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께서 잠드심. 두분께서 더 이야기해달라고 하셔서 고마워서 다시 시작함. 전 소심해서 두 분의 관심도 고마움ㅜㅜ
2003년 면회 때 서로를 마지막으로 본 후. 우리가 다시 만나는데는 대충 8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음. 2006년에 나는 그 누나를 보고 아는 척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대 후에는 걍 다른 사람들처럼 살았음. 나 좋다는 애랑 연애도 해보고, 신입생 환영회 따라가서 신입생도 꼬드겨보고 뭐...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음. 이래저래 살던 나는 08년에 대학을 졸업하며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했음. 전공이 동양고대사인데 비행기 만드는 회사에 드갔음 ㅋㅋㅋ 전공 따위 (...) 그 때부터 회사에서 살다시피했음. 08, 09,10 3년은 뭐했는지 기억도 안남. 공부하고 일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연애도 하긴 했었음. 연애한 친구 아버지가 주폭이라 거기 보호해주려고 변호사 찾아주고 상담해주고 그런 일도 있었고 뭐...(근데 만약에 베스트가면 와이프가 볼지도 모르는데 이런 이야기...무섭다;;)
2011년, 페북을 시작했음. 뭐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래저래 하다가 꾸준히 하게됨. 거기다 내가 다니던 회사가 오지 중의 극오지에 위치한지라... 난 사람이 대한 그리움이 몹시 강렬했음. 그 외로움 해결에 페북은 큰 도움이 됐음. 친구들 사는 이야기 듣고 구경도 하고 그렇게.
어느날 '알 수도 있는 사람'에 그 누나 이름이 뜬거임. 근 10년간 연락도 안하고 산 사람인데? 엄청 신기하고 이상하고 그랬음. 혹시나 싶어 메세지를 보냈음. 나 ㅇㅇ인데 ㅇㅇ누나 맞냐고. 맞다는거임. 친구 신청을 하고 본격적으로 채팅도 하고 그랬음. 어케 살았는지 너무 궁금해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 그래서 어느날 밤에 전화를 했음.
그리고 그 때부터 매일 밤마다 전화했음. 밤에는 전화하고 낮엔 메신저질하며 월급 루팡. 그러다 얼굴이 보고 싶은거임. 가볍게 아무렇지 않은척 이야기했음. 우리 이렇게 오래간만인데 얼굴 보자. 밥 먹자. 내가 서울로 갈께. 2011년 12월 30일에 만나기로 했음. 근데 진짜 뭔가 내가 뭘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거임. 당일에 생전 첨으로 명품 매장에 가서 향수를 삼. 그런거 사본건 진짜 처음. 이유는 모르겠는데 그래야할 것 같았음. 잘보이고 싶었던건지....
약속된 장소에 일찌감치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가슴이 쿵쾅쿵쾅 거려 죽겠고 불안해지기 시작함. 예전의 모습이 아니면 어쩌지? 전에 잠깐 스쳐지나간 슬픈 모습이면 어쩌지. 오만 생각이 다 나는거임. 약속된 시간이 됐고 저 멀리서 그 누나가 걸어오는게 보였음. 근 10년 가까운 시간동안 약간 나이는 먹었지만 예전처럼 반짝반짝하고 밝은 모습이었음 ㅎㅎ 걱정은 말끔히 날아가고 저녁 먹고 칵테일도 마시고 데이트처럼 잘 놀았음. 지난 이야기들도 듣고.
집에 갈 시간이 됐음. 당시의 난 회사 앞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서울에 놀러오면 친구 자취방에서 잤음. 근데 그날은 뭐랄까 집에 가기도 싫고 그랬음. 그렇다고 나쁜 짓-_-*을 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여튼 그러고 있는데 누나가 자취방에서 냥이를 키운다는거임. 두마리나. 어? 나도 냥이 키우는데!? 나 보여줘 냥이 보고 싶어! 보여줘 보여줘 우김.
그리고 나는 누나 자취방에서 자고 가게 됨.
마눌님 돌봐드려야해서 남은 이야기는 나중에...
근데 이렇게 글쓰니 은근 재밌네요? 늘 눈팅만해서 방문수도 안올라가던 아재인데 ㅎㅎ
밑의 두 놈은 그날 밤 누나네 방에서 만난 똥낭이 둘.
그리고 그 밑은 당시 제가 키우던 놀숲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