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흥미로운 영화였어요. 보고나서 리뷰를 찬찬히 읽어보니 토속신앙, 혹은 종교적으로 해석하신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저는 아무래도 무교라 그런가.. 신앙 관련 배경지식이 빈약해서 그정도까지 해석은 못했어요 ㅎ
그냥 저한테 뜨겁게 다가왔던 부분은,
인간이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고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것.
인간의 절대선(?)이라 생각할 수 있는 모성애 혹은 부성애 조차도 다른 사람을 죽이는 악한 결과를 가져왔죠. (일본인이 진짜 나쁜 사람인가 아닌가와 상관없이 어쨌든 살생을 했다는 점에서.)
아빠는 일본인이 절대악이라 확신했지만 신부님도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느냐고, 무명도 '딸의 아비가 남을 의심해서' 딸이 아프다고 하는 등, 계속해서 인간이 갖는 확신의 기반이 나약하다는 걸 알려주는 거 같았어요.
마지막에 아빠가 집으로 지금 갈지 말지, 무명과 일광의 설득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도 인간이 흔들리기 쉬운 불완전한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아빠가 닭이 세 번 운 후에 갔는데 이미 가족이 다 죽었다는 결말로 끝났어도, 우리가 숙고에 숙고를 거쳐 선택할지라도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음. 고로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임. 라고 느낀 제 소감은 같았을 거 같아요.
전 무명이 선한 쪽, 일광이 악한 쪽이라 생각하지만 그 반대였더라도, 혹은 선악 자체가 모호하더라도 우리가 수 없이 겪을 선택과 결정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지만 또한 그렇기 때문에 결과에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는 영화라고 봤어요. 그래서인지 전 결말도 굉장히 깔끔다고 느꼈고요.ㅎ
혼자 봤는데 다시 한번 보고싶네요. 다른 분들 리뷰하신 것 읽어보니 제가 놓친 디테일이 되게 많더라고요. 여러븐도 즐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