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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일찍 출근 하는 이야기
게시물ID : poop_120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1대등신왕
추천 : 21
조회수 : 1007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8/28 23: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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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리 회사는 아침 9시까지 출근이다. 조금 부지런한 직원은 8시 45분 정도, 그리고 보통 8시 55분 사이에 출근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항상 8시 15분쯤 출근을 한다.
 
아침형 인간, 하루의 업무는 남들보다 더 빠르게 시작하기 위해서, 아니면 어제 하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
나는 자기계발에 투철한 인간도, 남들보다 빠르게 승진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어제 하지 못한 일은 당연히 내일로 미루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으로 회사에 다니는, 인자하신 사장님께 죄송하지만 흔한 월급도적일 뿐이다.
 
내가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이 사용하기 전에 누구보다 화장실을 가장 먼저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남들이 있으면 똥을 못 싸거나, 결벽증 같은 게 있어서가 아닌 단순히 가장 먼저, 그리고 여유 있게 화장실에서 나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추운 겨울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화장실의 변기 위에 몸을 맡길 때 차가운 변기의 냉기가 온몸에서 감전되듯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달되는 순간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항상 주머니 또는 손에 쥐고사는 핸드폰은 잠시 쉬게 한 뒤 조간신문을 읽으며 종이에 활자로 적인 아날로그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받고 그 신문 특유의 잉크 향에
'나는 아직 손가락 터치와 마우스 보다 침을 묻혀가며 넘기며 읽는 종이에 더 익숙한 이제 점점 없어지는 낡은 시대의 사람이구나'를 느낀다.
 
그리고 직원들이 오려면 약간의 시간이 남아 마음 편하게 화장실에서 여유있게 나의 시간을 즐기는 것이 좋다.
보통 업무 시간에 화장실에 갔을때 오래 있다 나오면 눈치가 보이고, 행여 다른 직원이 먼저 화장실에 들어간 나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 시원한 쾌변의 낙을 보지 못할까
하는 마음에 서두르게 돼서 나와 똥이 서로 만족하는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
그래서 여유있게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아침에 배변한 뒤 내 몸을 떠나 변기에 있는 나의 뱃속이 아닌 넓은 세상으로 떠나갈 똥에게 작별 인사를 한 뒤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어렸을 때는 예쁜 여자와 좋은 차, 그리고 넓은 집에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욕심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버리고 나서부터는 저녁 퇴근할 때 집 근처 지하철역 앞에 아들을 안고 웃으면서 와이프가 나를 마중 나와 줄 때
아들이 아빠라는 단어를 정확하게 말하며 내 얼굴에 뽀뽀해줄 때 그리고 남들에게는 더럽고 웃긴 시간일 수 있지만 매일 아침 화장실에서
좋아하는 인쇄잉크 냄새를 맡으며, 신문을 넘기며 전날 먹은 음식들을 건강하고 깔끔하게 소화해준 내 몸에 감사함을 느낄 때
이런 게 지금 내 인생의 행복이구나 한다.
 
나는 변비만 걸리지 않는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출처 저는 아침에 항상 일찍 출근합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잡는다고
일찍 일어나는 저는 누구보다 가장 먼저 똥을 쌉니다.

하지만 일찍 일어나는 새는 피곤하다고, 저도 매일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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