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가 쓴 희대의 베스트 셀러 소설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짝사랑에 빠진 베르테르가 끙끙 앓다가 결국 자살에 이르는 소설입니다. 짝사랑에 대한 고통은 동서양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여기 중증 상사병에 걸린 남자가 있습니다. 그녀를 잊어보려고 일도 열심히 하고 술도 취할 정도로 마시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 그녀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지귀(志鬼).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사내는 원래 활리역에 살고 있었는데 수도인 서라벌에 왔다가 우연하게 선덕여왕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고대 사회는 엄격한 신분제 사회. 선덕여왕은 신분제 피라미드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이었고 지귀의 신분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 높은 신분은 아니었다고 보입니다. 하여튼 이런 지귀의 선덕여왕에 대한 짝사랑은 매우매우 깊어져만 갔습니다. 그러던 지귀에게 선덕여왕을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선덕여왕이 불공을 드리러 어느 절로 간다는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연예인을 보러가는 요즘 팬들의 마음마냥 신난 지귀는 꽃단장을 하고 그 절에서 사생팬마냥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갑주를 입은 병사들과 신하들을 대동하고 선덕여왕이 절에 나타났습니다. 다시 한 번 선덕여왕을 본 지귀의 마음은 불 난 집에 석유를 마냥 뿌린냥 불타올랐습니다.
“사! 랑! 해! 요! 폐! 하!”
지귀는 남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이 선덕여왕에 대한 자신의 절절한 사랑을 표현하였습니다. 선덕여왕께서도 자신을 열렬히 사모하는 지귀의 모습을 보며 매우 흡족해하며 지귀를 불렀습니다. 지귀는 마치 소개팅 처음 나간 모태솔로마냥 부들부들 떨면서 선덕여왕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지귀를 부른 선덕여왕은 지귀에게 그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지자 했습니다. 지귀는 마음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하지만 여왕도 불공을 드려야하는 일정이 있으니 불공을 다 드린 다음에 보자고 하였습니다. 지귀는 너무 좋아서 싱글벙글할 따름이었습니다.
탑 아래에서 절에서 기도를 드리는 선덕여왕을 기다리며 지귀는 구레나룻도 다듬고 옷매무새도 다듬으며 콧노래까지 흥얼거렸습니다. 선덕여왕의 기도드리는 시간은 상당히 길었지만 그런 것은 지귀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습니다 ..... 는 훼이크고 밤새 선덕여왕 볼 생각에 잠도 못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사생 노릇을 하느라 지친 지귀는 탑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그 사이에 선덕여왕은 기도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탑에서 자고 있는 지귀를 보았습니다. 지귀를 깨울까도 생각했지만 일정이 빡빡한 선덕여왕께서는 자신의 금팔찌를 빼서 지귀에게 주고 다시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지귀는 잠을 깨고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주변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선덕여왕의 금팔찌 하나만이 보였습니다. 지귀는 그제서야 선덕여왕이 갔다는 것을 알고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선덕여왕과 일대일 데이트(?)를 할 절호의 찬스를 스스로 날린 자신을 책망하며 또 책망하였습니다. 이제 언제 여왕을 볼지 모르는데 이러한 찬스를 날려버렸으니 .... 하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금팔찌로를 선덕여왕도 자신을 연모한다고 오해(?)를 하게 되었습니다.
금팔찌를 받은 이후 지귀의 상사병은 더욱 거세게 불타올라서 그는 결국 불귀신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냥 혼자만 사랑에 불타오르면 되지 불귀신이 된 지귀는 사방팔방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무수한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에 백성들의 피해가 극심해지고 이러한 소식은 급히 선덕여왕의 귀에도 들려옵니다. 선덕여왕은 특단의 대책을 내리기로 하고 귀신퇴치에 용한 술사를 불러 주사를 짓게 하고 백성들에게 명을 내렸습니다.
“이러이러한 내용을 적은 주사를 대문 앞에 부치거라 그러면 더 이상 화재 피해가 없을 것이니.”
백성들은 선덕여왕의 말을 따라 대문에 그 주사를 붙였습니다. 그러니 신기하게도 지귀로 인한 화재 피해는 없어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주사의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귀가 마음에 불이 나 몸을 태우고 화신이 되었네. 멀리 바다 밖에 내쫓아 가까이하지 않으리>. 이후 지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지금도 선덕여왕을 사모하며 돌아다닌다던가 아니라던가.
2pac 형님은 이러한 것을 경계하며 이런 명언을 남기셨죠.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지귀와 같은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사람을 발견하면 화재신고 119로 전화하여 속히 처리하시기 바랍니다. 아 오유인들은 그럴 일이 없으니 다행히 안심이군요.
다들 아시자나요. A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