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혼자먹을 볶음밥을 만들면 장한것이고,
그 설거지를 안하면 딸이 혼나는 집이다.
같은자식이라도 허드렛일이 있으면 딸을 시키는게 당연한 집안에서
그걸 저항하는건 딸밖에 없었다.
이런 미묘한 아들,딸차별이 딸을 사소한 것에 예민하고, 예측할수없는 부분에서 화를 내는 고집불통,편집증환자로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바쁠때, 설거지는? 이라고 하면 딸이 하겠지.라고 말하는 부모앞에서. 가족앞에서
"내가 왜? "
라며 저항을 하면
집안의 풍파를 일으키는 것이고, 눈치가 없는 것이고, 싸가지가 없는 불효녀 라며
가족 5인의 한마디 한마디를 들어야 하는 설움에
아무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특히, 엄마라는 사람의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 딸이 있었다.
가족도 이해 못하는 딸의 사정을 그녀의 빈곤한 인간관계에서 이해받기는 하늘의 별따기...
비밀로 간직 해야할 일이라면. 아무도 이해를 못하는 답답한 감정을 해소할 만한
비밀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담배를 사봤다.
집에 오는 버스안에서 스마트 폰으로 순한담배/멘솔담배 등을 연신 검색해보았다.
그리고 일부러 집에 가까운 정거장보다 한정거장 더 가서내린 후에 편의점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샀다.
성인이 된지도 5년 째인데 처음 담배를 구매해보니 왠지 두근두근 ㅎㅎ
집에 와서 아빠가 담배를 자주피는 테라스에서 담배한갑을 꺼내보았다.
비닐을 벗기고, 속을 보니 또 다른 종이 커버가 있기에 제거하고,
한개피를 꺼내 냄새를 맞아보았다.
약간 레몬밤 향이 나면서 특유의 담뱃잎 냄새가 났다.
라이터를 켜서 한모금 빨아보았다.
익숙하지 않은 향과 연기에 켘켘대다 한모금 흡입한 담배를 끄고 버려버렸다.
'웩..'
담배가 좋은건 아니지만.. 이대로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다시 한개피꺼내서 목구멍으로 넘기지 않은채
입담배로 한모금, 다시 한모금,목으로도 넘겨보고
이런거구나 한모금...
담뱃재를 털어도 보고,, 한모금.. 하니
한개피를 다피웠다.
피고난 뒤 1mg짜리라 별로 어지럽거나 큰 느낌은 없었다.
스트레스도 안풀리는데..?
대충 옷도 털어보고, 머리도 털어보고, 신선한 공기도 마시고 심호흡한 뒤에 집안으로 들어왔다.
'냄새...나는건가? 안나려나?'
거실에 누워 스마트폰을 하고 있으니 엄마가 안방에서 나왔다.
"언제왔어? 문잠궜어?"
"아까.응"
"동생 아직 안왔는데."
라는 짤막한 대화를 하면서 바로 전에 만든 비밀때문에 두근두근..
초보의 어설픈 위장술에도 눈치채지 못했는지 바로 방으로 들어갔다.
'흐음..'
하며 스마트폰을 연신 바라보니 손에서 진한 담배냄새가 난다.
아빠 손냄샌데..?
음..모르겠다, 한대 더 펴볼까?
알토이즈(평소에 즐겨먹는다.)를 먹으면서 피면 다른가...?-_- 라는 궁금증이 생겨
라이터와 담배한개피 그리고 알토이즈( 하나를 챙겨 테라스를 다시 나왔다.
아까보다 여유가 생겨
테라스에서 담배를 피면서 내가 키우고 있는 허브들을 바라보았다.
허브들은 매일 살펴보면서 애지중지하면서 키우고 있는데
오늘은 풀을 태우면서 그 애정어린 허브들을 바라보았다.
카니발을 저지르는 한니발이 된 느낌이였다.
약간의 죄악감.. 그게 허브들만 보고 느끼는 것인지, 가족을 보고 느끼는 것인지 약간 혼란스러운 느낌이였다.
오늘 있었던 일은 나만아는 나만의 비밀..
가족들이 싫어할 비밀을 하나 만들었다.
이게 속시원한건지.. 내가 지옥에 발을 한발자국 담근건지 혼란스러운 밤이다.