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아마 마음이 혼란스러워서 글도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저도 제 마음을 살펴보면서 글을 최대한 잘 정리해 볼게요!
질문 내용을 요약하면,
- 그림 그리는 과정이 원래 이렇게 (보편적으로) 힘든가요? ㅜ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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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과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옛날 꿈에 미련을 가지신 분들도 적잖이 계시겠지요.
돈을 벌기 위해, 가족을 위해 지금 직업을 택했지만 껍데기만 사는 것 같은 기분.
이건 내가 상상했던 내 모습이 아닌데... 하는 마음.
"안 좋아하는 일 해도 실패할 수 있으니, 차라리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와 같은 말들이 또 나를 자극하구요. (짐캐리의 말입니다)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나의 길'을 가라고 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시도했던 이직이 실패했습니다.
어차피 예전 하던 일로는 돌아가기도 싫고 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옛날 꿈에 다시 도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든가, 평생 알바 하며 살든가, 그것보다는 옛날 꿈에 도전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은가 하구요.
그렇게 알바와 만화가 준비를 병행한 것은 작년 말부터 입니다.
1년도 준비 안 하고 이런 질문이냐 하시겠지만,
아마 나이 때문에 초조함이 커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가장이라 계속 알바만 할 수 없어서...
그래서 빨리 성공하든가 빨리 결론을 내고 싶은 마음인 것 같습니다.
만화가가 내 길이 맞는지 고민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림 그리는 과정이 너무 재미없다는 점 때문입니다.
근데 이게
"그림 그리는 일"이 나랑 안 맞아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아직 그림을 못 그려서" 이렇게 힘이 드는 건지,
그걸 죽었다 깨어나도 모르겠습니다.
공부가 더 쉬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공부는 시간 딱 재기 시작하고 앉아서 죽어라 공부하기 시작하면
시간을 투입한 만큼 어쨌든 결과가 분명히 나오거든요.
근데 앉아서 그림만 그리려고 하면
몸이 배배 꼬이고 1시간을 앉아있기가 힘이 듭니다.
죽어라 앉아 있어도 종이는 백지상태인 경우도 많구요.
주로 스토리가 불분명하면 그림이 막히는데
(단편 콘티 연습 중인데, 앞 부분 잘 나가다가 클라이막스에서 막히는 경우가 가장 많고
거꾸로 클라이막스 그려놓고 앞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막히는 경우가 또 많습니다.)
아예 장면이 잘 떠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려도 구도도 뭔가 갑갑하고... 내가 그리려고 한 게 이런 게 아닌데 싶구요.
다른 분들도 이런 과정을 다 겪으면서 준비중이신 건가요? ㅠㅠ
잘 그리게 되면 재미있어질까요?
이제 와서 그림에, 포토샵에, 타블렛에, 안 써도 될 돈과 시간을 나한테 다 투자해놓고
나중에 가서 실패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크네요.
어릴 적 꿈은 어릴 적 꿈으로 놔뒀어야 하는데
판도라의 상자를 잘못 건드린 건지...
재능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애매한 재능은 오히려 희망고문인 것도 같습니다.
다 비슷한 과정을 거치니까 견디고 그냥 하면 좋은 날이 올까요?
아니면 저는 만화를 그릴 사람이 아닌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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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뭘 하든 마무리가 제일 어렵군요.ㅋㅋ
이 글을 쓰고 저는 다시 가서 좀 더 힘을 내보겠습니다.
한 마디라도 다양한 덧글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좋은 하루가 도착하길... 뿅뿅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