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슬슬 잊어가는 듯 하다.
총선 평가가 이렇게 빨리 사그라드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한 해석이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는 공천에서 망가졌고, 더민주는 호남에서 망가졌고, 국민의당은 호남 제외 지역구에서 망가졌다.
그러나 이번 20대 총선은 잊기에는 너무나 절묘했던 선거었다.
그리고 선거 결과의 함의가 그 어떤 선거보다 미묘했던 선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민주화였어
-내일 신문 패널조사를 중심으로-
서론.
아마 많은 사람들이 슬슬 지겨워할 주제이다.
경기가 아무리 재미있었어도,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다 그저그렇지 않나.
특히나 선거정치 과잉사회로 볼 수 있는 한국사회에서 총선이 끝난 후 선거 이야기가 물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선거는 단순히 우리의 대표자를 뽑은 것을 넘어, 한국사회의 '지금'을 알 수 있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거여론조사 중 가장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여론조사를 들고 왔다.
참고로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는 선거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있어서 가장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서복경, 이현우 등의 학자들을 보면 참 든든하다. 강원택 교수는 그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끝판왕쯤? 쨋든 잡설은 넘기자.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선거전(3/11-3/16)과 선거후(4/14-4/18) 무선과 유선을 적절히 섞은 그들의 패널조사는 대중적이면서, 퀄리티도 좋은 결과를 뽑아냈다.
내일신문은 구독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그 질은 보장한다. 참 좋아하는 언론이다.
조사설계와 결과는 아래와 같다.
(수동태일 때 좋았던 그 분)
I. 경제심판론. 어디까지 알아봤니?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의 역할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서울-수도권 2040을 중심으로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한듯 하다.
그러나 김종인 당선자의 가장 큰 공적은, 말 그대로 '영입ed'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라는 상징을 그대로 품은 정치인이다.
이 사람을 영입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제민주화를 논하기 쉬워진다.
뭐랄까. 옥쇄 같은 인물이다. 딱히 쓸모는 없는데, 상징성은 있다.
어찌되었든 이번선거에서 어떤 이슈가 관심이 있었는지, 아닌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한번 보자.
경제 : 긍정 83.1 vs 부정 16.3
복지 : 긍정 78.7 vs 부정 20.1
외교 : 긍정 69.4 vs 부정 28.5
공천 : 긍정 68 vs 부정 30.3
야권연대 : 긍정 53.3 vs 부정44.4
역시나 경제와 복지가 중요했다. 공천은 아마 새누리 지지층, 야권연대는 야당에서 볼만한 주제지만,
이번 선거는 예나 지금이나 경제와 복지라는 주제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다.
내일신문&서강대현대정치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제불황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새누리 44.4 vs 둘다 잘못 39.6 vs 야당 16.1이라는 결과가 측정 되었다.
정치불신이 만연한 한국 사회에서 둘 다 잘못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불황 책임이 새누리에 있다는 여론이 야당의 2배에 해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한 마디로 이번 선거는 "경제는 새누리지 짜샤!" 라는 기존의 여론자체가 박살나 있던 상태였다.
이것은 경제활성화를 기대하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사전은 역시 새누리가 잘 나왔다.
그런데 선거후, 같은 사람들한테 똑같이 질문을 했는데 새누리가 아주 박살이났다.
대신 더민주가 크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새누리당 시그니처인 경제활성화 떡밥에서도 새누리는 패배한 것이다.
'없다'와 '모름'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을 보아 새누리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 더 봐야지?
II. 경제민주화. 얼마나 중요했을까?
선거전 여론조사에서도 경제양극화 해소에 대해 새누리와 더민주는 거의 붙어있었다.
아무리 내일신문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가 여론조사를 기깔나게 돌렸다고 해도
어차피 보수에게 유리한게 여론조사인데, 경제양극화 해소 주제는 이미 새누리가 망가져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보니? 더민주가 압도했다.
'없다'와 '모름'이 크게 줄지 않은 것을 보아 새누리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의당은 경제활성화 논의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인다. 사전-사후가 거의 3배 차이이다.
이는 중도보수적 무당파층, 즉 온건한 새누리 지지층이 더민주는 찍기 싫은데 국민의당은 정서저항이 적으니
지지를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경제민주화 이슈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묻는 여론조사를 살펴보자.
이건 뭐... 넓게봐서 신성장산업육성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재 경제민주화가 목표로 하고 있는 주제들이다.
이건 시비의 여지가 남아있겠지만, 복지재정확충이 18.4%, 경제민주화가 28.2%이 나온다는 것은 꽤나 놀라운 결과이다.
게다가 경제민주화의 상징에 대해서는 소득재분배가 기업자유화에 5배에 달한다.
2012년 19대 총선 이후,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점점 확고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III. 국민들의 희망, 그러나 가장 큰 것은 정치불신
많은 국민들이 이제는 경제양극화 해소와 복지확대를 원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새누리를 심판한 것이다.
그러나 신기한 점은... 이번 총선 결과가 축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민주 시각에서 보면 국민의당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건 오판이다.
참으로 잔인한 현실은, 국민이 투표는 했지만 정치권을 믿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총선이후 경제전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좋아질 것 34.6% vs 변화 없을 것 49.4% vs 나빠질 것 12.3%
경제양극화 전망도 한번 볼까?
좋아질 것 33.5% vs 변화 없을 것 48.3% vs 나빠질 것 13.2%
각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약 40%는 긍정과 부정을 이야기 했다.
그러나 특정 정당의 지지층이 아닌 이들에게 미래는 그저 "변하지 않을" 무언가이다.
정치는 여전히 불신 받고 있는 것이다.
IV. 이제 정치권의 차례이다.
선거는 끝났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울었다.
그 누구도 대표적 승자로 지목되는 이가 없다.
더민주는 잠시 사라졌던 내부 다툼이 다시 시작될 기미가 보이며, 새누리는 혼돈 상황이다.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아슬아슬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의당은 갑갑한 답보 상태를 확인했다.
정당은 결과표를 받았다. 그러나 국민은 이제부터 결과를 마주해야 한다.
국민은 선거를 통해 의지를 전달했다.
이제는 정치가 '응답'해야 한다.
정치, 사회에 관한 이런 저런 글을 올리고는 합니다. 방문을...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