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이 온 친구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마음만이라도 가지길 바라며 올립니다.
저 우울합니다...는 그저 우울함을 알리는게 아니라 내가 힘드니까 위로가 필요하구나, 하고 이해하는 겁니다.
항상 내 기분을 알고계셔야 해요.
불만은 말 그대로 불만인지라, 왜 불만스러운지 뭐가 필요한지 알아내세요.
우울증은 거기서 끝나요.
고교시절 굉장히 심한 우울증이 왔습니다.
(물론! 우울증만 온 것은 아닙니다.)
우울증 진단을 받은 후 2년간의 대처들입니다.
진한 글씨가 중요해요.
입원치료하며 나은 과정입니다 ^^..
1. 병원에 찾아가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
2. 대학병원 폐쇄병동 입원.
총 7번의 입퇴원.
들어간 입원비만 이천 넘음. 매번 300가까이 나왔음.
3. 나와 비슷한 처지의 아픈 사람들과 한달 넘게 살다보니 위로가 됨.
그들의 사연을 듣고 보고 느끼다보면 가족이 됨.
10대~60대 등 다양함.
4. 갑자기 불안하거나 심장이 뛰고 환시가 보이면 간호사실로 달려감.
이전처럼 혼자 괴로워하지 않게됨.
도움받을 곳이 생긴 것.
5. 매일 전공의와 면담을 했는데 내가 자해를 하면 "이렇게 하면 안돼. 왜 이렇게 했니. 아프지 않니." 하며 타이르고,
간호사에게 케어를 지시한 후 내 무.쓸.모한 감정분출에는 무반응.
(졸라 답답ㅎ)
내 감정이 격해져있으면 면담하지 않음.
가라앉은 후 또 면담.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후 풀어줌.
* 잘못을 자각하도록 일터질때마다 무한반복
중요한 것은 자해 자체가 잘못된 것임을 인지하는 것.
힘들어서 자해한다는 것은 자기합리화임을 기억할 것.
자해에 변명은 없음.
...사람들은 니 상처를 보고 미안함을 느끼지 않는단다. 니가 제일 아픈거야. 너만. 그만해.
6. 점점 자해하는 횟수가 줄어듬.
의사의 역할은 그저 내가 자해하는 이유를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것임.
7. 병원 내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빠짐없이 참여함.
시간개념이 생김. (입원 전에는 낮밤이 없었음.)
오늘의 날짜와 요일, 잠자는 이유, 밥먹는 이유, 씻는 이유를 알게됨.
8. 일기를 적기 시작. 오늘을 정리하고 나를 되돌아봄.
의도적으로 직접적이고 부정적인 단어를 배제.
내가 쓰는 단어 자체를 다 바꿔버림.
(우울하다, 울고싶다, 죽고싶다, 자살하고 싶다 등 => 기분이 좋지 않다, 말할 상대가 필요하다, 살기 힘들다, 안좋은 생각이 든다.)
들고다니며 적고싶은 말이 있으면 아무거나 그냥 적음.
9. 내 모든 행동의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된 이후로 스스로 야매처방을 내리기 시작.
이유라함은 밥 안먹는 이유는 당했던 수모가 생각나서라던지 지금은 기분이 안좋기 때문이라던지.
처방 => 지금은 우울하니까 탁구를 쳐야겠다, 사람들이랑 티비를 봐야겠다 등.
10. 전공의와 면담할때 일기덕분에 치료하기 수월해짐.
면담의 깊이가 아주 깊어지고 더 정확히 감정을 짚어낼 수 있었음.
처음으로 오늘의 나를 설명하며 긍정적 단어를 사용.
입원 직후 => 죽고싶고 왜 사는지 모르겠고 손목그은 흉터도 창피하고요. 사람들도 쳐다보고요. 언제 실밥빼요?
저 제일 약 많이 먹잖아요. 왜 안나아요? 그리고 자꾸 학교선생님이 보여요. 미친거예요?
퇴원 일주일 전 => 안좋은 생각이 들고 위로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나가면 ~가 두렵고요. 그럴 때는 시계차고 다니려고요.
약은 줄일 수 있죠? 간지러운데 낫고 있는거죠? 만약 퇴원하고 또 죽고싶으면 어떡해요? 환시보이면 어떡해요?
차이느껴지세요? 힘들어질 경우를 다 생각하고 행동요령을 배우려고 했습니다.
11. 퇴원 후 3일마다, 일주일마다, 2주마다, 한달 마다로 병원가는 텀이 길어짐.
12. 약을 끊게됨. 입원당시 12알을 먹었었음. 하나 줄이기가 참 오래 걸림.
<현재>
낮밤이 없음을 느낌 => 알바 구함. 석달 근무를 목표. 넉달 근무 후 퇴사.
끼니거르고 안자고 음주에 집순이 => 또다른 자해임을 지각 => 알람맞춰 식사, 취침, 술끊음, 큰맘먹고 외출준비 후 바다로 감.
집에만 있으니 스스로가 한심했는지 일기 안씀 => 내 부끄러운 면을 안보려는 회피, 외면임을 지각 => 어거지로 씀. 점이라도 찍음.
성추행경험으로 남성혐오 및 공포 => 일단 나좋다는 사람 아무나 만남 (맨땅에 헤딩) => 사겼으나 남자가 무서워서 헤어짐 => ~ing
집에만 있으면서 몇시간 째 침묵 => 활기없음을 알게됨 => 대문열어 환기시킴 => 아무데나 감.
말이 기네요.
그러니까 해주고싶은 말은 우울증은 이겨내거나 극복하는게 아니라
내가 우울해하는 이유를 알아내고 약을 바르는 과정이라는 말이에요.
우리 상처는 울수록 습해지고 잘 덧납니다.
자꾸 물이 닿는데 약바른다고 나을까요?
막 안좋은 생각이 들잖아요.
그 생각을 적어놓고 다른 말로 바꾸는 연습을 하세요.
저는 제가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기보다 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됐다고 생각합니다.
끝끝내 나았거든요.
나을거예요. 안죽어요. 낫습니다. 자살방법 찾지마세요.
제가 앉았던 옥상 난간은 너무 높았고, 손목엔 서른바늘의 흉터에, 수도 없이 위세척을 하고, 틈만 나면 팔다리를 묶고 격리당했지만은
어찌어찌 삽니다.
살자고 하는 이유라면 자살시도했던 모든 사람들에게는 n번째 인생이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구미호가 아니니까요.
근데 다 읽는 사람은 있나..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