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조승희 사건와 이번 사건의 모든 정황을 각각 비교할 만큼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추호도 조승희나 이번 사건의 범인을 동정하려는 의도도 일절 없음을 말씀드립니다.
정말로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에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두서 없이 몇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벌써 9년이 지났네요.
저는 당시 버지니아 공대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정말 충격이었죠. 처음엔 범인이 중국인이라고 나오다가 결국엔 한국국적을 가진 영주권자 조승희라고...
당시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던 한국인 학생들이 여럿 있었는데, 우리 이러다가 린치 당하는것 아니냐 등등 정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감사하게도 교장선생님께서 저희 한국학생들을 따로 모아놓으시고는 "아무도 너희들에게 해코지하지 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이 미국이란 곳은 그런 곳이 아니다" 라고 안심을 시켜주셨죠.
다음날 채플에서도 희생자들과 조승희의 명복을 비는 기도를 다같이 했고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수업중에 분위기 파악 못한 한 녀석이 "한국인들 열받게 하지마, 쟤네들 다 우리 쏴 죽일거야" 라는 말을 뱉었다가 바로 정학을 먹게 되었습니다. (나중엔 여차저차 다른 일들도 겹쳐 퇴학까지 당했죠)
당시 제 기억엔 주미 한국 대사가 한인교회에서 이 사건 관련해 '한국인으로서' 미국인들에게 유감의 뜻을 밝힌다라고 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어요. 참고로 대다수 미국인들은 대사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사실상 미국에서 자랐고 거의 미국인이 된 사람이라면서 책임이 있어도 미국 교육체계의 책임이라며.
사실 버지니아 공대 사건과 강남역 살인사건의 공통점은 딱 하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정말 큰 공통점이죠. 바로 평소 여성(조승희의 경우 짝사랑하던 여성+ 주변인)으로부터 무시당해왔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나를 무시하는 집단에 대한 혐오를 가지고 이런 극악무도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죠.
네 강남역 사건의 경우 여성혐오가 맞고 심지어 약자인 여성을 노린 계획범죄라는 점도 동의합니다.
여기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네 저 새끼 나쁜놈 맞고 ㅁㅊ놈 맞다 이겁니다. 그리고 이 사회에서 약자라고 느껴지는,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모든 약자들을 보호하는것에 초점을 맞춰 사회적 구조, 치안망을 개선해야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도 믿는 사람입니다.
허나, 피해자를 줄이려면 잠재적 피해자들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잠재적 가해자들을 어떻게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냐에 대한 논의도 못지 않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버지니아공대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장면이 있었습니다. 바로 일부 학생들이 조승희의 명복을 빌며 "혼자서 많이 외로웠구나. 우리도 미안해" 라는 메세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고나서입니다.
네, 그 사건 직후 미국에선 어떻게 하면 이런 가해자가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전 컬럼바인 총격사건, 향후 노르웨이 테러, IS로 간 젊은 유럽 청년들의 경우에서도 나오지만, 이 외로운 늑대(Lone wolf) 문제를 어떻게 방지하고 해결할 것 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어지게 됩니다.
저들이 저런 망상에 빠져 약자들을 혐오하는걸 우린 완벽히 막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릇된 판단을 하고 수면 밖으로 나와 이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이 '외로운 늑대'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고 국가및 사회적 차원에서 이들을 치료하고 갱생시켜 사회의 정상적인 일원으로 되돌려놔야 이런 일들을 방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 외로운 늑대하니 또 멀리 갈 것도 없네요. 국내에서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뿐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 IS김군도 여성혐오에 빠져 IS행을 택했습니다.
며칠전 강적들에서 표창원 당선인께서 하셨던 말씀을 빌려서, 절도 같은 일반 범죄 말고 욕구와 충동에 의해 벌어지는 성범죄(이 경우도 정신이 온전치 않으니 이성적으로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다고 봅니다)를 예방하려면 강력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그 범죄의 메카니즘을 들어가서 파해지고 올바른 인식을 심는 교육과 캠페인 등을 통해 그릇된 인식을 고치게 해야한다는 겁니다.
특정 그룹들이 아젠다를 가지고 "너넨 무지하니까 우리가 너희를 계몽시켜줄게" 혹은 "니네가 우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계몽이야!" 등 상대방을 낮춰보거나 감정에 치우친 발언들을 외쳐대다간 더 많은 혐오와 그릇된 판단만을 재생산 해낼 뿐이라는 우려가 듭니다.
두서없이 쓰다보니 엉망이고 길어만 졌네요.
다시한번 이번 사건의 피해자 여성분께 진심으로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