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7일. 세계 최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1, 2위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2012년 대선 때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이길 것이라고 잘못 예측한 데 대한 반성이었다. #4·13 총선 결과는 한국 여론조사업체들엔 ‘대재앙’이었다.
선거 이틀 전 한국갤럽·코리아리서치·미디어리서치 등은 새누리당 의석을 155~169석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결과는 122석이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었다. 20대 총선 여론조사는 2014년 지방선거 때에 비해 횟수는 두 배 이상 늘었지만 품질은 바닥이었다.
중앙일보가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여심위)로부터 단독 입수한 ‘20대 총선 여론조사 통계’에 따르면 공표된 여론조사는 2년 전 지방선거(816건)에 비해 113.7% 늘어난 1744건이었다. 정당·후보자 등이 실시한 비공개 조사(3630건)를 포함하면 모두 5374건으로 선거구(253개)당 21번꼴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조사기관 수도 지방선거(114개)에 비해 72개(63.2%) 늘어난 186개였다. 이 중 자동응답(ARS) 업체가 132개(71%)였다. 반면 여론조사 신뢰도와 품질을 결정하는 평균 응답률은 8.9%로 10%에도 못 미쳤다. 통계학자들이 권장하는 20%의 절반에도 못 미친 수치다. 여론조사 전화를 유권자 100명이 받았는데 8.9명만 조사에 응했다는 뜻이다. 2014년 지방선거 응답률(11.0%)보다도 2.1%포인트 낮다.
특히 ARS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4.2%에 불과했다. 류정호 여심위 팀장은 “현행 여론조사는 신고제로 500만원 정도인 중고 ARS 기계만 있으면 사업자등록을 내고 여론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횟수는 늘었지만 신뢰도가 떨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류 팀장은 “‘떴다방’식 여론조사에 대해 정밀 실태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 야당 의원은 “선거가 임박하자 한 지역 언론에서 ARS 조사 비용으로 500만원을 요구해 거절했더니 다음날 경쟁 후보에게 유리하게한 기사가 실리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