고요..
아직까지 지우지 못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sns에 뭐 올라왔나 꼴사납게 염탐도 하고, 가끔 오다가다 얼굴보면서 그걸로 견디고 있었는데..
아.. 글을 적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네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연애만 하는 거라면 틈틈히 기회라도 봐서, 깨졌을 때 대쉬나 해볼 수 있었을 텐데
이젠 정말 그 어떤 노력도 못하게 됐네요..
말로는 구구절절, 너무 축하한다, 예쁜 아기 낳고 신부님이랑 행복하게 잘 살아라, 너 만나서 너무 행복했고 고마웠고 미안했다.. 라고 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파혼해버려라.. 파혼해서 내게 다시 돌아와라, 라고 속으로만 외치고 있네요.
참 현실에는 드라마란 게 없나 봐요.. 기적같은 것들..
너무 충격받아서 지금 말도 잘 안 나오네요..
대체 누구랑 결혼하는 거냐, 언제 하냐, 왜 대체 이렇게 빠른 거냐... 따져묻고 싶은 게 너무나도 많았는데..
예비신부 되실 분이 계시니 실례될까 그렇게도 못하겠고..
아직도 지우지 못하는 사진이며 동영상이며 버리지못하는 물건이며 너무너무 많은데...
저 진짜 나쁜 사람이네요.. 진짜 좋아한다면 행복을 빌어주는 게 당연한 건데.. 행복을 빌어줄 수 있을 텐데..
한때였지만 가장 좋아했던 연인에게 이런 저주를...
그래봐야 아무 것도 안 변하고 제 마음만 문드러지겠지만요..
축의금이나 준비해서 내일 몰래 주려고 합니다. 그 친구 늘 친하게 붙어다니는 팀원 한 분께 몰래 살짝 전달하려고 합니다.
절 초대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게라도 마음은 전하고 싶으니..
4년만나며 거의 결혼까지 갔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해서 처음엔 그 두 사람이 다시 만난 줄 알았는데
맺고끊음 확실하고 다시 안 돌아보는 그 친구 성격상 다시 만난 것 같진 않고..
아마 선을 봐서 똑같이 결혼이 급한 여자분과 만난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요.
저희 회사 분들 중에서 선을 여러번 봐서 거의 한달만에 결혼하셔서 가정 꾸리고 계신 분들이 꽤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그 친구와 형동생 하는 같은 팀 팀원분도 그런 식으로 결혼하였고.. 초스피드 결혼에도 불구하고 잘 사시는 걸로 보아,
만에 하나의 확률로 약혼이 깨질 가능성도 전혀 없어 보이고..
휴.. 이제 결혼한다는 사람에게 축복만 보내줘야하는데, 이제 그만 마음에서 깔끔히 보내주어야하는데
소름끼치게 너무 구질구질하네요.. 이것저것 염탐하고 분석이나 하고 있고.. 파혼하라는 저주나 퍼붓고 앉아있고..
이것은 그냥 미련에 집착이다, 진짜 사랑이 아니라 단순히 이별이 아파서 그런 것일 뿐이다 라고 스스로 되뇌어봐도 잘 안 되네요..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해야 하며.. 그 친구 얼굴은 어떻게 봐야 하며..
노력하고 싶다는 희망도 물거품으로 돌아간 지금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무 바보같죠?
따끔하게 충고든 무엇이든 달게 받겠으니 한 마디씩만이라도 부탁드려요.
구구절절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