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새벽, 인터넷으로 참 충격적인 뉴스 속보를 보게 되었습니다. 스물 세살의 여성이 강남역 옆 노래방 화장실에서 살해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도 저희와 똑같은 대학생이었을 것이며, 똑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한 정신병자때문에 그 꿈은, 그 삶은 무참히 그리고 너무나도 허무하게 짓밟혔습니다.
수요일 아침 수업시간에 옆에 앉은 친구에게 얼마나 참혹한 사건이냐면서 슬퍼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나니, 범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세상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트위터와 페북을 비롯한 인터넷에서 조금 다른 주제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범인의 말이 화근이었겠지요. 인터넷은 온통 우리사회에 만연한 '여혐'을 문제삼고, 남녀 편가르기 싸움이 한창입니다.
강남역 포스트잇에는 심지어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라는 글귀가 붙었습니다.
이 사건만큼 양성 갈등을 조장한 사건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가 뜨겁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이성혐오의 감정이 이렇게 뿌리깊게 박혀 있었나 싶을 정도로 현재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살女주세요 넌 살아男았잖아" 라는 글귀부터 시작해서, 강남역에 설치된 화환에는 "고인에 대한 명복을 비세요 여혐범죄 아니라고 지랄하지말고"라는 글귀도 있었습니다.
희생당한 여성분을 도구로 대한민국은 성대결에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남자'정신병자가 여자에 대한 혐오감으로, 세상에 대한 혐오감으로 '여자'를 죽인건 맞습니다.
하지만 남자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아닙니다. 일반 남자들이 성차별을 옹호하고, 성폭력을 옹호하고 조장한 적은 없지 않나요?
그 정신병자로 하여금 여자를 죽이게 하는 어떤 문화나 분위기를 조장한 것도 아니지 않나요?
왜 남자들이 자기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미안해야하며 또 왜 앞장서서 여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해야하나요.
조승희가 인종차별에 대한 피해의식때문에 미국 백인들을 죽였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때 한국인들은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며 미국 국민들에게 사죄했습니다.
그때 미국인들은 조승희는 조승희고 그가 한국인인것은 한국과 전혀 상관없다고 그들은 한국인이 사과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죠.
또, 보육교사의 원아폭행 사건이 이슈화 되었을때 역시 성대결 프레임이 씌워지지 않았습니다.
왜냐? 그건 그 정신나간 보육교사 하나의 문제였기 때문이죠.
이 사건의 본질은 남자VS여자의 성대결이 아닙니다.
수사본부에서도 여혐사건이 아닌, 정신분열증 환자의 범죄라고 발표했고,
표창원씨 역시 여성혐오에 의한 범죄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말씀하셨고,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여성혐오보단 약자를 노린 사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정신질환자의 범죄 대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미 수 차례의 병원치료 기록이 있는 중증 정신분열증 환자가 저지른 사건입니다.
환자의 자유권을 어디까지 침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라서 제가 감히 선을 정할 수는 없고,
다만 법안 발의 등을 통해서 국회에서 해결할 사안이라고 보입니다.
이 외에도 화장실에 비상벨을 의무적으로 설치한다든지 보다 더 구체적인 재발방지에 힘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