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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현종의 넘치는 우애
게시물ID : history_26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침
추천 : 3
조회수 : 157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5/07 12: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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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내가 이래보여도 개념남이야!"



 현종에게는 위로 두 명의 형과 아래로 네 명의 동생이 있었는데, 그중 막내 이융제李隆悌가 요절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경성에서 살았습니다. 큰형 송왕宋王 이성기李成器는 본래 태자자리에 앉아있었으나 위씨 세력을 몰아내는 데 큰 공을 세운 동생이 제위를 잇는 것이 적합하다 하면서 이융기에게 양보하였습니다. 또한 사람됨이 근면하고 신실하며, 정치에 간섭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도당을 만들지 않아 현종이 특히 아끼고 신임하였다 합니다. 둘째형인 신왕申王 이성의李成義는 성격 좋고 외모도 잘생기고 놀기도 잘 노는, 한마디로 시원시원한 사람이었던지라 동생 황제와 굉장히 친했습니다. 동생 이융범李隆范, 이융업李隆業은 태평공주를 죽이는 일에 참여하였던 이들입니다. 그중 이융범은 공부하기 좋아하고, 글 잘쓰고 문장을 하는 선비를 애호하며, 그들에게 항상 예를 다하여 대접하는, 성미가 곧고 고결한 위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융업은 이와 대비되게 집안 사람들이 사고를 한탕 쳐서 황실을 놀라게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이 내용은 좀 뒤에 나옵니다.





 현종 이융기는 형, 동생들과 항상 사이좋게 지내었으며 이들에게 정을 쏟아부었습니다. 황제에 즉위하자마자 기다란 베게와 큰 이불을 만들어 형제들과 같이 잠을 잤을 정도였습니다. 그들과 함께 연회를 즐기고, 닭싸움, 격구, 사냥과 같은 오락도 함께 즐겼으며, 식사와 기거도 그들과 함께 하였습니다. 이융기 자신부터 시, 격구, 악기연주 등 못하는 게 없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기에, 이 점을 형제들도 빼닮아 이성기의 경우 피리를 아주 잘 불었고 이융범은 비파를 잘 타서 때때로 돌아가며 연주하였습니다. 황제가 친히 형제들을 만나 시와 부를 강론하고, 술을 함께 마시고, 바둑을 두는 모습은 주변인들에게 이미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한번은 이융업이 병이 들자 이융기는 찾아가 직접 약을 달여주었는데, 그때 갑작스럽게 바람이 불어 불꽃이 황제의 수염을 태우고 말았습니다. 좌우의 신하들이 놀라 불꽃을 껏으나 황제 혼자 태연자약하게 이렇게 말했다 합니다.

"오직 설왕이 이 약을 먹고 병이 낫기만 한다면 이까짓 수염 같은 것이야 뭐가 아깝겠는가!"





 개원 29년 큰형 이성기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살아생전 형을 아끼고 좋아했던 이융기는 크게 슬퍼하며 고력사高力士를 보내 손수 글을 써 영전에 바치게 하였습니다.

"이융기가 이르노라. 한 핏줄의 형제로서, 한 왕조의 존멸을 같이 하네. 비록 황제의 자리에 있지만 형제에겐 가족에 대한 예를 다하여, 형제에 대한 정을 나타내고자 하니 삼사한 생각과 슬픔의 눈물이 함께 교차하는구나. 멀게는 어려서부터 장성하기까지 나가면 함께 놀고, 공부를 하면 같이 하고, 마치 그림자처럼 함께 하며  따르지 않았던 적이 없었는데..."





현종은 자신의 형제들에게 우애의 정을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았습니다. 태액지 기슭에 오밀조밀 자란 죽순들을 보며 그는 항상 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인간 세상의 부자와 형제는 이미 마음과 뜻이 떨어져 있으나, 이 대나무는 조상과 근본이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인간이 두 마음을 품고 헤어지려고 하는 뜻을 품으면 이것을 보고 귀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에 여러 왕들은 옳다고 하였고, 황제는 이를 대나무의 의리라는 뜻으로 '죽의竹義' 라고 불렀습니다.





개원 13년 현종이 병이 들자 이융업의 아내의 동생 위빈韋賓과 황보순皇甫恂이 사적으로 황제의 길흉에 대해 논하다 발각당합니다. 노한 현종은 위빈을 몽둥이로 쳐서 죽였고, 황보순을 금주좌사로 좌천시키는 형벌을 내립니다. 이융업과 그의 아내는 자신들에게 무슨 벌이 떨어질까 두려움에 떨었으나 황제의 반응은 온화하고 따뜻한 위로였습니다.

"내가 만약 형제를 시기하고 막으려는 마음이 있다면 천지신명께서 모두 벌을 내리실 것이네."

동생의 손을 꼭 잡은 채 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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