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치에서 공동체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시켜야하는가에 대한 이념을 제하고 보면, 남는 건 오로지 금전만능주의적인 욕심 뿐입니다. 나에게 얼마나 벌어다주느냐가 곧 표심이 됩니다. 가장 민주적인 선거더라도 별 수 없습니다.
'탈이념'의 다른 이름은 '정치철학의 부재'입니다. 이른바 '이념화'를 피한다는 건 정치혐오에 편승하여 무지함을 덮기 위한 기만적 궤변입니다. 정치가 옳고 그른 것을 가리지 않으려 들지 않으면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것들이 들어와 그 공백을 채우게 됩니다. 수많은 '팩트'들이 맥락을 잃은 채 선택적으로 인용되게 됩니다. 의로움이 그 가치를 잃으면 선한 얼굴을 한 나약한 개인들이 가장 악랄하고 이기적인 승냥이가 되어 나돌게 됩니다.
王亦曰仁義而已矣 何必曰利. 맹자가 양혜왕에게 던진 질문이지요. 정치인들이, 그리고 정치인들을 선택하는 우리가 꼭 곱씹어봐야 하는 구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