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33,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준비로 몇년을 보내다 결국 실패하고
뒤늦게 취업전선에 뛰어보려했지만 그동안 공무원 준비만 해온 탓에
스펙이 좋은 것도 아니었지만 다행히 계약직이나마 빠르게 취업에 성공
90%이상 정직원 시켜준다는 말에, 2년을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합병으로 인한 인원감축이니 뭐니 하는 말로 정직원 전환 불가...
그동안 해온 일도 전문성이 있는 일도 아니었고,
앞서 말했듯 스펙도 그냥 저냥, 무엇보다 이미 33살이 되어버린 나이의 벽은 상당히 컸습니다.
일을 쉬는 동안 든 생각은,
지금에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한다고해도 30중후반에 대리달고 몇년이나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얼마나 좋은 대우에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제 생각으로도 저에게 그런 가치를 느끼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달부터 시작한 것이, 내장목수일입니다.
뭐 주택이나 상가 리모델링 같은 곳에서 방 안쪽에 들어가는 시공을 하는 목수로
전문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흔히 말하는 "막노동", "노가다"라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은 일이죠
물론 정말 막일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전문성을 요하는 계열이지만요.
어차피 처음 시작하는 일이고, 한동안은 돈안벌고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나가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말하면 몸은 너무도 고되고, 작업은 거칠어 많이 힘든게 사실입니다.
아직 배가 덜고팠다, 철이 안들었다고 할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하면 남들 보기에 "막노동"인 일을 직장으로 가지고 일생을 산다는 것도 신경이 쓰이구요....
뭐 제가 정말 성실히 잘 배우면, 같이 일하는 3년차 목수 형님도 일당 15만원을 받고있고
제 사수님은 25만원도 받으시니, 벌이는 어지간한 직장인 보다는 훨씬 낫죠.
무엇보다 본인만 성실하면, 잘릴걱정없이 60대 70대까지도 일을 하는 분들도 많으시니 그런 점도 좋구요.
하지만 이 거친일을 과연 내가 평생 직업으로 가지면서 행복한 삶을 살수있을까하는 생각을하면
솔직히 "예"라고 쉽게 말 못하는 것도 사실...
오랜만에 작업이 없는 날이라 집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있자니
조금은 답답하고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