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겐 여자친구가 있습니다 그녀는 미용실에서 인턴으로 작년부터 근무하고 있고 주 6일 근무 일요일에만 쉽니다 그녀를 작년 5월에 처음 만나서 첫눈에 반해버렸어요 저도 그럴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30평생 첫눈에 반하는거 경험하니까 저도 긴가민가 하더라고요 4달을 쫓아다니면서 시간날때마다 만나달라고 졸랐고 결국 9월에 사귀자고 고백하고 허락 받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럽으로 한달동안 다녀오게됩니다 물론 카톡이나 사진등은 실시간으로 링크시켜줬고 귀국할때도 이것저것 많이 챙겨왔었죠(그때 인천공항 세관 분이 "여자친구 주려고 많이도 챙겨오셨네요"라고 할정도로...) 특이한 선물은 유럽 이곳저곳에서 파는 엽서들에 그때그때 느낀점을 일기처럼 써서 그녀에게 줬죠 제가 워낙 악필이라 읽기가 쉽진 않았을거에요 아마..?
귀국하고 이후로 천천히 선물도 하나씩 주고(한번에 다주면 부담스러워할까봐) 크리스마스 이브가 100일이었는데 그날도 일한다고 해서 일 끝나는 시간까지 맞춰서 기다리고 너무 피로해해서 집 가는길까지 바래다 주고 왔었습니다 - 그녀와 저는 고속버스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서 살고 있습니다
새해가 바뀌고 짬을 내서 취직준비와 데이트도 하는데 그녀가 일요일에만 쉬기때문에 2주~4주 에 한번 겨우 봤었습니다 물론 카톡은 계속 했고요
그녀는 뭔가 고양이 같은 성격이라서 살짝 까칠하고 까다로운데 어쩌다 한번씩 기분좋아서 매력발산하면 전 껌뻑 죽는 느낌...? 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카페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너무 진지하게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가볍게 만나는 사이이고 싶어" "난 누구와도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 골드미스가 될거야" "사실 오빠는 지금 너무 부담스러워" "오빠 나이도 있고 결혼 생각도 해야할텐데 그 상대를 찾으려면 나 말고 다른 여자를 만나"
고양이 같은 그녀는 진짜인지 알수없는 묘한 철벽을 세워뒀습니다 고양이를 키워보진 않았지만 낯선사람을 많이 경계하는 편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아직 그녀에게 낯선사람인가 싶은 자괴감도 들었지만 더 익숙해지고 더 시간이 흐르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뒤로 그녀가 원했던 대로 최대한 스킨십이라거나 애정표현이라거나 하는것도 줄이고 피곤하다고 하면 톡하는것도 줄이고 내일 이야기하자고 하곤 했죠 그러면서도 매일 아침일어나서 잘잤느냐고 출근 잘하라고 좋은하루 되라고 안부도 남기고 밥 잘 챙겨먹으라고도 하고 일상적으로 지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때는 그녀가 기분이 안좋다고 나중에 보자고 하더라고요 수긍했습니다 근데 그게 한달이 넘게까지 늦어질줄은 상상도 못했지만요 결국 3월 화이트데이 때 사탕과 초콜릿을 맞바꾸는 웃지못할 희극까지벌어지고야 말았답니다 전 수제(제가 직접 재료 주문해서 만든)사탕에 꽃에 티타임용 캔디상자를 주고 그녀는 직접 만든 파베초콜릿이라고 주장했던 녹은 초콜릿을 건넸죠 아무리 봐도... 초콜릿에 생크림을 넣어서 휘저어버린 것같았습니다(파베초콜릿 맞기는 한건지)
뭐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있었지만 한창 좋아했습니다 한달에 한번 두달에 한번 드문드문밖에 못 만났지만 그녀와 저는 같은 게임을 하곤 해서 게임에서 자주 만나 놀기도 하고 그랬죠 그러다가 약속 잡고 데이트 하면 저는 광대가 아파올정도로 계속 웃더라고요 표정관리하고 싶은데 정말 내 몸이 내 의지를 벗어나버리더랍니다 좋아서 웃었던 거겠죠? 포커페이스든 거짓말이든 저랑은 인연이 없나봅니다 ㅜㅜ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친구들이 보고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난 괜찮으니까 놀고오라고 했습니다 얼마뒤 친구 한명과 제가 사는 동네로 놀러오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라고 했습니다 어차피 백수인데 여자친구가 놀러온다는데 마중나가고 이동네 안내해드려야죠 저는 전북 전주에 살고있습니다 한옥마을이 제법 알려져있죠 여자친구와 그 친구(여자입니다)가 놀고 갈수 있게 이렇게 저렇게 계획짜고 여기에서 뭐 맛보고 여기에서 구경하고 한복체험 할수있는 한복대여점도 알려주고 1박한다고해서 숙소도 잡아주고 계획서를 내밀었더니 같이 다니자고 하더라고요 그녀가 그러자는데 안된다고 할수 없잖아요 그때가 마침 저희 200일 기념일이기도 했습니다 간단하게 로제와인 한병과 수제케이크를 사서 준비할 예정이었습니다 저녁에 호텔에서 간단히 기념하고 전 퇴장할 생각이었죠 그날이 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제법 즐거워...하는 것같긴 했습니다 한복 입어본거 오랫만이라며 재밌어하고(전 눈호강하느라 너무 즐거웠어요) 길거리 음식도 맛있어하고 ... 그날 날씨가 살짝 무더워서 더워하더라고요 노점에서 파는 아이스커피 한잔씩 하고 잠시 케이크좀 사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제가 실수를 해버립니다 아가씨들을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쉬게한뒤에 케이크를 사와야했는데 같이 가자고 해버린겁니다 설상가상 무척 유명한 가게인데 그날따라 가게주인이 출강을 가버린겁니다 예약을 해놓을걸 하고 생각했으나 이미 늦어버렸죠 괜찮다고 하는 아가씨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열번은 넘게 해대며 다른 가게를 찾았지만 월요일이라(전주에 있는 많은 상점은 월요일에 쉽니다) 영업하는 곳이 없었죠 정말 엄청난 실수를 해버린겁니다...
더 큰 일이 터져버립니다 여자친구의 여자친구가 울어버립니다 본인이 커플데이트에 딸려온거냐고 자기가 그런거 배려해줘야하느냐고.. 네 제가 잘못한게 맞습니다마는 좀.. 기분이 다운되더라고요
결국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한옥마을 뷰가 한눈에 보이는 호텔이라 1박에 13만원) 좀 쉬고 진정시켰습니다 저녁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제 친구가 연락이 왔습니다 저녁 먹자고. 여자친구랑 있다고 물어보겠다고 했는데 그녀랑 친구는 흔쾌히 좋다고 하더라고요 제친구는 퇴근하면 8시쯤에 올것같다고했더니 그럼 먼저 먹고있자고 합니다 길거리음식들이 좀 느끼했다면서 그녀들은 부대찌개를 먹겠다합니다 제친구한테 밥 먼저 먹어도 되겠느냐고 물어보니 가관입니다 술먹으면 된답니다ㅋ 뭐 알아서 하라 했지요 저녁 먹고 카페에서 좀 쉬고있으려니 친구가 옵니다 빈속에 커피 드링킹하고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그 친구가 술한잔 하자고 제안합니다 그녀들은 거절하고 쉬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들여보내고 오겠다고 하는데 그친구는 기분이 상했는지 오지말랍니다 제친구도 이해는 갑니다 그녀들을 들여보내고 쉬라고 하곤 다음날 아침에 체크아웃이랑 하게 다시 오겠다고 했습니다만.. 괜찮다고 본인들이 알아서 할테니 가랍니다
후........ 본방이 여기부터입니다 오프닝이 무슨 한시간이네요
다음날 그녀와 친구가 집으로 돌아갈때까지 연락 한번이 없더라고요 물어봤습니다 잘 들어갔느냐 다음날 출근할때 피곤하지않겠느냐 내일 연락한답니다 기다렸습니다 잘 출근하고 일 괜찮느냐 같이 일하는 인턴 후배가 짜증나게해서 좀 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퇴근하고 연락이 옵니다 "우리 이제 그만할래"
그 뒤로 2시간동안 핸드폰 터져나갈만큼 폭풍카톡을 합니다 전화해도 받지를 않아요 다른 친구한테 물어보니까 그럴만 하니까 헤어지자고 하는거라는 말이 돌아옵니다
요약하면 "자꾸 자기는 받기만 하니까 부담스럽고 미안하다 자기는 가볍게 만나고 싶고 (저를) 좋아하는 마음이 안든다" 라는 겁니다
어이가없고 당혹스러운데 정신이 황망하고 갈피를 못잡겠습니다 그녀는 결론 내고 헤어지는 걸로 알겠다며 톡을 그만두고 저는 2주 동안 고민하고 생각하고 다시 말하자고 보냈습니다 이제 2주가 지났고 내일..그러니까 5월1일이죠 그때 이야기를 다시 나눠보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전 아직도 그녀를 좋아합니다 잊더라도 쉽게 못잊겠어요 지금 10일이 넘게 밤에 잠을 못자고 있습니다 해뜰때 되면 살짝 눈 감아지다가 깨버리는 정도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무슨생각인지 아파트 옥상까지 올라가서 안좋은 생각까지 하고 다시 내려왔는데 지금 심정으로서는..
미치겠네요 어떻게 마무리 지을지 몰라서 그냥 열린결말로 남겨두려고요 내일 만나게 되면 결말이 보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