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겪은 일입니다.
어제는 날이 참 좋았지요. 햇빛도 따사롭고요.
요 며칠간 황사다 비다 해서 통 놀러나가지 못한 세살 딸아이 손을 잡고, 뒷산 놀이터로 향했습니다.
휴일이고 하다보니까 아이들이 참 많더군요.
제법 큰 공원이고 하니 놀이시설도 제법 잘 되어 있는 편이거든요.
딸은 정말 물만난 고기처럼, 운동장에 나온 비글처럼 마구 뛰어놀았습니다.
얼마나 놀았을까요.
딸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기구인 그네가 한칸 비었더군요.
자, 그네 타자~ 하면서 딸 손을 잡고 그리로 향했는데, 도착하기 조금 전에 일곱살 쯤 되어보이는 아이가
그 그네에 휙 올라타더군요.
딸은 그네를 뺏겨서 분한지 에엥 하고 울었습니다. 뭐... 어쩔 수 없지요. 일찍 도착한 아이가 그네를 타는
게 맞으니까요.
그네는 언니야가 먼저 탄다니까 조금만 있다가 타자 아가, 착하지? 하면서 달래주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기가 우니까 그네에 먼저 탄 그 아이가 제 딸을 휙 돌아보면서 한마디 하더군요.
얘, 너 어느 아파트 사니?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습니다.
아니, 들었어도 그냥 순수한 궁금함에 물어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아이는 한 마디 더 보태더군요.
이 그네는 우리 아파트 사는 애만 타는거야! 아파트 사는 애 아니면 저리 가! 아파트 안사는 애들이랑
같이 놀지 말랬어!
저는 인천에 삽니다. 게다가 동네는 딱히 좋은 아파트가 없습니다. 아파트가 있긴 한데, 대부분 지은 지
10년, 15년 된 좀 오래 된 아파트들이죠. 즉, 부촌 빈촌 나눌만한 동네가 아닙니다.
제 딸은 이제 세 살입니다. 아파트라는 단어가 무언지도 모르고, 아빠가 제일 슈퍼맨인 줄 알고 엄마가
원더우먼인 줄 아는 나이입니다.
일곱살도 별다를 거 없는 나이겠지요. 친구는 그냥 친구고, 옆집 사는 친구 앞집 사는 친구 뒷집 사는 친구...
그냥 그 정도만 아는 나이일 겝니다. 일단 저는 그랬습니다.
그 아이가 잘못된 건 아닐겁니다. 어른들이 잘못 가르치고, 잘못 보여줘서, 그걸 보고자란 탓이겠죠.
돈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딸이 어려서 못알아들어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딸자식 가슴에 상처 생길 뻔
했으니까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느냐는 말이 참 공허한 주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