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I-Dream Girls> 뮤직비디오를 보고
-서사가 갖는 힘.
본인은 <프로듀스101>을 하나도 빠짐없이 챙겨보는 열혈시청자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하는 아이는 있었고 <Pick me>를 아주 좋아한다.<프로듀스101>은 아주 잘 짜여진 예능 프로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101명의 소녀들을 데리고 열심히 가르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의 마음에 드는 아이들을 선택하고 그 선택들이 반영되어 걸그룹을 만든다. 성장드라마 + 오디션 배틀의 치열함 + 개인의 사적인 이야기에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양방향 소통까지 예능의 미덕은 전부 갖추고 있는 것이다.
I.O.I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있다. 천재, 수재, 노력형, 즐기는 자, 4차원 엉뚱이, 귀요미, 실력파, 이쁜이 등등 내가 누구라고 굳이 찍어서 말하지 않아도 <프로듀스101>을 본 시청자들은 머리 속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을 것이다. 그 캐릭터들은 <프로듀스101>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 아이가 언제 울었는지, 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며 성격은 어떠한지 노래는 어떻게 부르고 춤은 어떻게 추는 지 우리는 이미 I.O.I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많이 공감한다. 그녀들은 <프로듀스101>을 통해서 개인 서사를 획득한 것이다.
Dream Girls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몇몇의 얼굴이 눈에 띈다. 사람 얼굴을 잘 못 외우는 나로선 굉장히 드문일이다. 11명이나 되는 인원인데 반이상이나 기억에 남는다.(물론 아직도 다는 모르겠다.) 그녀들의 얼굴, 행동, 표정에는 그녀들의 서사가 담겨있다. 열심히 익히고, 즐기고, 흘렸던 땀들, 그녀들의 이야기, 그녀들의 목소리, 말투, 억양 이 모든 것들이 그녀들의 커리어가 되며, 시청자들의 머리 속에 각인이 되어 있다. 나 같이 꼼꼼히 안봤던 시청자도 그정도인데 열심히 챙겨보고 직접 투표까지 했던 시청자들은 어떨까? I.O.I는 이미 큰 무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Dream Girls>노래가 타이틀 곡이 된 이유도 따지고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녀들의 노력과 열정 그리고 성공 스토리가 노래 안에 담겨 있는 것이다. 이것이 그냥 신인가수의 곡이었다면 그것이 아무리 본인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시청자는 흔히 듣던 뻔한 노래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I.O.I가 부른다면 이미 그녀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은 크게 공감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서사의 공유는 동질감을 불러 일으킨다. 같은 일을 겪고 같은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을 보며 우린 친구라고 부른다. 동병상련, 과부 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말도 동질감에 대한 것이다. 이 동질감은 인간이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이상 당연한 것이다. I.O.I는 우리와 이미 많은 서사를 공유하였고 친하다.(물론 개인적으로 친한 건 아니다. 친하고 싶다.) 이제 I.O.I는 시청자와 유대감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습이(Dream Girls를 포함하여) 프로그램에서 만들어 준 모습이라면 이제부터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일 때다. 험난한 연예계에 성공적인 한발을 디뎠으니 이제 자신의 힘으로 활짝 비상하길 바란다.(그래도 난 Pick me가 Dream Girls보다 좋더라)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