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강력스포> 곡성, 무엇을 '믿을'것인가.
게시물ID : movie_568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름글
추천 : 6
조회수 : 1321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6/05/12 00:59:43
안녕하세여 지난 번 시빌워를 감상하고 바로 컴퓨터에 앉아 감상평 적은 푸름글입니다.
원체 눈팅만 하는 사람이라 앞으로는 글을 안쓰리라 믿었는데...
나홍진 감독이 저를 오밤중에 미쳐버리게 하네요...ㅎㅎ
 
곡성에 관한 이야기를 적어보자 합니다. 왜 호불호가 갈리는지, 곡성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마지막 제 감상평까지
곡성을 관람하고 바로 적는거라 강력스포가 들어갈 예정이니 아직 안보신 분들은 살포시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p.s) 이미 나홍진 감독님 인터뷰까지 다 보고 온 상태라 나홍진 감독이 의도한 바는 알겠으나, 저만의 해석이 있습니다.
다분히 개인적이고 맞는 이야기도 아니니 그냥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봐여
 
 
 
 
 
 
 
 
시작합니다.
 
 
 
 
 
 
 
 
 
 
 
01.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
 한국의 흔한 공포물, 스릴러물을 생각하고 오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말그대로 '불편'합니다. 공포물과 스릴러물의 일반 플롯이 아니니까요.
곡성은 기본적으로 열린결말(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구조를 가지고 있고, 맥거핀이 난무하며, 모든 사람들을 혼란과 공포, 그리고 불편함을 극장에 나와서까지 가져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귀신이 나오고, 그것에 대해 무서워하고, 그리고 클라이막스에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가지고 싶다면, 이 영화는 강력한 불호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말로 바꿔보자면, 여름만 되면 들이닥치는 흔한 한국 공포영화, 스릴러 영화에서 나홍진 감독이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도 있겠군요. 저는 적어도 이 영화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바람을 불어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나홍진 감독에 대해 재평가를 한 부분이 있기도 하고요.
 반면에 영화를 볼 때, 항상 생각하기 좋아하고, 감독의 의도가 뭔지 따라가보기도 하고, 영화를 나와서도 곱씹어 보시는 분들한테는 이 영화는 한마디로 '잔칫상'입니다. 더할나위 없는 '파티'. (여기서 오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져.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 부류가 '옳은 감상법'이라기 보단 이런 부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영화끝나고도 한없이 빠져들어서 못헤어 나오는 성격이거든요.ㅎㅎ 이와달리 어떤 분들은 그냥 '휴식' 혹은 '스트레스 해소' 목적으로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건 영화에 대한 태도차이지. 누가 더 올바르게 영화를 봤냐와는 다른 논점이겠죠.)
 
 이런 면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영화인 것 같습니다.
 
02. 곡성은 무엇인가?
 이 영화는 무조건 두번, 세번 볼 생각입니다. 저도 불과 1시간 전까지 극장에 앉아있었지만, 아직도 정리가 안되거든요.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 정리 안되는 행복감이란. 저같은 변태분들이 또 있다면 모를까. 너무나 행복합니다. 곱씹을수록 향이 나는 훌륭한 음식처럼.
 
 곡성은 기본적으로 '무엇을 믿을래?'라는 한 문장으로 2시간 40분을 끌어가는 영화입니다.
시골 사람들의 믿음 '무당, 민속신앙', 다른 이들의 믿음 '신앙-천주교, 혹은 예수.', 그리고 현대인들의 믿음 '합리성-독버섯..쯤될까요 ㅎㅎ.'
이 수십 가지의 믿음은 선택에 있어서 단 한걸음도 못나아가게 만듭니다.
어떤 이는 가해자가 귀신이다. 어떤 이는 악마다. 그리고 어떤 이는 독버섯을 먹어서이다...
끊임없이 주변사람들이 효진아빠를 미혹시키고, 현혹시키죠. 그는 효진이를 지켜야만 하는데. 자신이 옳은 행동인지, 맞는 선택을 한 건지.
끝까지 의심하며,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헤쳐 나아갑니다. 하지만 결국 의심하는 그 '자체'가 그를 죽음으로 몰아서게 합니다.
만약 그가 무당을 끝까지 믿었다면?
만약 그가 흰 치마를 입은 여자의 말을 끝까지 믿었다면?
만약 그가 독버섯이 원인이라 단정짓고, 큰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라면?
그리고 만약...그가 외지인을 악마라 단정짓고, 그를 죽여버렸다면..죽였다는 사실을 믿도록 그를 불살라 버렸다면?
이런 많은 선택지가 있었음에도 그가 끝까지 믿은 바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위의 선택지들을 끝까지 행했다 한들, 효진이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리란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믿음이란 항상 어려운거죠.
믿음이란 언제나 시험받기 마련이고, 그러한 시험에서 항상 벗어나봐야 내가 믿고있다는 사실뿐, 어떠한 해결책도, 계시도 내려주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믿음'에 관한 주제가 맥거핀, 그리고 감독의 연출능력, 음향, 5중플롯까지 더해져 이 곡성이란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니 머리가 아픈게 당연합니다. ㅎㅎ. 작정하고 만들었으니까요. 전 신앙을 믿지도 않을 뿐더러. 믿음에 대해서도 항상 비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믿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부정되고, 모든 합리성이 무너져 내리는 그 시점. 나는 믿을 것인가? 아님 믿지 않을 것인가...
 
 
03. 결말에 대한 개인적 감상평. 악마는 누구인가?
 이 생각은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들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고, 끝나는 시점까지는 머리가 터질 것같아서 스토리를 따라오는데도 벅찼죠ㅎㅎ.
제가 생각하는 악마는 '외지인'과 '무당'이 맞습니다. 물론 외지인과 무당이 하나의 악마인가, 혹은 무당이 어느순간 홀린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악마는 둘인가. 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모르겠습니다. 두번 볼 생각인데, 그때 조금 명확해지겠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영화 맨 처음에 나오는 누가복음에 관한 얘기입니다. 내용은 많지만
핵심은 이거죠. '의심하지 말라.' 
악마는 어떤 존재입니까? 저는 교리에 대해서도, 성경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만, 제가 아는 악마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혹, 미혹시키는 존재입니다. 끊임없음 악을 행하도록 만들죠. 그리고 현혹되었을때, 잡아먹는. 그리고 악마는 신과달리 그 과정을 즐기죠.
그럼 왜 악마는 '외지인'과 '무당'일까요?
제 생각이지만, '외지인'은 효진아빠,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악마' 혹은 '귀신' 혹은 '악'이라고 단정지었을때 한없이 약해졌습니다.
그를 죽이러 갈때도 외지인은 악마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외지인을 처단해야되는 악마라고 단정짓기 때문이죠.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게 의심의 여지가 없이 그를 처단하려고 할 때는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의심을 하기 시작한 순간? 악마의 권능은 되살아납니다.
이것을 대변해주는 마지막 명장면이 있죠.
'외지인'과 '이삼'의 대화.
'이삼'은 그가 악마라 확신하고 처단하기 위해 '외지인'을 찾아갑니다.
그럴 때의 '외지인'의 모습은? 너무나 평범하고 허약한 노인에 불과하죠.
'이삼'은 그가 누구인지 묻습니다.
여기서 악마 '외지인'의 현혹이 시작됩니다.
'너는 나를 악마라고 확신하는데, 내가 정체를 말해서 뭐하지?'
몸을 벌벌 떨며, 한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이삼'은 해서는 안될 말은 합니다.
'만약 당신이 솔직하게 털어놓고 정체를 말한다면, 저는 당신을 죽이지 않겠습니다.'
거기서부터 악마의 권능은 씨앗을 틔우기 시작합니다.
'정말 나를 죽이지 않을건가?' (정확한 워딩이 기억이 안나네요.)
'당신이 정체를 얘기한다면.'
그리고 악마는 누가복음을 읆조리고, 자신의 성흔을 보여줍니다.
'이삼'의 걷잡을 수 없는 의심에 악마는 점점 권능을 되찾아가기 시작합니다.
'이삼'은 이 자가 악마인지, 그저 외지인인지, 그리고 예수인지. 그 어떤 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의심의 바다에 빠져듭니다.
그렇게 악마는 모습을 나타내며 결말을 맞이하죠.
 
저는 흰 천옷을 입은 천우희와 혼이 빠져 이성이 마비되어버린 곽도원의 만남부터 이삼과 악마의 만남까지가 이 영화의 진짜라고 생각됩니다.
거기서부턴 저조차도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더라구요. 정말 효진아빠가 되었다면 저도 같은 결정을 짓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무튼 여기까지가 개인적인 감상평이었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모든 반전영화에 질리고, 항상 뻔한 플롯에 지쳤던 저에게 정말 단비같은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특히 한국영화. 이 정도 저력을 보여줄 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폄하하고 있었나봐요. 정말 대단했습니다.
두 번 보고 명쾌해졌으면 좋겠지만, 나홍진 감독이 허락해줄라나 모르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이상 행복한 변태였습니다.
 
 
세줄 요약.
1. 곡성은 호불호가 강하다. 일반적인 공포스릴러물은 절대 아니다.
2. 자네, 무엇을 믿을 겐가? 그것에 죽음도, 소생도 달려있다네.
3. 머리가 복잡해지고, 아늑해지는 느낌을 좋아하는 변태에겐 강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