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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졸업예정 학부생이 말씀드리는 학내 분위기
게시물ID : science_59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양궁
추천 : 11
조회수 : 1413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6/05/21 17:31:45
0. 
10학번으로 입학해 복수전공이니 휴학이니 하며 늦깎이로 이번 학기를 마치고 학부를 졸업합니다. 동기중에 올해 박사를 들어간 친구들도 있고 석사를 들어간 친구들도 있고, 군대갔다와서 이제 졸업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전문연 폐지로 말이 많습니다. 특히 박사전문연 특례에 관해선 여러가지 댓글들을 읽어봤고 논란이되는 사항들에 관해서 그리고 그에 관련된 제 주변인들의 견해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진지하게 교수직을 바라보며 연구자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은 극소수입니다. 

사회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학벌이 성공을 좌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가지고 태어난 것, 자본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 사실을 많은 카이스트 학생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장래에 대한 불안함이 가득합니다. 그 불안은 아직 졸업도 못한 학부생들이 대처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석사 진학은 그 불안함의 영향도 상당부분 있습니다. 일단 진학을 하며 더 알아보자는 판단인거죠. 카이스트는 학부와 대학원이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 되어있고 학부때 대학원 과정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리스크를 줄이는 익숙한 방향을 선택 하는거죠. 진지하게 연구자로서의 career에 흥분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말 연구가 적성에 잘 맞아서 선택한 것이다 한들 주변에 바로 취업을 하는 사례가 별로 없으니 판단의 폭이 협소하기도 하구요.


2.
물론 대기업은 많이 갑니다. 그러나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요.

학벌주의 타파는 한국 사회의 큰 이슈입니다. 그리고 대기업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점점 출신학교와 학점을 보지 않고 그들만의 인적성 평가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KAIST라는 네임밸류를 가지고 취업문을 두드렸던 학생들이 현재 죽을 쑤고 있습니다. 인적성 평가가 어렵다거나 사실은 KAIST학생들이 그렇게 똑똑하지 않다는 사실의 증명이 아닙니다. 제가 봐왔던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KAIST 학풍은 상당히 살벌합니다. 거의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밤 열한시까지 수업과 연습반이 있고 잦은 조별과제와 프로젝트들이 있습니다. 대신 취업준비에 관해서는 학생들 스스로가 전부 감당해야 합니다. KAIST의 학풍은 극도로 학문적입니다. 토익스터디? 취업스터디, 면접준비? 그런 모임이 만들어지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4학년내내 인적성시험을 준비하고 스펙을 쌓고 학교차원에서 취업준비를 도와주는 여타 대학생들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3.
박사 전문연을 폐지하면 대학원 갈 이유가 사라진다?

상당수의 제 지인들이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1]번 항목의 연장선이기도 하지요. 박사학위를 따는 선택에 대한 기회비용은 간단한 계산으로 결론이 나옵니다. 거의 서른 가까이 용돈벌이 정도의 돈을 받으며 연구실에서 풀타임 근무를 해야합니다. 만약 군복무를 마치고 스물여섯에 바로 취업을 한다고 했을 때, R&D부서로 취업을 하기는 힘들지만 대학원을 선택한 동기들보다 대단히 큰 차이의 금전적 여유를 가지게되며 경력도 가지게 됩니다. 결정적으로 박사들의 취업폭은 대단히 좁기에 평생 같은 업무만 반복하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들을 고려했을 때 그동안 한가지 큰 이유가 되었던 박사전문연이 폐지된다는 것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4.
그럼 요새 학부생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가.

혼란 그자체입니다. 공무원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이 늘었고 변리사, 의전, 치전준비를 합니다. 다들 우스갯소리로 가능하면 빨리 한국을 뜨고 싶다고 합니다. 그와중에 정부는 청년창업 활성화 정책이랍시고 학내에 창조경제혁신센터도 들여놓고 여러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피해를 크게 본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서카포 합동으로 창업캠프 프로그램을 열어서 학점도 준다지요. 이게 무슨 망발인지 모르겠습니다. 


5. 
나랏돈으로 공부시킨 인재들의 이 배은망덕한 행보에 대하여

다들 자기가 먹고살 걱정이 앞서는 시대 입니다. 카이스트라도 그 예외가 될 수는 없게된 것입니다. 


6. 어차피 기회만 된다면 외국으로 빠지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키워서 어디다 쓸 것인가? 박사 졸업하고 해외기업으로 빠져버린다면 도대체 병역특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학원생들은 그 과정에서 의무를 갚고 있습니다. 겨우 용돈 남짓의 돈을 받으며 대학원생들이 써낸 SCI급 논문은 한국 대학원들의 연구능력평가 지표가 되며 각종 산학협력 연구들은 여러 방향으로 국내 R&D의 발전을 돕고 있습니다. 어차피 삼성 반도체 이사들마저 중국이 돈주고 빼가는 현실입니다.그런 와중에 갖은 고생을 하며 박사학위를 딴 이들에게 그 이상의 애국심을 종용하는 것이 약간 터무니없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들의 연구능력이 필요하면 합당한 대우와 돈을 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FIN .
한국 청년층을 관통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나마 학구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던 학교들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의 위축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됬건 그 불안함을 공유하는 집단에는 많은 상위권 대학들 또한 포함되어있고 금수저가 아닌 이들간의 밥그릇싸움은 당면한 문제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싶어 글을 작성했습니다. 



출처
보완
2016-05-22 01:27:52
6
제 주관에 의해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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