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팀들이 선수 영입을 위해 쓴 돈이다. 영국 돈으로 8억 3500만 파운드다. EPL 클럽들이 지난 2004-05시즌 2억 6500만 파운드(약 4400억원)을 썼던 것에 비하면 10년 만에 거의 3배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앙헬 디마리아를 데려오면서 레알 마드리드에 지불한 5970만 파운드(약 1000억원)는 역대 잉글랜드 클럽이 들인 이적료로는 최고기록이다(그전까지는 페르난도 토레스가 리버풀에서 첼시로 옮길 때의 5000만 파운드).
BBC는 올해 EPL 여름 이적 시장에서 발생한 ‘천문학적 돈놀이’를 자세히 분석했다.
★맨체스터 Utd.의 2497억원은 ‘패닉 바이’
맨유는 지난 시즌 그야말로 굴욕적인 한 해를 보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처음 순위표 7위로 떨어지는 치욕을 맛본 것.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은 바로 목이 달아났고, 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끈 루이스 판할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그리고.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정말 ‘미친듯이’ 돈 보따리를 풀었다. 디마리아 외에도 라다멜 팔카오를 1년 간 임대 영입하는 데 600만 파운드(약 101억원)를 썼다. 만약 맨유가 팔카오의 퍼포먼스에 반해 완전히 이적을 원한다면 2015년 여름 4350만 파운드(약 729억원)를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여기에 마르코스 로호, 루크 쇼, 달레이 블린트, 안데르 에레라 등을 불러들이며 총 1억 4900만 파운드(2497억원)를 썼다.
하지만 맨유의 올해 ‘마켓 싹쓸이’에 대해 곱지 않은 눈길도 꽤 많다. 우선 꼭 필요한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를 영입하는 데 돈을 전혀 쓰지 않아 밸런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물론 블린트를 그 자리에 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팀을 이끌 때는 적당한 재정 상황 안에서 포지션별 균형, 유스 시스템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의 장래성 등 여러 가지를 감안 해 신중하게 선수를 영입했다. 그게 바로 ‘퍼거슨 경’의 철학이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의 참담한 성적(7위), 그리고 사상 처음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지 못하게 되자 구단 경영진이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TV로 5조 7000억 벌어 1조 4000억 썼다
올해 여름 EPL 클럽들이 선수 영입에 쓴 돈은 8억 3500만 파운드(약 1조 4000억원).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쓸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잘 벌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수입의 가장 큰 부분인 TV 중계권료는 정말 사람들의 입을 딱 벌리게 만든다.
지난 시즌 EPL은 SKY 스포츠와 BT 두 중계권자로부터 무려 30억 1800만 파운드(5조 7000억원)의 중계료를 받아 챙겼다. 이 금액은 그 전 시즌(2012-13시즌) 대비 무려 70%나 폭등한 가격이다.
당연히 각 구단은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특히 맨유를 비롯한 ‘빅클럽’들은 배당금도 상대적으로 많았기에 그만큼 선수를 사오는데 많은 돈을 투자했다(물론 맨유는 너무 지나치게 돈을 많이 쓴 게 사실이지만 말이다).
★리버풀, 첼시, 아스널, 맨체스터 시타, 사우샘튼
리버풀도 올 여름 선수를 영입하느라 1억 파운드를 넘게 사용했다. 공격형 MF 아담 랄라나, CB 데얀 로브렌, FW 리키 람버트 등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핵이빨’ 루이스 수아레스를 바르셀로나에 넘기며 7500만 파운드를 받은 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첼시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디에고 코스타와 필리페 루이스를, 바르셀로나에서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각각 영입하며 9100만 파운드를 썼다. 아스널은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메수트 외질을 영입하며 4240만 파운드를 지불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올해는 바르셀로나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를 3500만 파운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격수 대니 웰벡을 1600만 파운드에 각각 사들였다. 아스널은 이제 “더 이상 셀링 클럽이 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처럼 보였다.
맨체스터 시티는 5000만 파운드, 사우샘튼은 5800만 파운드를 선수 영입하는 데 지불함으로써 ‘큰손’ 대열에 합류했다. ‘억만장자’ 만수르 구단주가 있는 맨시티는 예전에 비해 트레이드 비용을 매우 적게 들인 반면 ‘스몰마켓 팀’인 사우샘튼의 이적료 비용이 매우 높은 건 이례적이다. 물론 사우샘튼의 경우 선수들을 대거 팔아치우며 9200만 파운드의 수입을 올렸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봐야한다.
★EPL 구단들 수입 폭등→지출 폭등
수입이 늘면 그만큼 지출도 늘게 돼 있다. 다음 시즌부터는 유럽챔피언스리그 중계권료가 연간 9억 파운드(9187억원)로 오른다. 이는 그전 계약과 비교해 두배 이상 폭등한 가격이다. 당연히 챔스에 출전하는 클럽들의 수입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7위를 하는 바람에 올 시즌 챔스에 출전 못하게 된 맨유가 얼마나 큰 타격을 받았는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챔스 복귀에의 강렬한 염원이 ‘패닉 바이’를 불러일으켰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EPL은 ‘빅 클럽’ 뿐 아니라 ‘스몰 마켓’ 팀들도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큰돈을 쓸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시즌 카디프시티는 TV 중계권료 및 각종 마케팅 비용으로 6200만 파운드를 벌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수입금이었다. 중계권료가 늘어나는 만큼 그에 비례해 EPL 구단이 고루 혜택을 본다.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 잔류하기 위해 좋은 선수를 사려고 ‘베팅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매년 여름마다 선수들의 이적료 총액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인가. 전문가들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축구 재정 전문가인 롭 윌슨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지난 3,4년 간 선수들의 몸값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너무 과하면 그 반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한때 사람들이 잉글랜드의 이적료 총액이 10억 파운드를 넘어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 적이 있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재정적 페어플레이라는 제도적 장치도 있고, 각 구단들의 자정 노력도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