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금요일날 연게에 짝녀에게 약속 잡아 볼까요? 라는 글을 올렸었고, 많은 분들이 용기를 주어 연락을 했지만, 약속은 잡지 못했었습니다.
피부트러블 때문에 피부과를 예약해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며 집에서 맥주빨면서 책이나 읽어야 겠구나 하고 집에 갔습니다.
한 17:30 - 18:30 까지 쭉 카톡 하다가, 카톡 끊기고.
저는 한 19:00 부터 맥주빨면서 책읽고 있었는데, 전화통화를 해볼까 말까를 한 50번정도 생각하고 7개피 정도의 담배를 피다가 22:00에 잠이 들었습니다.
4월 30일
그리고 다음날(4/30, 토) 07:40분쯤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니, 전날 22:30분 쯤 카톡이 와있는걸 보고(별내용 아니었습니다. 그냥 하던얘기 이어하던건데 늦게 온 카톡이었음) '아.. 그래도 읽씹은 아니구나' 라는것에 왠지모를 안도(?)감 같은것이 돌았습니다.
그리고나서 씻고 뭐하고 하다가 일어낫겠거니 해서 08:30분쯤 전화통화를 해봤었는데, 안받더군요.
다시한번 자괴감에 빠졋습니다. 하늘이 갈라지며 왠지모를 쪽팔림과 창피함, 짝녀가 날 귀찮아 하는구나, 내가 나대는구나 라는 생각 기타 등등등등등. 정리가 안되는 복잡한 생각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자아가 무너지겠어 라는 생각에 일단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섰습니다. 정처없이 떠돌다 보니 그래도 생각이 한결 가벼워지긴 하더군요.
그러다 11:30분쯤 짝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입꼬리가 안내려가더군요. 꼴에 밀당이라고 5번 울리고 받아야지 생각하다가 1번 울리고 2번 울리기 전에바로 받았습니다.
잠에 잠겨있는 목소리였습니다. 방금 눈떳는데 부재중 떠있어서 연락했다고 하더군요. 잠에 잠긴 목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변태아님)
그렇게 30분 정도 통화하던 와중에, 제가 같이 밥먹고 싶어서, '짝녀야 밥 먹었어? 너 배고프면 깨서 밥먹는다며.' 라고 물었고 짝녀는 '아니, 근데 배 안고파 나 지금 침대랑 한몸이야, 그리고 3시에 약속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뭔가... 2차 자괴감? 망상?이 밀려왔습니다. '혹시 얘가 알아듣고 원천봉쇄하는건가..', '너같은 애랑은 밥먹는 시간도 아까우니 침대에서 못다한 숙면을 취하겠다' 라고 말하는건가.. 그럼 이제 이 말을 내가 알아듣고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하는건가.. 등등..
그리고 '아 그래? 그럼 좀 더 쉬어.' 라고 말을 했고 이어서 '약속장소가 어디인데?' 물었습니다. 그리고 짝녀는 경복궁 이라고 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경복궁에 흥분해서, '아 진짜? 좋겠다. 나도 너랑 가고 싶은 식당 있었는데' 라고 했었고. 짝녀는 '왜? 경복궁에 맛집있어? 나중에 같이 가자(기한없는 약속같은 느낌)' 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오랜만에 짝녀가 친구랑 만나는데 맛있는거 먹었음 좋겠단 생각에, '내가 거기 식당 찍어줄께 친구랑 꼭 가봐 진짜 맛있을꺼야' 하고 뒤로 한 4-5분 정도 딴얘기 하다 끊었습니다. 끊자마자 바로 카톡으로 식당위치 찍어주었고 그날 저녁에 저 자고있을때 친구랑 함께 갔는데 맛있었다며 인증샷 카톡으로 남겨주었었습니다.
4월 31일 ~ 5월 3일
그리고 나서 4/31~5/3까지 서로 연락이 없었습니다. 사실 31일 일요일도 연락 해볼까 했었지만,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요일이 지나갔고 평일이 찾아왔습니다. 5/3일까지도 계속 생각을 하다가 5/4일 밤부터 황금연휴이니 카톡을 해볼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마침 짝녀에게 카톡이 왔었습니다. 그냥 스티븐 잡스의 틀을깨라는 자기개발적 동영상이였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틀을 깨고싶다' 라고 왔었고, 저는 '우리 역량부터 쌓자' 라고 답문 했습니다. 그렇게 카톡을 이어가던 중 황금연휴이니 연휴날 뭐하냐고 말이나 걸어볼까 하던 찰나에 갑자기 회사 일 때문에 5/5-5/6 모두 출근을 해야되는 상황이었고, 생각을 해보니 짝녀에게 황금연휴는 고향을 내려갈 기회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었습니다. 카톡중 제가 업무땜에 못보고 있다가 퇴근때(23:00) '잘 쉬다와 어머니 아버지랑 맛있는거 많이 먹고 오고' 라고 보냈고 얼마 안지나서 '고생했어 익명아 뽜이팅하자' 라고 톡이 오고 끝났습니다.
5월 8일
5/8 일요일, 짝녀랑 저는 같은 교회에 다닙니다. 하지만 짝녀는 교회 청소년 선생님을 하고있고, 저는 그냥 예배만 드리는 입장이라, 마주치거나 같이 갈 일이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선생님들이 일이 없어서 일찍 끝났다고 하길레, 같이 집에갈레? 라고 카톡이 왔었습니다.
(짝녀땜에 교회를 다니는건 아니고.. 제가 먼저 다니다가 짝녀가 다니게 되었습니다.)
춤췄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동네 친구들이랑 커피마시고 카페 옥상에서 담배피고 있다가 옛날에 배운 강령탈춤을 신나게 추었습니다.
사실 그 날 친구들과 술먹기로 했었는데, 취소하고 짝녀 기다리다가 집에 같이 갔습니다.
약속을 잡으려다 매번 못잡고, 또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도 나서 어색할 줄 알았는데 지하철에서 집에 가는동안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환승역이 가까워 지면서 집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너네집 앞에서 빙수라도 먹고 들어가지 않을레?' 라고 했었고 흔쾌히 허락했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폭풍수다를 떨었고 심지어 환승하는 곳에서 둘다 모르고 반대방향으로 탔었는데,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되어서 서로 깔깔 거렸습니다.
하지만.. 짝녀가 오늘 건반(키보드)를 아는 오빠에게 팔기로 했었는데, 그 오빠가 갑자기 빨리 온다고 했습니다.
건반을 최소 확인하고 포장하고 스탠드에 이것저것 옮기는것 까지 하면 준비시간이 꽤 걸린다는걸 알았기 때문에 그냥 빙수는 나중에 먹고 들어가서 준비하라고 했습니다. 오빠가 미웠습니다. 생판 모르시는 분께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왜 하필, 약속시간보다 1시간30분이나 더 빨리온다고 해서 나의 행복한 시간을 막는건가 라고 생각했습니다.
배도 고픈데, 할머니께 연락드렸습니다. 마침 할머니도 산책하고 싶어하셨고 삼촌도 같이 있었습니다. 근처에 맛있는 칼국수집도 있었기에 할머니께 거기가서 이른 저녁 먹자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차를타고 나오셨고, 같이 칼국수를 먹고 산책도 하고 보니 밤 7시 10분쯤 이었습니다.
또 다시 짝녀 생각이 났었습니다. 그래서 삼촌도 계시고 해서 삼촌께 운전을 부탁드렸고 삼촌은 뭔가 낌새를 알아차리셨는지, 씩 웃으시더니 알겠다고 하고 할머니랑 돌아갔습니다.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뚜르르르르르르르르르
안받습니다......... '아 망했다..','맞아 얘 원래 일요일날 교회끝나면 잠만 잔댔지..', '과연 잠일까?' 라는 생각에 또 좌절하고 집에 걸어가면서 생각이나 좀 해야겠다 라던 찰나에 연락이 왔습니다. 몸이 찌뿌등해서 헬스장 왔답니다. 그래서 '아 너 안자면 커피한잔 할까 했었지..' 라고 했습니다. 사실 헬스를 막 들어온 애랑은 약속 자체가 안될 것 같아서 마음 접고 말했던 거였는데, 짝녀가 '그래, 근데 나 지금 막 들어와서 좀 뛰다가 갈께 그리고 주말은 8시에 닫으니까 오래 못해' 라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음 그럼 끝내고 씻고 해야하니까 8시30분쯤? 보자' 했었고, 짝녀는 '아니야 안씻고 집에가서 씻을꺼니까 7시40분에 보자'라고 했습니다.
7시 40분에 짝녀를 만났고 카페로 향하던 중, 짝녀가 날씨가 좋다고 카페 말고 한강 가자고 했습니다. (근처에 한강입니다.)
그리고 계속 걸어가면서 또 이야기 꽃을 피웠고, 왔다 갔다 하면서 있다가 앉아서 맥주 한캔하면서 또 이야기 했습니다.
한강의 화려한 마포대교가 보이고 있었고 어두웠던 밤에 제 마음과 기분은 낮처럼 환했습니다.
그리고 헤어진 시간은 밤 11시 였습니다.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 했었는지는 모르지만, 무게로 치면 헤비와 라이트를 넘나들며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 짝녀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눌 때 보다도 더 친밀감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그래서 그런지,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짝녀를 보니 난 짝녀의 남자상이 아니구나 라는 느낌을 더 많이 받기도 했었습니다.
(예를들어 이상형? 전남친? 주위의 시선? 본인의 성향? 이런 이야기들)
밝았던 마음은 짝녀와 헤어지는 순간 다시 담담하게 꺼져 가고있었고, 오늘의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면서 잠이들었습니다.
글이 긴데, 두서조차 없습니다. 그래도 헹여나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