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의심할만한 또다른 인물은 '장모'입니다. 황정민을 알선한 사람이며 버섯이 착란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상황에서 약 같은 것을 자꾸 먹이죠 곽도원이 침 맞을때 효진은 옆집 할매집에 맡기고 오며 촛불을 불어 끄려고 할떄 끄지 말라고 합니다. 마지막에 시체도 잘 확인이 안됩니다.
뭐 정황이 명쾌하지 않다는 의미이구요 ㅎㅎ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래입니다.
1. 제가 생각하는 곡성 개연성 문제 중 하나는, 바로 황정민과 일본 외지인이 한패라는 것입니다. 한 패이려면 원래 아는 관계여야 하는데,
'훈도시'라는 아이템과 천우희의 증언 만으로 두 사람이 한패라고 관객을 설득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한 패라고 하는 무당이 애초에 '나 바지갈아입는데 훈도시 입었어~' 라고 관객에게 대놓고 보여주는 것도 이해가 안되죠. 곽도원을 속여야될 주체가 힌트를 주면 안되는 것이 상식적인데, 대놓고 단서를 보여주는 황정민도 이해가 잘 되지 않을 뿐더러 영화 끝에가서야 둘이 한패라고 하면서 훈도시가 같잖아 그러니 한패야 이것은 관객 기만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용한 무당을 알선해 온것은 다름아닌 곽도원의 장모입니다. 따라서 일면식도 없다고 판단되는(왜냐면 영화적인 설명이 전혀 없으므로) 두 사람이 한패다라고 마지막에 가서 관객에게 받아들여라 라고 주장하는 것이 개연성이 많이 떨어지죠.
용하기 위해서는 이전에도 다른 귀신들을 물럿게 한 그동안의 경력이 있을 것이고 받는 페이도 적은 돈이 아닌데 무당입장에서 자신의 명성을 위해서도 안 맡았으면 안맡았지 커리어에 해가 가는 일본인과의 연합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뭐 한편으로 사이코패스라 '나는 귀신을 물리치는 무당이지만 못물리치고 죽은 사람들 사진은 찍어!' 한다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서울에서 무당질 잘하고 있는 용한 무당이 곡성까지 와서 돈까지 받아가며 거짓 살을 날려야될 이유가 있을까요?
사진을 찍는 행위, 그리고 마지막 차에서 그동안 죽은 희생자들의 사진을 모으는 괴악한 취미가 있는 것으로 결국 한 패인가? 라는 의심할만한 증거는 주지만, '일본인도 사진을 찍고 황정민도 사진을 찍는다 그러니 이 두사람은 한 패야!' 이렇게 정리를 해버리면 관객입장에서는 불편하죠. 다른 어떤 클루가 없었으니까요,
2. 닭이 세번 울기전에 돌아가버리면 가족이 다 죽는다는 천우희의 말도 문제가 있습니다. 시간적으로 곽도원이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번쨰 닭 울음 소리가 들리는데, 이미 가족들은 다 살해를 당한 뒤입니다. 감독 입장에서는 '그래 의심을 거두고 천우희 말을 믿었어야지~ , 안 믿어서 비극이 일어난거야' 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겠지만, 믿지 않고 바로 다시 돌아갔을떄 가족을 구할 수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든 곽도원은 거구의 경찰이므로). 어쩄거나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현혹되지 말라'라면, 현혹이 되든 안되든 비극을 피할 수 없는데 곽도원은 뭐 어쩌라는 겁니까? 여기에 영혼을 구하고자 했던 뜻이다 이런 해석을 덧붙일 수는 있지만, 사람이 주니 사니 생난리가 난 판국에 '아니야 영혼이라도 구해야지' 로 이해하기로 마음먹는다면 2시간 36분을 몰입해서 본 관객에 대한 기만이라서 기분이 나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