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려나 모르겠습니다. 5월 그날이 다시오면, 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다 기억은 안 나는데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들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왜 찔렀니, 왜 쏘았니..."
그런 가사일 겁니다.
"두부처럼 잘린 젖가슴"이라는 표현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국민학교 마지막 세대쯤 되는데 광주에서 졸업했습니다.
당시 저희들은 그 노래를 부르며 놀았습니다.
물론 아무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냥 "소령, 중령, 대령은 콘돔을 쓰고....." 어쩌고 하는 그런 노래와도 같은 취급이었죠.
여자애들은 '5월' 노래로 고무줄 놀이도 했습니다.
그 애들도 별 생각이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요즘에야 그 노래의 의미를 떠올리게 됩니다.
5월 그날이 다시 올때마다 찾아오는 참담함때문입니다.
그날을 기리며 가슴에서 붉은 피같은 열정이 솟아나는 대신,
그날을 자랑스러워하며 가슴에서 붉은 피같은 뿌듯함이 솟아나는 대신,
폭동이라는 글에 붉은 피같은 분노가 치솟고,
유공자 호위호식, 다른 곳은 민주화 운동 안 했냐.... 그런 글들에 붉은 피같은 참담함이 치솟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야.
그래, 오유 게시판엘 가자. 가서 위로 좀 받자.'
그런 마음으로 어제부터의 글들을 읽었습니다.
5.18에 관한 추모보다는 거기에 참석한 정치인들이 더 큰 관심이더군요.
'그래, 말 그대로 시사 게시판이잖아. 현실정치 중심이고. 이정도면 충분하지.'
제 욕심을 탓하며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하지만 문재인씨를 홀대해서 스스로를 비호감으로 만든다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참담했습니다.
518 기념식의 주인공은 문재인이 아니라 유족, 혹은 유공자들과 그 가족들이며 나아가 광주 시민들입니다.
그들이 노무현을 홀대하건 김대중을 홀대하건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 아주 공감 못 할 건 아니다. 자신의 지지 대상이 홀대받으면 나라도 기분나쁘겠지.'
그 참담함을 누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 당 지지 운운하며 '민주화의 성지' 뱃지를 떼라는 댓글을 보았습니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다 같은 나라의 군인에게 수천명이 학살당했습니다.
그렇게 수천명이 학살당한 이래로 계속, 지금까지 조롱당하고 폄하당하고 차별당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얻어낸 명예입니다.
그 명예와 특정정당 지지가 무슨 상관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그 개같은 논리가 '호남만 민주화 운동했냐?'라는 일베 논리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몇몇 만의 문제라고요?
아니요,
그 댓글을 지적하지 않는 우리들, 나아가 말없이 동조하는 모두의 문제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화가 사라지지 않아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새벽의 감정에 취한 글이니 너무 탓하지들 말아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