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통보하고 연락도 끊었는데
뭔가 다 쏟아내지 못 한 느낌에
가슴이 답답하게 막힌 기분이 들어
그 사람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늘어놓습니다.
넋두리일 수도 있고 일기일 수도 있고..ㅎ
길고 재미없으니 뒤로가기 누르셔도 좋습니다.
당신을 보고 첫눈에 반했어.
작고 예쁜 얼굴, 매끈하고 하얀 피부,
굵은 웨이브의 긴 머리, 큰 키에 날씬한 몸매...
다소 피로한 기색은 있어 보였지만
그런 건 당신 미모랑은 상관없어 보일 정도로.
그런 당신 역시 나를 보고 반했다 했지.
그때나 지금이나 그건 이해가 되질 않아.
난 당신보다 키도 작고(단 1cm지만..) 얼굴도 그저 그런...
여자가 날 보고 반하리란 생각은
살면서 해 본 적 없는 평범남이니까.
게다가 당신은 나보다 9살이나 적잖아.
평생 처음 경험한 기적같은 만남이라 생각했어.
나 나름의 사연 때문에 이제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그게 나도 모르는 순간에 단번에 깨졌으니까.
그런데 당신은 뭔가 독특했어.
낯설고, 신선하고, 특이하면서도, 당혹스러운..
나랑은 많이 다른 사람이었지.
그런 다른 부분들이 충돌을 일으켰지만
난 그래도 당신이 좋았으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에게 이런 기적같은 인연이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
당신처럼 예쁘고 어린 여자가 나를 좋아해주는
일은 다시 없을 거라는 생각에
놓치기 싫은 마음도 꽤 있었지.
인정해.
상식이라는 게 괜히 생겨난 게 아니잖아.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들.
그런데 당신은 내가 생각하며 살아온 상식에서
꽤나 많이 벗어난 언행을 종종 했어.
이기적인 모습도 자주 보였고.
스스로에게는 굉장히 관대하면서도
나에게는 엄격했잖아.
'상대방'이라는 존재를 인식하지 못 했고
그러니 배려나 존중도 전혀 할 줄 몰랐고...
처음 데이트를 한 날 키스를 원했던 당신에게 당황해
천천히 알아가고 싶고 오래도록 설레고 싶다는
내 말에 우리는 지리한 논쟁을 해야 했고,
그랬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은 결국
나를 모텔로 이끌었지.
당신 많이 좋아하고 나도 욕심 있는 남자지만
솔직히 그때 난 그러기 싫었어.
그렇게까지 나오는 당신 자존심 다치지 않게 하려고
억지로 장단을 맞춰줬을 뿐이야.
지금도 당신이 무턱대고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하진 않아.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무섭게 돌진하는
성격일 뿐이라는 걸 아니까.
나를 만나서는 하루의 피곤함을 토로하면서도
당신을 위해 하루에 1~2시간 밖에 못 자는
내 컨디션을 당신은 단 한 번도 물은 적이 없지.
당신의 거짓말은 그럴 수 있는 일로 치부하면서
모든 순간 당신에게 진실했던 나는
당신에게 끊임없는 의심을 받아야만 했고.
거짓말로 나에게 상처를 줬음에도
그걸 만회하려는 노력에는 무관심한 채
되려 무조건적인 신뢰만을 바라고...
그런 당신에게 지쳐서 이별을 고한 나에게
당신이 다시 매달려 겨우 재회한 자리에서
당신은 처음 당신에게 반했던 내 눈빛을 바랐지.
당신이 어떤 상처를 줬는지,
그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그게 아물기 위해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당신은 전혀 감도 못 잡고 그런 어이없는 말을 나에게 했어.
내 달라진 눈빛을 견디기 싫었을테니까.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생각지도 못했을테니까.
그래 당신은 그런 사람이었어.
재회의 시작에서조차 삐걱거림을 느꼈음에도
다시 잘 해보고자 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사랑을 받기만 하고 줄 줄은 모르는 당신은
순박하고 헌신적인 머슴같은 남자를 만나야 해.
날까지 잡아놓고 당신이 걷어찬 전 남자친구처럼 말야.
그런 남자가 아니면 당신의 연애나 결혼은
당신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할걸.
당신 덕에 처음 느껴본 감정들 많았어.
그건 고마웠지만 내 시간, 감정, 노력, 상처들은
한스러울 만큼 후회돼.
당신 같은 사람을 사랑하려고 내 다짐을 깼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야.
그러니 더는 구질구질하게 굴지 말고 당신 인생 살아.
나는 절대로 그럴테니까.
난 정말 당신이 싫어.
꺼져줘 내 인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