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는 필력이 좀 졸작이지만.. 아직 1부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셔서 1부를 보고 오시는걸 추천합니다.
(약간의 욕설 자체 모자이크)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bestofbest&no=241864 밤이 되어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까지 우리는 화투를 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점당 백원의 돈을 걸고 하다보니 어느새 분위기는 고조되었고 우리는 결국 저녁까지 화투를 치게 되었다.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시간을 확인을 못했지만 아마도 약 여섯시쯤.. 어찌저찌 하다보니 화투를 치다가 파토가 났다.
어찌된 일이냐면 한창 병준이하고 경준이가 돈을 싹쓸이하고 있을 무렵, 나는 그나마 거의 본전을 찾았으나 찬희는 가져온 3만원을 거의 다 잃었었다. 그러던중 또 판은 역대급으로 커지고, 병준이가 3고를 외치는 순간이었다.
"그어-얶 그어어엌 그어엌 긐..끜.." 찬희가 갑자기 이런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푹 숙이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상황이 상황이었기에.. 처음에는 모두 그저 장난으로 여겼다.
"뭔데 ㅋㅋㅋ 돈털리고 정신 나갔냐? ㅋㅋㅋㅋ"
그런데 다들 크게 한번 웃고나니 왠지 찬희의 신음소리가 더욱 거세진 것 같았다. 게다가 찬희가 침까지 흘려가며 너무 서럽게 흐느끼니 병준이 이 자식도 뭔가 빈정이 상했는지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
"야이 새x야 적당히 해라."
그러나 찬희는 병준이를 전혀 개의치 않고 더욱 더 서럽게 울었다. 우선 알아야 할것은, 내가 병준이를 곰이라고 형용한건 다 이유가 있다. 정말로 덩치도 크고 피부도 가무잡잡하며, 성격도 다혈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왠만하면 병준이에게 이런 심각한 장난을 치지 않는다.
"그어어엌 그어엌끄어 그어어어.."
.. 옆에 앉아있던 내가 울컥할정도로 서러워보였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갑자기 저렇게 미친듯이 우는것도 이상했지만 그때 찬희는 뭔가 이질감이 느껴졌다. 울고 있으나 울고 있는게 아닌느낌.. 이 느낌을 형용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왠지 기이한 기분에 충동적으로 내 화투패를 찬희에게 던져버렸다. 이렇게 상황이 심각해지자 병준이도 진지해져서
"니 진짜로 미쳤냐? 시x 고개 들어라."
하며 멱살을 잡고 들어올렸는데..
세상에..
정말 흔한 폐가의 레파토리이며, 심지어 귀신도 몇번 목격한적이 있었던 우리지만.. 정말 이렇게 원초적인 공포에 휩싸인적은 처음이었다.
정말로 공포에 질린 눈..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만은 장난이 아니란 것을. 사람의 눈동자가 그렇게 작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그날 처음 알았다.
실제로 귀신을 봤을때에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귀신이 나타났을때 패기롭게 소통을 시도했던.. 한마디로 공포세포가 메말라있던.. 그런 경준이마저 당황해서 뒷걸음을 쳤다.
그런 경준이마저 패닉상태에 빠졌는데 우리가 어땠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래도 다행히 경준이가 정신줄을 부여잡고 찬희를 부여잡은 뒤에 뺨을 후려치기 시작했다.
"정신차려!! 씨x.."
점점 경준이도 두려운지 뺨을 점점 세게, 그리고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흰자에 비해서 비정상적으로 작은 눈동자에 흐느끼며 지속적으로 내는 기괴한 소리.. 실제로 본다면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느끼게 되는데, 아무리 경준이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찬희는 결국 눈동자가 풀리고, 눈이 감기며 소리도 멈췄다.
그러나 우리중 아무도 긴장을 놓지 못했던게, 아무런 반응이 없고 분명 기절한 것 같기는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고개는 떨구고 팔도 파김치처럼 축 쳐저 있었으나 허리만은 꼿꼿이 세워져 있는 것이었다. 엄청난 공포심이 우리를 엄습했었으나, 폐쇄된 방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며 계속 공포감이 생기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 공포가 가시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 웃기기도 했다 대체 어느 귀신이 무슨 원한이 있어서 내 친구의 허리만 이렇게 꼿꼿이 세워놓은 것일까?
어느새 우리는 무서웠던 기억을 뒤로하고 '대체 그 귀신은 무슨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 에 대해서 장난식으로 토론하며 또 다시 고조된 분위기에 애들도 어느새 찬희를 잊었던 것 같다.
밤이 깊을 때까지 찬희는 깨어나지 않았다. 계속 그 자세를 몇시간동안 유지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어떤 조취를 취해도 더이상은 자세가 바뀌지 않았다. 반쯤 포기했을 때에 병준이는 아직도 그 큰판이 파토난 일에 대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경준이와 내가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니 그만두긴 했지만 말이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찬희를 잠시 방에다 내버려 두고 담배를 피러 나갔다가 오기로 했다.
아까 보았듯이 병준이 그놈은 은근히 찬희를 깔보는 경향이 있어서 이참에 한마디 해주려고 말을 꺼냈다.
"야 적당히좀 하지?; 어떤 미x놈이 친구 멱살을 그렇게 잡아?"
병준이가 재수없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 ㅋ 얼마가 걸린 판이었는데, 그럼 그걸 파토내게 그냥 둘까? 아니; 고의로 미친척한거면 솔직히 좀 맞아도 되는거 아냐?"
그놈의 한심한 궤변을 듣고 있을 때쯤 경준이가 우리한테 소근거렸다.
"쉿, 병준이가 깬거 같아"
우리 둘은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방문을 쳐다봤다. 당연한 말이지만 폐가에는 전등이 없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해가 질 무렵부터 휴대용 전등에 의지하며 놀았다. 우리가 전부 밖에 나와있는 지금 방문을 쳐다본다고 한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문을 한참동안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말은 안했지만 사실 나는 은연중에 찬희를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