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후각이 뛰어났다. 누구보다 먼저 냄새를 맡았고, 희미한 냄새도 내겐 크게 느껴졌다. 예를 들어, 비 오기전에 습한 냄새, 흙 냄새, 풀 냄새 자연적인 냄새를 비롯해서 길을 걷다보면 풍겨오는 다양한 음식냄새와 사람들의 화장품, 향수, 스킨냄새, 땀냄새 샴푸냄새, 담배냄새 등등 다양한 냄새와 향기를 민감하게 느끼고 맡았다. 이 다양한 냄새 중에 제일 싫어했던 냄새는 "향수"냄새였다. 지금까지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향수냄새는 내게 악취였다. 코를 찌르는 인위적인 냄새여서 그런가? 하여튼 난 향수 냄새가 제일 싫다. 반면에 제일 좋아하는 냄새는 샴푸향기다. 4년전에 여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다양한 추억을 선물 해준 그녀의 샴푸향기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처음으로 여자와 단 둘이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던 그 날. 영화관에서 내게 귓속말로 영화 내용을 물어볼 때 그 때 은은하게 느껴진 그녀의 샴푸향기는 지금까지도 날 설레게 만들어 준다. 길을 걷다 그 때의 향기가 느껴지면 황급히 뒤돌아 보지만 역시나 그녀는 아니다. 이제는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존재이기에, 가끔은 내 후각이 밉다. 떠올려서는 안되는데 자꾸 떠올리게 된다. 4년전 향수에 젖어있다가 보면 하루가 의미없이 끝나곤 한다. 그녀의 향기와 그녀와의 추억들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내 후각과 내 기억속에서 잊혀지지 않다는 걸 난 알고 있다. 그래서 난 나의 후각이 밉다. 향기는 아름답기도 하며 두렵고 무섭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