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그래요.
처음 토토가 때처럼 90년대 인기 가수들 대거 쏟아져나온 게 아니라
젝스키스라는 아이돌그룹 한팀만 나온다기에
예전 젝키팬들이나 재밌게 보겠지, 무도 요새 점점 소재 떨어지더니 토토가 울궈먹는거야? 그냥 의리로 봐야겠다(측은)
이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웃음 빵빵 터지고 왠지 모를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니 왜 ㅋㅋㅋ 기억해줄래 나오니까 막 가슴이 뭉클하고 슬프냐고 ㅋㅋㅋㅋ 난 젝키 좋아한적도 없는데 오히려 에쵸티 짭 정도로 폄하했는데 ㅋㅋㅋ
와 이런 감정은 뭔지...ㅠㅠ
당시 젝키에 관심 없었지만 그래도 그 노래들은 나의 한 시절을 통과할 때 배경이 되어줬던 음악이었음을 깨달았네요.
젝키 노래를 듣자마자 바로 햇살이 비추던 중학교 운동장, 스탠드에 옹기종기 모여앉아있던 단발머리 친구들, 그런 게 떠오르더라고요.
나이 들어서 편안한 모습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걸 보면 내가 몰랐던 젝키 멤버들의 매력도 느껴지고
예전엔 번쩍거리는 옷 입고 눈에 힘주고 무대에서 뛰어다니던 아이돌인데 같이 늙어가는구나 싶고...
아재가 되어서 예전 젝키 의상 입고 있는 거 보니 왜이리 반가우면서도 눈물이 나는지...
무엇보다도 그런 걸 이끌어낸 김태호피디는 역시 천재라는 생각이 들고 잠시나마 그렇게 생각한 내가 참 생각이 짧고 ㅋㅋㅋ
에쵸티를 위해서라면 대학도 포기할 수 있다며 눈을 이글거리던 에쵸티팬,
젝키 해체한 다음날 학교 복도에 주저앉아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통곡하던 젝키팬,
펜은 꼭 주황색만 쓰고 신화 산~! 칠판 한 구석에 써놓던 신화팬,
지금은 다들 서른 넘은 아짐 됐을텐데 무도 보면서 울고 웃고 했겠지? 다들 잘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