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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집 아기
게시물ID : panic_879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ngbi
추천 : 29
조회수 : 5676회
댓글수 : 27개
등록시간 : 2016/05/22 01:5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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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엄마가 섬 그늘에 매음굴 가면 아가는 혼자 남아 진저리 쳤다.
 
바다의 아가리를 수시로 들락대는 뱃사람들은 출항 전과 입항 후 섬그늘에 들렀다.
그곳에서 싸제끼며 제 목숨 붙어 있음을 실감했다.
 
엄마가 항구가 된 사이 아가는 오줌 싼 곳에 다시 오줌을 싸 제꼈다.
똥 위에 똥을 얹었다.
아가는 출항하는 배의 기적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했다.  
 
아가를 돌보아 줄 이 아무도 없어 엄마는 튼튼한 빨랫줄을 샀다.
천정에 묵직한 쇠못을 박았다.
아가 몸뚱이와 천정의 생채기 사이 빨랫줄을 이었다.
아가가 움직일 때마다 동맥이 꿈틀대듯 핏빛 빨랫줄이 요동쳤다.
 
엄마는 해가 뉘엿해지면 섬 그늘로 출발했다.
아가는 엄마 걸음으로 한 보폭 남짓, 아무 물건도 손에 닿지 않는 범위에 묶였다.
  
아가는 분뇨 방석에 앉아 제 오줌으로 목 축이며 온전치 못한 발음으로, 음므.
 
아가 목청이라 여기기 힘들 만큼 새된 소리였다.
지르다 제 소리에 경기하고, 경기하다 진이 다해 나자빠지면 헛것들을 보기도 했다.
아가의 환상에서 음마는 온몸에 못이 박힌 채 천정에 붙어 있었다.
불어 터진 음마 젖에서 풋내 나는 핏방울이 뚝뚝 흘렀다.  
 
엄마는 아침이 되면 부리나케 집으로 뛰어왔다.
혼절한 아가를 일으켜 더운물로 벅벅 씻기고 서둘러 젖을 물렸다.
빠는 힘이 약해 거의 억지로 목구멍에 흘려 넣어야 했다.
아가 사타구니에 습진 마를 날이 없었고, 고추에 늘 누런 때가 꼈다.
  
엄마에겐 도리가 없다. 기절로 잠든 아가를 살포시 흔들며 둥기둥가.
밤이 되면 엄마는 다시 섬 그늘로 갈 테다.
 
일 다녀올게, 라는 말이 이상해서, 돈 벌어올게, 라는 말도 이상해서,
어떤 식으로 말해도 이유들이 전부 이상해서,
엄마는 굴 따러 다녀올게, 인사하기 시작했었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가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파도가 섬을 삼킬 듯 높아도 엄마는 굴 따러 간다.
 
태풍이 올 때면 뱃사람들은 한층 열에 들뜬다.
갑자기 악화된 기상에 동료 한 둘 잃은 경험쯤이야 배 타는 사람들에겐 예사다.
 
바다는 사람을 먹고 사람은 바다생물을 먹으니 어쩌면 공평한 거래 일지 모른다.
언제 휩쓸려 사료가 될지 모를 뱃사람들의 불안은 이처럼 태풍이라도 오는 날이면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친다.
그 맘보다 격렬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찰나의 생동을 얻는다.
좁은 섬에서 거친 사내들을 위로할 만한 건 그 외에 거진 없으니.  
 
파도는 예사 절정이 아니다.
유독 안달 난 사내들 허리춤에 굴 따는 시간이 길어진 엄마는
평소 잘 가지 않던 둑방길로 내질러 달린다.
 
지름길. 아가 묶인 섬집으로.
 
파도의 발정이 엄마의 색기에 홀렸던가.
순식간에 덮쳐 영영 제 품에 안는다.
그러고는 사정 후 시들해진 사내처럼 태풍은 순식간에 사그라든다.    
 
파도 소리가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아가 귀에 닿는다.
파도에 실린 엄마 소리가 아가 귀에 닿는다.
 
엄마가 앞에 있는 것 같은데, 흰자위가 뒤집어진 아가는 볼 수가 없다.
엄마는 가만히 팔 베개를 해 준다. 아가는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든다.
파도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든다.
 
아가는 더 이상 빨랫줄에 묶여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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