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살 선재 양은 9시뉴스에서 끔찍한 강간살인마가 체포됐다는 뉴스를 봤어. 그리고 분노하겠지. 인간에게 그렇게 끔찍한 짓을 저지른 사람이 있다는 게. 뉴스가 계속되고 분명 그 사람은 미쳤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에게 변명을 할 기회를 줄 수가 있는지, 또 그 변명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 생각하고 있어.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싸이코는 그냥 사형시켜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가해자는 보호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
선재 양에게도 가해자가 있어. 마침 바로 옆 자리에 있지. 얼굴에 여드름이 잔뜩 나서 시각적으로 피해를 주고, 수업시간에 오타쿠같은 그림을 그리는 반사회적인 면을 보여. 일본만화를 좋아하는 매국노기도 해. 그리고 말할때도 말을 장애인같이 더듬어대면서 대화하는 상대방을 얼마나 짜증이 나게 하는지. 그런 사람은 인권을 보호받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 살인마든 바로 옆 자리의 민지 양이든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피해자의 분노 표출이 저지되는 사회는 인권이 없는 사회야. 근데 살인마는 내 옆에 없으니 민지 양을 욕해야겠지. 선재 양의 인권은 소중하니까. 그리고 엄연한 이유가 있으니까.
민지 양이 자살했다는 뉴스가 어떤 사이트의 자유게시판에 올라왔어. 닉네임 N님은 그 기사를 보고 선재 양이 얼마나 못된 여자인지 잠시 생각해. 그리고 친구를 괴롭히는 학생들도 폭행죄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덧글을 썼어. 나쁜 사람이 이렇게 활개칠 수 있는 걸 보면 어린애들도 성인과 똑같다고 생각하게 되지.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기 때문에 애들이 나쁜짓을 하면서도 정신을 못 차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리고 저따위로 이유를 갖다 붙인 괴롭힘은 나쁜 거라고, 그냥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 저러는 거니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덧붙여 썼어.
그리고 글 목록으로 다시 돌아가보니 유명한 어그로, 닉네임 T님이 다시 왔네. 지난번에 분명 사과문까지 요청을 했는데 말이지.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관리자도 솜방망이 처벌이나 하고. 쓰는 글을 보면 어그로인게 딱 보이는데 말이야. 그래서 N님도 처벌 규정에는 안 걸릴 정도로 비꼬는 덧글을 달아 줬지. 다른 회원들이 하듯이. 저 어그로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했나? 언제쯤 정신차릴까? 라고 생각하면서 말이야.
N님의 닉네임이 일부만 가려진 채로 흔한 이중잣대.JPG 라는 제목이 달려서 유머 사이트로 넘어왔네. 언어폭력도 폭력이니 하는 덧글을 쓴 사람이 직후에 누군가를 욕하는 걸 보고 회원들은 모두 웃지. 추천수가 올라가는 걸 보고 이 글을 올린 재호 군은 정말 좋아해. 그 사이트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까는 것도 일종의 놀이가 됐으니까. 뭐, 잘못된 정치관이든 역사관이든 게임 스토리를 왜곡한 게 퍼져서 그걸 믿는 사람이 넘쳐나든 맘대로 생각해도 좋아. 어쨌든 그런 곳이야. 재호 군은 어쨌든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주 키배도 하고 있어. 그것뿐만은 아니지만.
재호 군이 또 싸우는 상대는 무신론자, 진화론자, 지동설주의자고, 옳은 말이 과학적으로 틀렸다고 트집잡는 사람들이야. 좋은 말을 들려줘서 물이 예뻐진다고 하는 걸 욕하면, 그럼 나쁜 말만 쓰겠다나 봐. 한심한 사람들이지. 왜 다 좋은 말을 생트집잡아서 헛소리라고 우기는지 모르겠어. 그러면서 우월감을 느끼나 봐.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사람들을 보고.....
설마 또 특별한 사람들 이야기라고 생각했어? 왜 그 사람들이 누군가를 그렇게 쉽게 미워할 수 있는지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어? 넌 다른 사람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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