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저희 부부는 둘 다 그냥 딱 호주 평균 소득정도 올리는 30대 중후반 월급쟁이 유리지갑들입니다.
29개월 된 아이 하나 있고, 엄마아빠가 둘 다 일하다 보니 애는 주 5일 어린이집 갑니다. 9 to 5로요.
차한대 있고, 사는 집은 렌트지만 투자용 부동산 하나 있고요.
매일 출근해서 성실히 일해서 성실히 벌어먹고 살고, ATO(호주국세청)도 성실히 세금 뜯어가고 있고, 주말도 성실히 챙겨서 쉬고요.
앞으로 더 열심히 일하고 경력이 쌓이면 소득이 더 늘 수는 있겠지만, 애도 하나 더 낳고, 애들 커가고 하면 지출도 커질 것이기 때문에 생활 수준이 뭐 여기서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은, 큰 돈은 못벌어도 돈이 크게 아쉽지도 않은 극강 평범 피플입니다.
호주의 사회복지는 나름 좋다고 소문이 나있습니다. 각종 보조금에, 보장에, 혜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정도의 평범함만 갖춰도, 혜택이 거의 없습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Family Tax Benefit(아이 키우라고 주는 보조비-쉽게 말하면 분유, 기저귀, 간식값?)은 애가 하나 있을 경우(12세 이하), 부부 합산 소득이 10만불을 조금 넘어서면 0가 됩니다. 즉 저희가 받는 Family Tax Benefit은 0입니다. 두명이 full time으로 일하면서 합산 소득 10만불 안넘기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사회 초년생 부부가 아니라면..
-Child Care Benefit(보육비 지원-어린이집, 유치원비 지원)역시, 지금까지는 income threshold를 넘어서 안나왔습니다만, 제가 올해는 연봉이 좀 줄어서 아마 조금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안습ㅜㅜ). 그래봣자 $10/week 안될거 같네요. 어린이집은 $540/week이니 큰 의미 없네요..
-Child Care Rebate(같은 보육비 지원) 이건 소득 상관없이 누구나 1년 $7,500 줍니다. 떼거지던 떼부자던 애 있고 어린이집 보내면 1년 $7,500 나오는거, 이건 받네요.
-Rent Assistant(주택 임대료 보조) - 안나옵니다.
그 외 각종 보조금(실업수당, school kid bonus등)이 있지만 저희한테 해당하는건 이 정도 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면, 두사람이 맞벌이로 평균 소득 정도 올리면, 누구나 주는 Child Care Rebate $7,500/year 제외하고는 받는게 거의 없습니다.
뭐 좀 아쉽긴 하지만, 내힘으로 벌어먹고 살며 세금내고 애키우고 하니 크게 억울하거나 이런건 없습니다. 다만 세금내고 집세내고 어린이집 돈내고 하면 저축을 하기는 쉽지 않네요. 그래도 수퍼(연금)가 쌓여가니, 크게 노후걱정을 하지는 않습니다. 노후가 아직은 좀 먼 얘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의외로 돈을 주는 곳이 있습니다.
대한한국 보건복지부네요. 우리 딸 성실히 매달 10만원씩 벌고 있습니다. 처음 태어났을 때 20만원이었는데, 지금은 두돌 지나서 10만원으로 줄었네요
돈 준다니 받긴 받습니다만, 안줬으면 좋겠습니다. 돈이 싫어서가 아니라, 나 말고도 쓰일 곳이 많을 것 같아서 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싫어하는 교민 분들 분명 있겠지만요.
재외 동포까지 챙겨주니 너무 고맙습니다만, 넣어 뒀다가 이 돈이 진정 필요한 곳에 쓰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이 아무리 떠나온 나라이지만, 생활고로 인해 자살 이런 기사 보면 진짜 심쿵합니다. 이 돈 줄여서, 복지 예산 없애지 마시고 다른 좋은 곳에 써주셨으면 좋겠네요.
이 돈 분명 없앤다고 기사 본 것 같은데, 아직 들어오고 있네요.
복지의 목적은 사회 구성원 중 너무 처지는 사람이 없게,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써의 품위는 잃지 않게, 쓰레기통은 뒤지지 않게 해주는데 있다고 봅니다. 모두가 잘살기 위함이 아니라, 너무 못사는 사람은 없게 하는데 중점을 둬야 하며, 개인적으로는 호주 복지의 방점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외벌이 가정의 경우, 소득이 저희보다 반토막이 되겠지만 이것 저것 보조금 혜택이 많아지니까 생활 수준의 차이는 맞벌이 가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맞벌이 가정이 경제적으로 조금은 낫겠지만요.
지금 저희 가족이야 별로 받는게 없고 세금만 몇만불을 내지만, 호주에서는 적어도 폐지 줍는 노인이나 생활고로 자살하는 경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시티 나가면 홈리스나 거지는 종종 있습니다. 얘들 보조금 받으러 센터링크 가기도 귀찮아서 이러고 산다고하네요.
현대 사회는 경쟁사회입니다. 호주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습니다. 승자들이야 알아서 잘 살 것이니 신경쓸거 없고, 패자가 너무 비참해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것이 복지의 역할인 듯 싶고, 한국 복지가 나아가야할 방향인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중산층이 탄탄해야하는데, 솔직히 갈길이 멀어보입니다. 저희한테까지 주는 10만원은, 아직 복지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시행 착오였으면 좋겠네요.
호주가 다 잘한단 얘긴 아니에요. 얘들도 삽질 참 많이합니다.. 이번엔 GST(부가세)를 10%에서 15%로 올린다고 얘기 나오던데, 참 쉽고 비열한 징세죠. 차라리 부동산 양도세를 신설하면 몰라도...
뭐라고 마쳐야 할지 몰라서 쓰는 뻔한 결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이며, 구라이며, 개소리이며, 사기다. 차라리 한다고 하지를 말고, 할거면 제대로 좀 해라.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