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저는 대전에서 술장사하는 29살 남징어입니다.
가게 오픈 전에는 그 날 쓸 요리 재료의 대부분을 시장에서 사기 때문에 집 근처 태평시장으로 자주 다니는데요.(주로 야채랑 두부랑 고기)
며칠 전, 다른 날과 다름 없이 시장에 들러 단골 정육점에 가서 제육볶음용 고기 한 근 주문하고, 정육점 형이 고기를 썰어주는 동안
짬을 내서 폰으로 오유를 보고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제 귀에 캔디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안생겨효~"
하구선 후다닥 도망가는 처자..
전 깜짝 놀라서 아니 이게 뭔 상황이여.. 싶었는데 너무 당황스러워서 쫓아가서 잡을 생각도 못하고 그저 도망치는 뒷모습만 바라봤습니다.
사실 무슨 소매치기도 아니고 쫓아가 잡기도 그렇고.. 잡아서 "너도 안생겨요." 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정육점 형은
"뭐야? 누구야?"
하고 물어보는데
"어.. 모르는 사람."
"모르는 여자가 너한테 귓속말 하고 도망갔다고?"
"아..엉 이상한 여잔가봐."
"허 미친..ㅋ"
뭐 주절주절 설명해주기가 귀찮아서 둘러댔지만, 혹시나 이 글을 그 여징어분께서 보신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엊그제인 다음 날, 두부만 사면 돼서 얼른 사고 나와야지~ 하며 두부가게에 가서 두부를 산 후 차로 돌아가는 길에
맞은 편에서 오는 여자랑 얼굴이 마주쳤는데 무슨 암살 대상한테 들킨 자객마냥 움찔 하더니, 순발력있게 손가락으로 저를 가리키며
"어? 안생겨욧! ㅋ"
하구선 그대로 저를 지나쳐 도주..
이번에는 멍하진 않았지만, 역시 쫓아가진 않았습니다.
그저 머릿속엔
'저 사람이 어제 그 여징어구나.'
'시장 사람인가?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
'도망을 쳐?'
'예쁘게 생겼네..'
이틀 연속으로 보니까, 엊그제는 장사하면서 문득문득 그 여징어분이 생각났네요.
그리고 어제! 어제도 시장에 갔는데, 어제는 저도 의식을 하게 된건지 뭔가 두근두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늘도 만날 수 있을까?'
'오늘은 나도 뭔가 말해야겠어!'
그렇게 마음먹고 장을 봤지만, 그 분은 나타나질 않으셨습니다.
'하기사.. 뭐 맨날 마주치겄나..'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차로 돌아가지 않고 별로 땡기지도 않는 핫도그나 하나 사먹으면서,
어물쩡 어물쩡 시간을 끌었지만 결국 어제는 마주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오늘!
어제보다는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기대반설렘반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오늘은 장 볼 것도 많아서 만날 확률도 높았지 말입니다.
한 군데, 한 군데 가게를 들러 결국 살 것들을 다 사고 양 손 무거운 상태에서
'아 오늘도 못 만났네..' 하는 살짝 아쉬운 맘이 든 채 차로 돌아가는데
맞은편에서 두 번 밖에 못봤지만, 계속 되내여서 그런지 어쩐지 익숙한 실루엣이 다가왔습니다.
"어..아 안생ㄱㅕ요!"
딱히 만났을 때 할 말은 저것 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라는 말보다 저 말이 먼저 튀어나오드라구요.
"ㅎㅎㅎ 또 뵙네요. 식당 하시나봐요?"
그녀가 말을 걸어줬습니다.
"네..네 민속주점이요. 오유 맞죠 오유?"
"네 맞아여~ㅎㅎ 저도 식당 하는데.. 어디서 하세요?"
"아 진짜요? 그래서 시장에 자주 오셨구나.저는 xx동에서 해요. 그쪽..은요?"
"네?"
"레스토랑 하거든요. 그것도 고오급으로ㅎㅎ"
"네?"
"한 번 오세요. ★시공의 폭풍★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수 있는 시공의 폭풍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하스스톤 뒷면♠&☞레전더리 高級레스토랑☜의 음식 지급! §신규 캐릭터 데하카§ 지금 이 기회를 놓지지 마세요!"
라고 외친 후 그 여징어는 노바처럼 클로킹을 써서 사라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