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시지 않았다. 어제에 비해 한결 수월했다. 엊그제의 음주 충동 강도를 10점 만점에 5점으로 본다면, 어제의 그것은 한 2점 정도나 될 것 같다. 함께 금주를 하는 러닝 메이트가 생겼다. 나 홀로 이 과정을 겪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묘한 안도감을 준다.
2. 딱히 술을 마시고 싶은 시점도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일기에서는 2-1과 2-2를 생략한다. 엊그제 음주 욕구를 참기 어려웠던 것에 비하면 어제의 경우 너무 수월해서 신기할 정도였다. 아마도 도저히 술을 마실 수 없는 일정들과, 나름의 금주 결심이 만들어낸 효과인 것 같다.
금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일부터였지만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건 4월 30일이었으니 실상 오늘로 금주 4일째를 맞게 되었다. 지난 6년 동안 가장 오래 술을 마시지 않았던 기간이, 재수없게 동원 예비군 훈련에 끌려갔던 2박 3일이었던 점을 고려해본다면, 오늘로 나는 6년 중 가장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볼 수 있다. 엊그제부터 이상하리만큼 잠이 잘 온다. 꿈도 재미난 꿈들만 꿨다. 왜 도깨비들이 잠을 잘 자는 것을 덕스러운 일이라고 봤는지 조금 알 것 같다.
3. 어제는 술을 마시고 싶지 않았으므로 금주를 통해 피할 수 있었던 금전 및 시간 소모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해당 항목은 여전히 3900원 / 6시간을 유지한다.
4.그간 술 마시고 잠 자느라 허비한 시간 때문에 공부와 일감이 너무 밀려 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은 무척이나 바빠질 것 같다. 그러므로 새로운 취미를 찾는 일은 일단 급한 일들을 마무리 한 이후로 미뤄야할 것 같다.
5. 헛구역질이 나오지 않고 속이 편안하다. 그래서 식욕이 자꾸 돈다. 술을 안 마시면 살이 빠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던 고등학교 시절에 난 파오후했으니 '술 안 마시면 살이 빠지겠지'라는 기대는 과거에서 그 결말을 찾을 수 있는 바보같은 바람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