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글을 역주행하다가 일베회원이 분홍 코끼리 탈을 쓰고 가 폭행당하는 (사실 '폭행'의 수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탈 벗으라고 잡아당긴것 같은데.) 영상을 봤습니다.
결론만 말하면, 이건 분홍코끼리 그사람이 잘못한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를 하며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가령 다크o울 2가 1,3에 비해 스토리가 이어지는 느낌이 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끼어들며 "야, 근데 이번에 오o워치때문에 사o퍼즈 유저 다 나간다고 하는건 사o퍼즈 운영진의 운영 미스를 감추려는것밖에 안되지 않냐?"라고 하는 것처럼요. 따지고 보면 어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그냥 베스트에서 보이는대로 게임 붙였습니다. 사o퍼즈하고 오o워치간의 관계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기분나쁘실 유저분들께 죄송합니다.) 일단 분명 끼어든 그 사람은 현재 이야기와는 전혀 맞지 않게 엉뚱한 이야기를 한 거죠.
분홍코끼리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있던 공간은 그냥 길이 아니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피해자분을 추모하기 위해(동시에 강남에서마저 혐오살인을 당하는 낮은 여성의 사회적 인식에 경종을 올리기 위해, 등등도 있겠습니다만 이런걸 이야기 하려는게 아니니까 이 괄호 속에서만 언급하고 말겠습니다.) 진행하고 있던 행렬이었지요. 그 분홍코끼리 일베회원이 얼마나 같잖게 훌륭한 행동을 했건 간에, 설령 자기가 들고 간 피켓에 주토피아 운운하는 글이 아니라 다른 글이 쓰여있었다고 해도 그 사람의 행동은 이미 행렬을 하고 있던 사람들 입장에선 '끼어들기'에 해당하는 셈이었습니다. 언행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이미 충분히 뜬금없는 행동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그 행렬이 단순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아까 말했지요, '추모'였다고. 게다가 그의 글을 요약하자면 '남성을 범죄자로 몰아가지 말아주세요'였습니다. 일단 그 일베회원이 그 자리의 목적에 반대하기 위해 그런 행동을 취한 순간, 그들의 행위는 '추모'에서 '몰아가기'로 바뀐 겁니다. 혹여 "추모 행렬 중에선 성대결/갈등을 조장하는 이들이 분명 있었잖아요?"하고 말씀하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하지 말라'고 하기 위해 '일부를 전체로 일반화하는 행위'부터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과는 관계 없이 행렬의 주 목적은 남성을 여성의 대립자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님을 여러분들은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으시잖습니까?
위 상황에서, 그 분홍코끼리의 행동은 단순히 뜬금없는 것을 뛰어넘어 무례한 행위가 됩니다. 언어만 경박하지 않았을 뿐, 그의 행위는 첫째로 사람들의 행위 속 본질을 훼손시키고, 둘째로 그들의 목적을 폄하했으며, 셋째로 목적성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해 훼방을 놓기까지 한거죠. 이 과정에서 (폭력이 이루어지는걸 온당하다고 여기고 싶진 않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분노를 가지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