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에서 밝히지만 나는 판다리아 이후 와우를 접었다.
지금도 다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이제는 와우에 인생을 투자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유는 나중에 서술...
나의 와우는 2007년 불타는 성전의 오픈베타 시절에 시작됐다
그 이전까지 리니지와 같은 한국형 MMORPG만 접했던 나는 짧은 불성 오픈베타 기간에
와우에 빠져버렸고 그렇게 4년에 걸친 와우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와우를 막 시작한 말 그대로 뉴비였던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 서버인 카라잔 서버의 호드 진영을 선택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첫 직업을 사제로 시작했고 이것이 내 첫 만렙이 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점은 당시 확장팩 + 오픈베타의 영향으로 인구수가 폭발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최소한 서버에 사람이 없어서 곤란을 겪는 일은 없었다.
지금과는 다르게 5인 인던도 직접 구해서 가야하는 시기였고
신서버답게 만렙은 눈을 씼고도 찾을 수 없었으며 공략을 몰라서 전멸하기도 일수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들조차도 재미있었다.
서로 없는 부위의 녹템조차도 교환하고 퀘스트 하나도 지문을 읽어가면서 깨고
1레벨을 올리는데 1시간이 걸릴 때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재미있었다.
정예몹을 잡기 위해서 필드에서 파티원을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지만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퀘스트 완료 조건을 달성하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는 점 정도였다.
그리고 나를 와우에 깊게 빠지게 만든 PvP의 첫 상대는 돌발톱 산맥에서 만나게 되었다.
너무 오래되서 어느 직업과 싸웠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이기긴 했다.
리니지 같은 게임에서도 PvP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항상 평화적이기만 했던 나에게
합법적(?)으로 싸워도 되는 상대가 있다는 점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 중립지역에서 반복되는 얼라이언스와의 싸움은 나도 모르게 "호드를 위하여!"를 외치게 만들었다.
힐스브래드 구릉지, 가시덤불 골짜기 등 당대에 악명을 떨치던 지역을 거치고
점차 레벨을 올려 아웃랜드에 입성했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아웃랜드 이전에는 지역에 따라서 상대 진영을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동선이 서로 겹치면서 매일 피튀기는 싸움이 벌어졌다.
어느 날은 레벨업을 전혀 못 할 정도로 싸우고 죽고 싸우고 죽고의 반복이기도 했지만
내 와우 인생에서 손 꼽을 정도로 이 시기는 재미있었다.
결국 오픈베타가 끝나기 전에 만렙을 찍은 나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던 그 시기에 3달 정액을 끊으며
내 인생에 종지부를 찍었고 이 말이 농담이 아닌 것이 이후 군대를 갈 때까지 폐인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의 생활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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