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 내가 저 모래를 보지 못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난 이미 미끄러지고 있었다.
나무에 가려진 코너라고 굳이 변명은 해보지만, 모래가 잘 모이는 지형인걸 알아차렸어야 했다.
"몸을 모으고, 굴러."
라는 교육을 받은 나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돈지X를 해서 장만한 보호구를 믿고 그저 굴렀다.
한 서너바퀴쯤 굴렀을까. 단 0.5초만에 내 몸에대한 자가진단을 마친 나는 부상 0%라는 기쁨을 누릴 여유도 없이 한 곳에 시선을 빼앗겼다.
"왜 나는 멈췄는데, 이렇게 멀쩡히 멈춰있는데, 어째서 너는 아직도 미끄러지고 있느냐 이것아. 반짝반짝 스파크까지 튀기며 가각가각 잘도 미끄러져 가는구나."
그렇게 영겁의 시간동안 나는 멀어져가는 나의 바이크를 하염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퍼질러 앉아있는 곳이 도로위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이제 저 멀리 상대편 차로까지 가서야 멈춘 내 바이크를 그저 바라만 봤다.
"괜찮으세요?"
상대편 차로에서 오던 봉고차에서 한 아저씨께서 급히 내게 오시며 말을 건네셨다.
"네... 헉!"
정신을 차린 나는 용수철처럼 내 누워있는 바이크를 향해 뛰어갔다.
그제서야 내가 교통을 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급히 바이크를 세웠다. 아니, 세우려 했다.
경사진 곳에서 거꾸로 누워있는 내 바이크를 혼자 힘으로 들어올리려 끙끙대며 용을 쓰는 나를 보고, 그 봉고차 아저씨께서 도와주셨다.
"감사합니다."
감사인사는 무의식적인 조건반사로 내뱉었다.
"일단 도로에서 벗어나야지."
하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급한김에 일단 밀어서 도로 옆으로 이동한다.
10초정도 패닉상태에서 시동을 걸려했지만 걸리지 않는다.
"컴퓨터처럼 바이크도 껐다켜면 되려나?"
하는 마음에 전원을 껐다 켜보니 바로 시동이 걸린다.
휴.
아드레날린 분비가 멈추고, 냉정이 돌아오며, 충격의 자리를 대신해 슬픔이 찾아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내 취향이 아닌 NTR을 당한 느낌이다. 츠키히쨩의 상반신이 날아갔는데 알고보니 카렌쨩었던 느낌이다.
내 바이크. 내 부사. 내 사랑.
이렇게 상처입은 너지만 나는 아직 너를 많이 사랑한단다.
당분간은 네 상처입은 몸을 보며 카울교체 않고 타고 다니련다.
절대 돈이 없어서가 아니야.
일어난지 얼마 안 된 따끈따끈한 실화입니다.
보이는것 외에도 브레이크레버 부러지고 배기파이프도 좀 깎여나갔어요.
눈물이 주륵주륵...
한글 오랜만에 쓰는거라 좀 어색해도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