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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카드점 봐주면서 격은 슬픈 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love_20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를믿지마요
추천 : 11
조회수 : 170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4/25 17:27:21

20살에 우연히 타로카드를 접하고(와~ 18년전이다!!) 타로카드에 빠져 20대 중반까지 

거금을 들여 비싼 카드도 사고 스프레드(카드 배열법) 공부 열심히해서 나만의 스프레드도 만들고

열심히 주변 사람들 점봐주다가 지금할 이야기를 끝으로 타로카드를 접었습니다.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네요..



군대갔다 복학후 대학교 2학년이였습니다,. 학교 축제에서 과에서 주점을 해서 옆에서 책상하나 가져다 놓고 타로카드

점보는 걸 했습니다. 경쟁자가 있기는 했는데, 경쟁자는 하루만에 접고 나머지 축제기간에 타로카드점을 

보는 사람은 저뿐이였습니다. 정말 많이 벌었습니다. 점심먹고 시작해서 새벽까지 70~80명씩 점봐주고 했으니까요.

축제 3일째 되는날 저녁도 못먹고 점을 보고 있었습니다. 오후 8시쯤 여자 2명이 와서 점을 보는데.... 

둘다 짝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카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먼저 점을 본사람은 조만간 짝사랑하는 남자가 먼저 고백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두번째에 점을 본 사람은 임자가 있는 남자를 짝사랑하는 거였고,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스프레드는 켈틱 크로스였습니다.)

짝사랑 대상인 남자의 사랑이 워낙 견고해서 점보러온 여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 했습니다.

그 여자분은 자리에서 흐느낌도 없이 눈물만 흘리면서 울었습니다.

갑자기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은 그때 처음 봤습니다.

뒤에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서 같이 점보러온 친구가 주점 빈자리로 대려갔고

거기서도 한참 울다가 겨우 진정하고 와서 고맙다고 이제 정말 마음정리해야 할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고 갔습니다.

30분정도 더 점을 보고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주점 구석에 혼자 않아서 술을 마시고 있던

20대 중반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제게 왔습니다.


"저... 죄송한데 식사 다 하시고 점 계속 보시는 거면 저도 한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


20대 임에도 상당히 정중한 말투였습니다.


"네 밥 다먹으면 제일 먼저 봐드릴께요~"


밥먹고 조금 쉬고 싶었지만, 정중하게 부탁하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밥을 먹고 물한잔 마시고 담배한대 피고 화장실 다녀와서 그 남자분에게 갔습니다.


"점봐드릴께요."


"예.."

짧은 대화를 하고 점을 보는 자리로 갔습니다.


남자의 질문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여기 없어서 볼 수가 없다. 그 사람한테 가는게 좋을까"였습니다.

처음에는 유학을 가서 해외에 있거나 한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카드를 뒤집으면서 저는 정말 소름이 돋았습니다...

보통 타로카드 볼때 스프레드 순서에 따라서 카드를 뒤집으면서 

"몇번째 카드는 이런 상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해당 위치에 있는 카드는 이런 의미가 있는 카드입니다"라고 설명합니다.

카드의 설명대로라면,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였습니다....

타로카드라는게 카드 하나의 의미보다는 배열에 있는 카드들의 의미를 전체적으로 파악하고 

마지막 결론을 도출하며 점을 보는 건데..

너무나도 확연합니다. 더는 만날 수 없는 사람, 이세상 사람이 아닌 사람.

카드를 설명하다가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사람한테 간다는게 자기도 죽겠다는 이야기였으니까요.

침묵으로 제 설명을 듣고 있던 남자에게 제가 말했습니다.


"저기.. 따라간다고 그분이 좋아 하실까요?...
 
 아마 제가 그분이라면,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싶어할겁니다..
 
 따라오면 정말 미워할 것 같네요..."


그 남자는 아무말도 없이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놓고 자기 테이블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가방을 챙겨 자리를 떠났습니다. 멀어지는 모습이 우는 것 같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주변사람들에게 점봐주는게 그저 재미있는 일이였는데,

카드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너무 잔혹했습니다. 그리고 무섭게 맞아들어 갑니다.

너무 잘 맞으니 내가 말로만 듣던 신기가 있는건 아닌가하는 착각도 들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격어보지도 않은 내가 주제넘는 얘기를 한건 아닐까...

내가 뭐라고 사람맘을 들춰내고 마음대로 단정지어 결론을 내는 걸까...

기다리던 몇명 더 보다가 11시쯤 점보는걸 끝냈습니다.

주점에 있던 친구,후배들이랑 술 마시다가 집에 들어와서 손때묻은 타로카드를 

천으로 잘싸서 보관상자에 넣었습니다.

타로점을 본다는 소문이나서 축제가 끝나고도 봐달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카드를 안가져왔으니 다음에라는 말로 피했습니다.

그렇게 제가 타로카드를 본다는 것은 주변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져 갔습니다.

그뒤로 4번 이사를 하고 결혼을 하고 잘생긴 아들도 태어났습니다.

가끔씩 집안정리할때 그 타로카드 상자를 발견하지만 열어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궁금합니다.

내게서 그들의 미래를 보았던 사람들은 잘 살고 있을까하고...




출처 내 마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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