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도 없는 일상인데도 이제서야 올 해 두번째 낚시를 다녀왔네요.
그 좋은 산란철 시즌을 다 놓치고 게으른 꾼은 하릴없이 뒷북이나 울리러 갑니다.
여긴 수도권 낚시인들에겐 익히 알려진 곳으로 배스와 블루길이 이미 생태계 평형을 이룬 곳이라 저로서는 그렇게 매력적인 곳은 아니었습니다만,
지난 주 여길 다녀 온 분이 50cm 떡붕어를 낚으셨다는 말에 오랜만에 떡밥낚시를 해볼까 하고 찾았습니다.
하류부터 몇 군데 둘러 보다 이곳에 짐을 풀기로 했군요.
수몰나무 군락과 작은 수로 형태로 이루어진 지형으로 산란철에는 더할 나위 없는 포인트겠으나,
바로 등 뒤로 차들이 들락거려 다소 소란스럽다는 단점이 있군요.
하지만 이런 그림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을까요.ㅎㅎㅎ
이곳엔 징거미가 많이 서식했었다고 하지만 배스와 균형을 이루기도 전에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고 합니다.
밤새 채집망을 확인해봤지만 아무것도 채집되지 않더군요.
어차피 떡밥낚시를 하기로 했었기에 별다른 기대는 않았지만 내심 섭섭함은 어쩔 수 없군요.
어쨋든 이렇게 네 대의 낚싯대를 펼쳤지만 사실 떡밥은 한대만 운용하고 나머지 세 대에는 옥수수를 꿰었습니다.
덩어리 붕어들이 있다고 하니 설마 옥수수를 탐하는 녀석이 한둘은 있기를 바랐지요.
정면에 보이는 덤불 속이 아무래도 눈에 밟혀 저녁 무렵에 결국 한 대를 더 찔러 넣었네요.ㅎㅎㅎ
저 앞으론 논둑을 따라 거리를 두고 수몰나무 군락이 보기 좋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논둑이 좁기도 하거니와 정면 수몰나무를 두고 수상좌대에 앉은 꾼들과 정면으로 맞대야 하기에 마음을 굴뚝이지만 들어가진 않았네요.
미세먼지와 황사가 올해 최악의 상황이라는데 이렇게 솜털같은 홀씨를 날리는 녀석들이 거듭니다.
수면에도 잔뜩 내려앉아 낚싯줄에 젖은 솜뭉치를 엉키게 하더군요.
낚시 준비를 마치고 논두렁을 따라 위에서 보이던 곳에 진입해 봅니다.
이렇게 적당히 자리하면 좌대에 앉은 꾼과 수몰나무 포인트를 공유할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논둑을 해칠까 신경이 쓰여 낚시는 조심스럽더군요.
내년 봄 논자리에 아직 물을 대지 않을 즈음에 들러볼까 합니다.
여유로운 찌올림을 보여주며 떡밥낚시의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던 작은 누치가 첫 수로 나왔군요.
사실 입질이 그렇게 멋진 녀석은 아닌데 떡밥을 탐하다 어떻게 몸통에 바늘이 꽂히는 바람에 찌의 움직임이 색달랐더군요.
겨우 누치 얼굴을 본 것 만으로 저녁을 맞이합니다.
덤불속으로 채비를 하나 더 밀어 넣으려 조금의 위치 변화를 주고 붕어를 기다립니다.
아무래도 저 덤불속에서 찌불이 멋지게 올라오지 않을까 기대가 크군요.
밤은 참 짧게도 지나가 버렸네요.
관리비를 징수하러 온 분이 밤낚시는 기대 않는게 좋다는 고마운? 말씀을 주어 늘어지게 자고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낚시를 시작해 볼까 하지만 초대형 잉어들이 바로 발앞에서 첨벙첨벙 산란을 하느라 붕어들이 들어올까 미심쩍더군요.
그러던 중에 차분한 입질이 있었고, 드디어 이곳의 체형 좋은 붕어를 만납니다.
체고만 보면 월척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겠으나 일곱치에 불과한 붕어입니다.
아무래도 배스와 오래 지내서인지 붕어의 체고가 상당하더군요.
이 덤불 사이에서 한 번은 찌가 일어서길 그렇게 바랐지만,
결국 여기선 아무 움직임도 없었습니다. ㅎㅎㅎ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 번 찌가 기지개를 켭니다.
전통 붕어낚시에서 느낄 수 있는 진중한 찌놀림입니다.
여덟치 정도의 붕어가 두번째로 낚였군요.
이녀석도 잘 생겼습니다.
잉어들의 산란이 얼마나 소란스러웠던지 마치 파도치는 해변가에서 이틀을 보낸 기분이더군요.
그 영향인지 붕어들도, 배스들도 먹이활동이 뜸했나 봅니다.
등뒤로 지나다니는 배스낚시, 붕어낚시 오셨던 분들이 어떤 어종이든 낚은 걸 본 건 제가 유일하다더군요.ㅎㅎㅎ
이곳의 잘 생긴 붕어를 만났던 것도 큰 즐거움이었지만 이번 조행에서 정말 기분 좋았던 것은 '삵'을 만났던 경험이었네요.
옆자리에 동행했던 분이 다급하게 부르길래 뜰채를 들고 뛰어갔는데 낚싯대를 들고 있는게 아니라 빈손으로 저 나무 군락을 가리키고 있더군요.
처음엔 무슨 고양이가 저렇게 큰 놈이 있나 했었는데 퉁퉁한 꼬리며 두툼한 발이 이내 고양이가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한발 한발 내딛는 자세가 어찌나 우아하던지 넋을 놓고 바라보다 이쪽을 보는 녀석과 눈이 마주쳤을 땐 가슴이 설렐 정도더군요.ㅎㅎㅎ
저렇게 물속에 있는 나무들을 건너 뛰어가며 어디론가 사라질 때 까지 숨죽이고 바라보다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뜰채가 아니라 사진기를 가져왔더라면 저 멋진 장면을 동영상으로라도 남겼을텐데, 진한 아쉬움이 남더군요.
이렇게 두 번째의 조행에서는 붕어 얼굴도 보고 삵도 만나는 충만한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내년 이른 봄에 다시 한 번 들러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