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뛰어난 정복군주인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칸이 세운 대원나라(몽골어 : 다이온 예케 몽골 울루스. 1271~1368)는 중국을 지배한 정복왕조들 중에도 좀 특이한 국가였습니다. 기존의 정복왕조인 요, 금 그리고 훗날의 청나라까지도 그래도 피지배계층인 한족을 심하게 차별하지는 않았고(물론 말 안 들으면 으앙 쥬금 크리 기술을 시전했습니다만) 그리고 통치의 협력자로써 받아들이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했는데, 원나라는 그냥 아예 법적으로 한족을 차별하는 것을 명문화시켰습니다.
당연히 한족들의 불만은 폭주할 수 밖에 없었고, 원나라는 이러한 한족을 억눌러버리기 위하여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학살(원나라 초기 12년 간 7천만이었던 한족 수가 5천만으로 급감할 정도. 물론 진짜로 그냥 한족을 갈아버린 경우도 있겠지만 후술할 원나라의 정말 막장크리 행정체계로 인한 장적에 등록되지 못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입니다)도 있었고, 각종 한족을 차별하는 제도적인 장치(늦게나마 과거제를 시행했지만 유학자들은 똥보다도 못한 취급, 한족의 노예화, 초야권, 집회결사의 자유 엄금, 개인의 식칼 소유 금지 등등)등의 영향으로 한족들의 반란도 이전 혹은 이후의 정복왕조들에 비해 빈번하게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웃기게도 이러한 반란을 억제하기 위해서 원나라는 중국 어느 왕조보다도 더 빈민구제에 제일 열심히 나서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이러한 임시변통 수준의 빈민구제로는 한족의 폭주하는 불만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결국 재정은 재정대로 낭비하고 군사는 군사대로 낭비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웃긴 것은 원나라의 행정력 미비로 실상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잘 구현되는 곳은 많지 않았고, 강남 같은 지역에서는 몽골인이나 색목인들의 감시 아래 현지민 자치가 이뤄진 곳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원나라가 자신들이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지역에서 아주 잘 짜여지고 체계적인 행정적 조직을 가지고 있었느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원나라의 행정을 담당하는 중서성은 표면적으로는 11개 행성(行省)을 총괄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이들 지역의 3분의 1이 몽골 출신의 왕공제후들이나 아니면 몽골의 중국정벌 당시 몽골에게 붙은 자들의 세력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중앙정부는 간섭은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아무런 행정적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세금이라든지 병력 징발이라든지 말입니다. 더 웃긴 것은 중서성이 직접적으로 총괄하는 지역들 곳곳에도 이들 왕공제후 등등의 세력이 난립해 있었습니다. 이들은 소속만 원나라였지 다른 나라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주둔군으로 화북에는 4개 몽골도만호부, 강남에는 22익, 후광 및 쓰촨지역에 각각 6익의 한군만호부 등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이들 역시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지휘관은 세습하는 체계였습니다. 당연히 이들은 이러한 군사력을 지닌 집단들의 모습이 그러하듯 군벌화했습니다. 이에 반해 중앙정부가 지니고 있는 군사력은 사방팔방에서 끌어모아봤자 1개 도만호부 정도였습니다. 쿠빌라이 칸도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왕공귀족 자제들을 케식으로 삼아 인질로 잡는 등으로 했지만 그것은 역시나 임시변통에 불과했고, 쿠빌라이 칸 이후에는 원나라 중앙정부는 이들을 달래기 위하여 자주 연회를 개최하여 역시나 많은 재정을 탕진했습니다.
결국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에서 찬양할 정도로 원나라의 막대한 부도 이후의 황제들의 개삽질들과 지배층의 막장 짓거리로 다까먹게되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만한 개혁정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중앙에서는 황제 자리를 둔 끊임없는 다툼으로 엉망크리가 됩니다. 당연히 윗물이 이모양인데 아랫물인 지방에서는 이러한 중앙정부의 약화된 틈을 타서 불만이 쌓이다 쌓이다 못해 폭발한 한족들의 대대적인 반란(대표적으로 홍건적의 난이라든지 ..)이 지금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왔듯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뭐 결론은 100년도 채 안 되는 기간만에 몽골인들은 한족에게 밀려 북쪽으로 도망가게 되고 채 도망가지 못한 몽골인들은 그들의 조상이 한족들의 조상에게 그랬듯 모두 으앙 쥬금을 맞이하게 됩니다.
원나라의 흥망성세를 보면 이 말 정도가 생각나더군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을 수 있지만 통치할 수는 없다라는 말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