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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쥐팥쥐전
게시물ID : panic_874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슈크림빠앙
추천 : 34
조회수 : 3672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6/04/25 14: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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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네번째 이야기 입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전통 설화인 콩쥐팥쥐전을 제가 알고있는 일본판으로 들려드릴께요.
 
 
 
어느 먼 옛날, 시골 어떤 마을에 한 가족이 살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딸로 이루어진 집안은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화목해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치명적인 갈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첫 번째 부인이 딸을 낳다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는 서둘러 두 번째 부인을 맞이했고, 얼마 후에 딸을 낳았다. 아버지는 큰딸에게 쌀자루라는 뜻의 고메부쿠로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둘째 딸에게는 좁쌀자루라는 뜻의 아와부쿠로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 아버지는 떠돌이 행상을 하면서 자주 집을
비웠지만, 두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어느덧 10대 후반이 되었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여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 계모는 큰딸 고메부쿠로를 사사건건 괴롭혔다. 둘째 딸 아와부쿠로도 언니를
미워했다. 하지만 착한 큰딸은 계모와 여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묵묵히 견뎠다.
 
하루는 계모가 두 딸에게 산에 가서 밤을 주어 오라고 시키면서 자루 하나씩을 건넸다. 큰딸 고메부쿠로가 받은 자루는
낡아서 바닥이 다 터져 있었고, 작은 딸 아와부쿠로가 받은 자루는 튼튼한 것이었다.
 
" 자루를 꽉 채워서 돌아오너라, 그러지 않으면 내려오지 마. "
 
냉혹한 계모의 말을 듣고 산으로 올라간 고메부쿠로는 열심히 밤을 주웠다. 하지만 밑이 터져 있어서 안에 넣은 밤이 밖으로
떨어졌고, 뒤따라 다니던 아와부쿠로가 이를 주워 자기 자루에 담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열심히 밤을 주운 고메부쿠로의 자루는
텅 비었고, 아와부쿠로의 자루는 금방 찼다.
 
이렇게 언니의 밤을 가로챈 아와부쿠로는 해가 떨어질 기미를 보이자 혼자 집으로 내려가 버렸다. 쉬지 않고 밤을 줍던 고메부쿠로는
지치고 배가 고팠지만 계모의 엄명 때문에 계속 산을 돌아다녀야만 했다.
 
고메부쿠로는 너무 배가 고프고 다리도 아파 개울이 흐르는 골짜기에서 잠깐 쉬면서 물을 마셨다. 그러다 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했는지 흘러가는 물을 내려다보며 서글프게 울었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는데 하얀 새 한마리가 날아와서 개울가 바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사람처럼 말을 했다.
 
" 고메부쿠로야. 나는 오래전에 세상을 떠난 너의 어머니란다. 죽고 나서 너를 보고 싶다고 옥황상제에게 얘기했더니 이렇게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새로 환생시켜 주셨단다. 네가 아버지와 계모를 잘 모시고 있어서 대견하구나. 그래서 선물을 주기 위해
너를 찾아왔단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동굴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 가면 내가 너에게 주는 선물이 있을 것이다. 보통 때는 숨겨 놓고
필요할 때 쓰거라. "
 
말을 마친 흰 새는 날개를 퍼덕거리며 사라져 버렸다. 고메부쿠로는 배가 고파서 헛것이 보인 게 아닌가 의심했지만, 속는 셈 치고
가 보기로 했다. 개울을 따라 올라가자 과연 흰 새의 말대로 동굴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에 예쁜 기모노와 접시꽃으로
만든 피리, 튼튼한 자루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동굴 바닥에는 새가 모은 것처럼 보이는 밤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제야 흰 새가 어머니가
환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믿게 된 고메부쿠로는 어머니가 남겨 준 선물을 챙기고, 튼튼한 자루에 밤을 담아서 집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선물로 받은 접시꽃 피리와 새기모노는 창고에 몰래 숨겨 놓고 시치미를 뗐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이웃 마을에서 큰 축제인 마쓰리가 열렸다. 평소 밖에 나갈 일이 없던 시골 처녀들은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고
곱게 머리단장을 한 다음 마쓰리에 나가 신랑감을 찾았다. 일본에서도 10대 중반부터 혼처를 찾고, 10대 후반에는 대개 혼례를 치르기
때문에 두 자매도 이제 남편감을 찾아야만 했다.
 
계모는 아와부쿠로에게 비단으로 만든 예쁜 기모노를 입히고 함께 마쓰리를 보러 나가기로 했다. 두 사람이 부산하게 몸단장을
하는 것을 봄 고메부쿠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도 마쓰리에 나가면 안 될까요? "
 
그러자 계모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고메부쿠로의 한쪽 다리를 실로 베틀에 묶었다.
 
" 베 세필을 다 짜고 오너라. 그전에는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거라! "
 
베 한필을 짜는 데 짧으면 사흘, 길면 보름이 걸렸다. 그러니 마쓰리에 나오지 말라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계모는 잘 꾸민
아와부쿠로와 함께 마쓰리가 열리는 이웃마을로 갔고, 나감한 고메부쿠로느 베틀에 앉았다. 하지말 일에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창밖을 바라보고 함숨을 쉬고 있는데 갑자기 창들에 어머니가 환생한 흰 새가 내려 앉았다. 고메부쿠로가 반가움에 눈물을 흘리자
흰 새가 말했다.
 
" 내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들이 베를 짜 놓을 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마쓰리에 나가 보아라. 가서 접시꽃 피리를
불면 좋은 일이 있을 거야. "
 
흰 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창으로 새들이 날아와서 고메부쿠로의 다리에 묶인 실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부지런하게
부리와 발로 베틀의 북을 움직여서 베를 짰다.
 
고메부쿠로는 창고에 숨겨 둔 기모노를 꺼내 입고, 곱게 머리단장을 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다행이 마쓰리가 한창일 때
도착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기모노와 외모 덕분에 고메부쿠로는 사람들의 눈에 금방 띄었고, 찬사를 받았다. 계모와 함께 있던
아와부쿠로가 그녀를 발견하고 어머니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 어머니! 저기 언니가 와 있어요. "
 
" 집에서 베나 짜고 있을텐데 무슨 소리야? "
 
축제를 구경하던 어머니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와부쿠로는 계속 소매를 잡아당겼다.
 
" 틀림없다니까요! 저길 보세요! "
 
딸의 채근에 계모는 마지못해 그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고, 화려한 머리장식을 하고, 곱게 화장까지
한 탓에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다.
 
" 묶여있는 애가 무슨 수로 저런 기모노를 입고 나타나겠니? 비슷하게 생긴 아가씨겠지. 엉뚱한 소리 그만하고 좀 돌아다녀봐라. 듣자 하니
번주님 휘하 낭사들도 많이 왔다고 하던데 말이야. "
 
아닌 게 아니라 예쁜 기모노를 입은 고메부쿠로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한편 그녀는 어머니의 얘기를 떠올리고는 접시꽃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와 머리 위에서 날갯짓을 하면서 춤을
추었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신기해하면서 바라봤다. 그중에는 번주의 밑에서 일하는 낭사의 아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쓰리에 기분을 내려 온 그는 접시꽃 피리를 부는 고메부쿠로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말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녀가
누구 집 딸인지 물었다.
 
한참 마쓰리를 즐긴 고메부쿠로는 계모와 동생이 집으로 돌아갈 기미를 보이자 먼저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창고에 기모노를
숨긴 뒤 새들이 짜 놓은 베들을 정리했다. 한편 아무것도 모르고 돌아온 계모와 아와부쿠로는 마쓰리에서 좋은 신랑감을 찾지
못한 화를 고메부쿠로를 모질게 매질하며 풀이를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에도 계모와 아와부쿠로는 그녀를 괴롭혔지만, 흰 새로 환생한 어머니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겼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잘 차려입은 혼인 중매인이 나타났다. 일본에서 집안끼리의 혼사는 나코도라고 불리는 전문적인 중매인이
책임졌다. 이 중매인은 계모에게서 기절초풍할 만한 이야기를 했다.
 
" 번주님을 모시는 낭사의 자제분께서 이 집 따님을 마움에 두시고 정식으로 청혼을 하셨습니다. "
 
" 우리 딸한테 말이죠? "
 
너무 놀란 그녀의 반문에 혼인 중매인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번주를 모시는 낭사의 아들에게 청혼을 받다니! 계모는 드디어
사무라이 사위를 맞는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기뻐하던 그녀에게 중매인이 말했다.
 
" 큰따님이신 고메부쿠로 님에게 청혼하신 겁니다. "
 
그 말을 들은 계모는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중매인에게 말했다.
 
" 그 아이는 성격도 나쁘고 얼굴도 못생겼어요. 여동생인 아와부쿠로는 얼굴도 예쁘고 예의범절도 바르답니다. 아와부쿠로를
베필로 삼으심이 어떻겠습니까? "
 
계모의 제안에 중매인은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 저에게 청혼을 주선하신 분께서는 분명히 큰따님을 베필로 맞이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
 
" 그거야 어찌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
 
눈웃음을 치며 말한 계모는 중매인에게 막대한 뇌물을 주고 자기가 낳은 아와부쿠로를 대신 시집보내려고 했다. 고민하던 중매인은
한가지 제안을 했다.
 
" 두 사람에게 똑같이 화장을 시켜 누가 더 예쁜지 보고 판단하겠습니다. "
 
중매인의 말을 들은 계모는 당장 아와부쿠로를 데려다가 치장을 시켰다. 값비싼 화장품과 장신구로 정성껏 외모를 가다듬는 동안
고메부쿠로에게는 일부러 힘든 일을 시켜서 치장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렇게 아와부쿠로는 화장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어
올리는 일만 남았다. 시킨 일을 간신히 마친 고메부쿠로가 계모에게 물었다.
 
" 저도 머리를 빗고 싶은데 무엇으로 빗을까요? "
 
" 저기 부엌에 설거지한 물로 빗거라. "
 
퉁명스럽게 대꾸한 계모는 값비싼 기름으로 아와부쿠로의 머리를 정성껏 올렸다. 할 수 없이 부엌으로 간 고메부쿠로는 너무
서러운 나머지 펑펑 울었다. 그때 부엌 창문으로 날아든 흰 새가 부리에 담은 물을 머리에 뚜려 줬다. 그메부쿠로는 그 물로
머리를 빗고 창고에 숨겨 둔 기모노를 꺼내 입은 채 중매인 앞에 섰다. 두사람을 찬찬히 뜯어 본 중매인이 계모에게 말했다.
 
" 당신이 보라서 해서 봤지만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었구려. 처음 말한 대로 큰딸을 배필로 맞이하도록 하겠소. "
 
중매인은 그렇게 얘기하고는 고메부쿠로를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이 떠나는 것을 본 계모와 아와부쿠로는 망연자실했다.
시기와 질투, 모멸감에 빠진 아와부쿠로는 어머니를 붙잡고 큰소리로 울부짖었다.
 
" 어머니! 나도 좋은 데 시집가고 싶어!! 좋은 집에 시집보내 달란말이야!!! "
 
딸 못지않게 충격에 빠진 계모는 집에 있던 짐수레에 딸을 실었다. 그리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소리쳤다.
 
" 우리 딸을 며느리로 맞이하실 분 없어요? 아주 예쁘고 착하답니다! "
 
그렇게 짐수레를 끌고 정처 없이 마을을 돌아다니던 계모는 아무도 상대해 주지 않자 이웃마을로 가려고 했다. 하지만 논두렁으로 짐수레를 끌고
가다가 실수로 미끄러지고 말았다. 논으로 떨어진 계모와 아와부쿠로가 거름을 뒤집어 쓰고 허우적 거리고 있자 어디선가 새들이 날아와
계모와 아마부쿠로를 산 채로 쪼아 먹었다. 계모와 아와부쿠로의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평소 이 둘의 행실을 미워했던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문을 닫아 걸고 무시했다. 고메부쿠로를 괴롭힌 천벌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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