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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시아버지 얘기 함 해볼까요?
게시물ID : wedlock_16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구뽕
추천 : 21
조회수 : 1283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6/05/08 00:31:05
비글같은 아들 둘키우는 직장 11년차 워킹맘이에요..

신랑이 정규직도 아니고 영업직이라 수입이 일정치 않아요.
못가져오는 달도 많구요. 
제가하는일이 남자들 틈바구니에서 하는 프로그래머가 직업인지라 여러모로 아이둘 키우며 일하는데 어려움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많이 딸리고 해서 한번씩 너무 심적으로 힘들때가 있어요.
요즘같은 고용불안 시대에 저도 나이먹는데 얼마나 더 일할수 있을까 싶고 아이들도 많이 어리고.. 친정부모님 경제력 없으시고.. 뭐 이런생각하다보면 보통의 가장들 처럼 누가 어깨를 짖누르는거 같이 뻐근해질때도 많아요.
다행히 시부모님은 저희가 생활비 안드려도 되지만 시골에서 농사지으시니 큰돈 안들기 때문이지 넉넉한 형편은 아니죠.

한번씩 울컥울컥 올라올때가 있어요.
그게 말이죠. 남들이랑 비교할때에요.  
공대 빡시게 졸업해 대학원연구실에서도 개고생하고 취직해서는 맨날 야근특근출장 주구장창 소처럼 일만하며 살았는데 
난 왜 아직도 앞으로도 이러고 사나.
대충 얼레벌레 살았던 친구들 남편 잘만난것도 아닌 대충만 만나도 그럭저럭 사는거 같은데 왜 난 계속 이리 힘들지..뭐 이런 비교요 ㅎ 
 
근데요...
그것보다 더 큰 비교가 있어요. 바로 시댁이요.
울 시부모님.. 항상 저에게 미안해 하세요. 
많은걸 물으시진 않지만 어느정도 아시는거죠..
그래도 용돈 챙겨드리고 편지써드리고 하면 미안해하시면서도 좋아하세요.
저희 시부모님 크게 저희에게 뭐 해주시는건 없어도 텃밭에서 기른 야채며 쌀이며 손수만든 두부며 이것저것 잘 챙겨주세요.
무엇보다도 며느리 맘 상할 말씀을 안하세요.
그거아세요? 이 별거 아닌거 하나로도 동네 아줌마. 친구들 사이에선 제가 제일 으쓱으쓱이에요. 좋은 시부모 둔걸로 ㅎ

그런데... 얼마전 저희 둘째가 돌이었어요.
시댁에서 조촐하게 돌상차리고 집으로 오려는데 시아버지께서 뭘 하나 주세요. 작은 상자를 포장지에 포장한..
사부인께 드리라며...참고로 저희 아이들 친정엄마가 봐주십니다(저의 최대 불효이죠 ㅠㅠ) 이게 뭐지? 너무 궁금해서 안 뜯어 볼 수가 없었어요....

뜯어보니...아....
돈 100만원과.. 직접 쓰신 손편지...
손주들 키워주시느라 애쓰시는 고마움을 이렇게 짧은 글로 밖에 전할수 없어 죄송하다시며....

아이 돌인데 아이선물을 챙기신게 아니고 그아이 돌까지 키우시느라 애쓰신 사부인을 챙기신 그맘 너무 대단하지 않아요?
편지쓰신거 첨부해서 자랑하고 싶지만 거기까진 안할래요. 
배아프실까봐 ㅎㅎ

제 남편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 
울 신랑도 아버님을 닮아가며 늙어갔음 좋겠어요 ㅎ

글을 어떻게 마무리 하지? ㅎ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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