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학교 때부터 오유를 해와서 이제는 어느덧 30살 아재가 된 유저입니다.
(오유에 질러놓은 흑역사 게시물들을 지우기 위해 탈퇴했다 재가입한 건 안자랑...)
다름이 아니라, 오래전 부터 생각해왔던 오유의 찬성/반대 시스템에 대한 제 나름의 개선안을 말씀드리기 위해 게시물을 파 보았습니다.
리즈 시절 처음 오유를 접할 때
아햏햏과 외계어가 판치던 시절에 그나마 점잖고 서로 존중해주는 분위기의 오유가 마음에 들었고
그러한 오유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찬성/반대 시스템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찬성/반대를 사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꽤 있는 것 같지만,
그 때 당시에는 유저들의 자체 반대를 통해서 똥글, 악플을 자정하는 사이트가 그닥 많지 않았고,
때문에 이 찬성/반대는 오늘날의 오유를 있게 해준 1등 공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찬성/반대(지금은 찬성/비공감) 시스템은
마음에 들지 않는 글이나 내 의견과 맞지 않는 글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게 비수를 꽂을 수 있게 만듦으로서
오유 내에 논쟁거리가 있을 때마다 여론이 한쪽으로 극단적으로 치닫는 데에 일조하기도 했고,
또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반대 폭탄으로 상처를 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보님도 기존의 반대를 조금 순화해 비공감으로 대체했지요.
하지만 아무리 비공감으로 대체했다고는 해도 기본적인 기능이 기존의 반대와 같고
또 블라인드나 베스트 등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쓴이들이 비공감을 단순히 '너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지요.
때문에 제가 제안하는 것은
기존의 찬성/반대의 이분법적 평가를
찬성/비공감/반대의 3단계로 다원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구상한 3단계 시스템은 다음과 같습니다.
좋아요 (혹은 추천): 기존의 추천과 정확히 일치하는 기능입니다. 글쓴이의 의견에 동감하거나, 자료가 재밌을 때 누르는 것으로, 일정 이상의 추천이 쌓이면 게시글은 베스트로 이동하고, 댓글은 푸르딩딩해지며 메달을 얻습니다.
글쎄요 (혹은 비공감): 말 그대로 '나는 글쓴이의 의견에 공감할 수 없다.'를 나타내는 의사 표현입니다. 현재의 비공감과는 달리, 비공감을 아무리 많이 받더라도 게시글이 베스트에서 탈락하거나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지 않습니다. 글씅이에게 단지 '아, 내 의견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에 대한 레퍼런스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건전한 토론에서는 무작정 반대를 누르는 것보다 이 '글쎄요'를 누르는 것을 권장해야겠지요.
싫어요 (혹은 반대): 단순히 글쓴이의 의견에 반대한다고 해서 누르는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화법에 중대한 문제가 있거나 (예컨데 성희롱적 요소라던가 차별적 요소)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 만하다고 생각되지만 그 정도가 신고까지는 아닐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게시글의 경우 사유를 반드시 작성해야 하고, 그 사유는 댓글이 아니라 게시글 아래 별도의 박스에 표시됩니다. '싫어요'가 일정 이상 쌓일 경우 게시글은 베스트에서 탈락하고, 댓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사람들이 '싫어요'보다는 '글쎄요'를 누르는 것을 조금 더 유도하기 위해 아이콘의 크기는 글쎄요보다 약간 작습니다.)
신고: 지금처럼 정말 중대한 신고 사유(욕설, 허위사실 유포, 초상권 침해, 음란물 유포 등)가 있을 때 누르는 버튼입니다.
이렇게 지금의 비공감을 다시 2단계로 나누어
하나는 취지 그대로 토론에서 의견의 불일치를 나타낼 때 사용하고
다른 하나는 정말 반대의 필요가 있을 때 누르게 한다면
지금처럼 하나의 글이나 의견에 대해 단체로 비공 폭탄을 먹이는 일이 다소 줄어들 것이며,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도 조금 더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